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 내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바라는 성직자와 종교 지도자의 역할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인도적 차원에는 대다수가 공감했으나, 정치적 영역에는 여전히 부정적 시선이 상당했다.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이 6일 발표한 「2025 종교인식조사: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종교 갈등 인식」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성직자와 종교 지도자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살피는 일에 주력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사회적 약자 보호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83%로 가장 높았으며, '인권 침해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72%라는 높은 동의율을 기록했다.
환경 문제(67%)나 우리 사회 일반 갈등(62%), 지역사회 문제(58%) 해결에 대한 종교계의 참여 필요성도 절반을 훌쩍 넘겼다. 여론속의여론은 "이는 국민들이 종교가 지닌 도덕적 자산과 인적 네트워크가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입되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종교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 것으로 예상되는지에 대한 설문.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시선은 정치 영역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성직자가 '정치적 갈등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불과 30%에 그쳤다. 이는 사회적 약자 보호 항목과 비교하면 53%p나 차이 나는 결과다. 연도별 추이에서도 2023년 29%, 2024년 31% 등 계속 30% 안팎을 유지했다. 조사팀은 "보수층 등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낮은 동의율을 보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교계의 사회 참여는 원하지만, 정치 영역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인식이 확인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종교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응답은 82%에 달해, 지난해 72%보다 10%p나 상승했다. 반면 종교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느끼는 만큼 종교 간, 혹은 종교로 인한 사회적 갈등에 대한 피로감과 우려도 동반 상승했다.
우리 사회의 종교 갈등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에 대한 질문에 '심각하다'고 한 응답자는 62%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전 53%였던 것과 비교하면 9%p 급증한 수치다. 성별이나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과반이 갈등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특히 진보층에서는 69%가 갈등 상황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종교 갈등이 '지금보다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30%로 지난해보다 7%p 늘어난 반면, '완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은 12%에 그쳤다. 현재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44%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조사팀은 "종교의 영향력 증가가 사회 통합보다는 갈등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