방한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은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특히 이동의 자유 제한과 식량 접근성 악화를 핵심 문제로 꼽으며,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질문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10년 전 조사한 이후 현재까지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됐다"며 "북한 주민의 이동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면서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이탈자 수도 현저히 줄었고, 사실상 북한을 빠져나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식량 접근성 역시 상당히 떨어졌다"며 "국가 배급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홍수 등 자연재해가 맞물리면서 주민들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정치적 권리 제한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선교사 3명을 포함한 한국인 억류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최소 7명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어떤 대화에서도 이들의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하며, 남한으로의 송환이 지속적으로 요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억류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개인적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향후 모든 대화의 우선순위로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포로가 된 20대 북한 군인 2명의 송환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법상 우려를 분명히 했다. 살몬 보고관은 "1984년 제네바협약에 따라 전쟁포로는 폭행과 협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며 "해당 북한 군인들의 사진이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가족들이 보복 위험에 놓였을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고문이나 학대를 받을 위험이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들을 강제 송환하지 않을 법적 의무가 있으며, 제3국 망명이나 우크라이나 내 체류 등 대안적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 보편적 정례검토(UPR) 권고의 절반 이상을 수용한 점을 언급하며 "완전한 개선은 아니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이 사형제 적용 범죄를 국제 기준에 맞게 제한하라는 권고를 일부 수용한 점을 들어 "사형은 국제인권법상 극히 예외적이고 가장 심각한 범죄에만 적용돼야 한다"며 "한국 콘텐츠를 접했다는 이유로 처벌하거나 공개처형을 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최근 휴먼라이츠워치가 제기한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살몬 보고관은 "대화는 북한의 고립을 완화할 수 있는 긍정적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권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인권은 대화의 일부로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전단금지법 등 한국 정부의 정책 논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지난해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역시 부정적으로 볼 신호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대북시민사회단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이들의 인권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향민'이라는 용어에 대한 질문에는 "방한 기간 처음 들은 표현"이라며 "어떤 명칭을 쓰느냐보다 탈북민들이 실제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탈북민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용기 있고 창의적인 사람들"이라며 "사회적 낙인 없이 한국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돕고, 스스로의 목소리와 비전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보고서에서 다뤄왔고, 일본을 공식 방문해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며 "90세가 넘은 요코다 메구미 씨의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살몬 보고관은 "북한 내 식량과 보건 문제는 여전히 구조적 위기 상태"라며 "병원 건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식수·위생·의약품 등 보건 역량 전반에 대한 내실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주저해서는 안 되며,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