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
김학철 | 복있는사람 | 292쪽 | 20,000원
연세대학교 김학철 교수가 지난 20여 년간 진행해 온 강의의 핵심을 묶어 펴낸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는, 기독교라는 거대한 문명을 특정 전통의 신앙고백이나 교리적 울타리 안에 좁혀놓지 않고, 인류가 지난 2,000년 동안 쌓아온 정신사적·문화사적 유산의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시도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기독교를 믿음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중심축을 이루어 온 사상과 문화의 체계로 읽어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독교가 서양 문명을 형성하는 데 어떤 의미를 지녔고 오늘의 세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읽혀야 하는지를 폭넓고도 차분한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김학철 교수가 제시하는 기독교 이해는 종종 교회 안에서 신앙을 훈련받으며 형성되는 내적 체계와 다르게 펼쳐진다. 이 책의 관점은 기독교가 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종교적 믿음이라는 범주를 넘어, 인류의 역사와 문화의 흐름에서 작동해 온 거대한 상징 체계이자 사유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루는 기독교는 교파적·교단적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고, 신학 내부의 복잡한 논쟁에 갇히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특정 신앙 전통의 경계선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기독교를 ‘보편적 언어’로 다시 풀어내려는 시도를 통해, 오늘날 종교를 둘러싼 거리감과 불편함이 존재하는 시대에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기독교라는 주제를 교양이라는 범주 안에 위치시키는 데 있다. 저자가 말하는 교양은 단순한 상식 수준의 지식 축적이 아니라, 인간 문명 근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문화적·철학적 기반이다.
기독교는 서양 문명의 기초를 이루어 왔고, 윤리·예술·정치·문학·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원근법을 확립한 미술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문학, 자유와 존엄을 말하기 시작한 근대 정치사상까지 그 뒤에는 늘 기독교적 세계관 혹은 기독교가 낳은 문화의 흐름이 존재해 왔다.
이 책은 이러한 문명사적 관점을 기반으로 기독교를 교리적 진리의 체계가 아니라 문화적·사상적 토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학철 교수의 글은 신앙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문화의 언어로 기독교를 번역하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믿음이 없는 독자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서술했으며, 신앙적 고백을 전제하지 않는다.
그는 기독교의 역사적 형성 과정, 사상적 구조, 인간 이해, 세계 해석 방식 등을 문화사적 접근과 사상사적 분석을 통해 차분하게 제시한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기독교가 단지 종교적 소수의 진리 체계가 아니라 인류의 삶과 사고의 형태를 형성해 온 중요한 문화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기독교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오늘의 세계에서조차 여전히 그 흔적과 구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저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 종교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사회적·문화적 공동체임을 고려할 때 기독교를 이해하는 일은 특정 신앙을 가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중요한 교양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종종 갈등이나 불편함을 야기하는 주제로 여겨지지만, 이 책은 기독교를 그렇게 ‘거리두기’의 대상으로만 볼 필요가 없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기독교는 배우거나 믿으라는 압박이 아니라, 인류 문명 속에 스며 있는 하나의 중요한 언어로 접근될 수 있으며, 그 언어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적 기반이 된다.
이 책은 기독교 내부의 세부적 신학 논의에 집중하기보다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핵심 사상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 사상이 인간 존재와 세계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은 신앙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는 구성이다.
저자는 기독교란 종교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소개하며, 성서의 주요 개념에서부터 역사적 사건들, 기독교 사상이 낳은 문화적 결과들까지를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정신사적 흐름으로 제시한다. 이는 기독교를 특정 종교적 실천으로만 좁혀 이해하던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문명과 종교의 상호작용을 폭넓게 바라보도록 돕는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보편적 언어로서의 기독교’라는 개념은 오늘날의 시대적 요구에도 부합한다. 종교는 점점 사적 영역으로 밀려나고, 공적 담론에서는 종종 중립성과 세속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기독교를 공공적이고 문화적인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시대적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시도는 종교가 가진 배타성과 갈등 가능성을 넘어 문화적 자원으로서의 기독교를 재발견하게 하며, 종교적 거리감을 느끼는 현대인에게도 기독교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적·사고적 기반을 제공한다.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는 신앙인에게 자신의 믿음을 더 넓은 문화적 지형 속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비신앙인에게는 서양문명과 현대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적 문해력’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은 특정 신앙의 전도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교리의 우열을 따지지도 않는다. 대신 기독교를 통해 인류가 어떤 사유의 흐름을 만들어왔는지를 탐구하도록 이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종교를 단순히 믿고 안 믿고의 문제로 제한하지 않고, 인간이 의미를 구성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로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오늘의 독자에게 ‘기독교를 어떻게 다시 말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에 대해 균형 잡힌 답을 제공하고 있다. 신앙의 언어와 문화의 언어를 조화롭게 번역함으로써 기독교에 대한 편견과 거리감을 낮추고, 동시에 기독교가 문명 속에서 지닌 독특한 위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깊이를 확보하게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종교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독자에게도 불편함 없이 다가가는 드문 교양서이며, 기독교가 오늘의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는 기독교 진리를 주장하는 책이라기보다는 기독교의 언어를 해석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해석은 신앙을 강요하지 않고, 문명의 관점에서 차분하게 설명함으로써 누구든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다.
기독교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고, 오래된 신앙인에게는 자신이 속한 전통을 더 넓은 지적 지평에서 재해석하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기독교를 현대 사회 속에서 불편함 없이 설명할 수 있는 드문 자원이다. 인류가 2천 년 동안 축적해 온 거대한 문화적 세계를 교양의 언어로 풀어내는 이 책은 종교와 문명, 신앙과 사유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모든 이에게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대구 미래로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