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성가족(Holy Family) 교구에 머무는 기독교인들에게 올해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시기로 다가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 지역은 2년째 전력이 끊겨 있어 본당은 발전기와 태양광 패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제한된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깨끗한 물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아, 몇 파인트를 얻기 위해 3시간씩 줄을 서는 주민들의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교구 지도자 가브리엘 로마넬리(Gabriel Romanelli) 신부는 국제 구호단체 '에이드 투 더 처치 인 니드'(ACN)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 달 반 전에 휴전이 시작됐을 때보다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면서도 "이것이 상황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은 여전히 심각하고 예민하다"고 전했다.

휴전에도 불구하고 일부 폭력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로마넬리 신부는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평화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가장 큰 우려는 주민들이 터널 끝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명확한 징후가 없다"고 덧붙였다.

추운 겨울 날씨와 습한 환경은 땅을 진흙투성이로 만들고, 폐기물 오염 웅덩이가 형성되며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곳에는 전력망, 상수도, 보건 시스템 모두 불충분한 상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 치료제는 부족하며, 집을 잃은 주민들은 피난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겨울을 견딜 옷조차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교구는 지역사회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로마넬리 신부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수만 가정을 도왔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의 말을 인용해 "이는 마치 바다 속의 물 한 방울과 같다.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가 없으면 바다에는 그 한 방울의 물이 줄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4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교구 구역에 대피해 있으며, 그 중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희망의 불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교구 사미 엘-유세프 대표는 앞서 12월 15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세 명의 신부와 여섯 명의 수도자들이 이끄는 공동체의 헌신을 높이 평가하며 "그들은 가자에서 우리의 영웅들이다. 큰 개인적 희생을 치르면서도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그들의 일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엘-유세프는 '성지에서의 성찰'(Reflections from the Holy Land)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급진적인 변화가 없다면, 현재의 평화 이니셔티브가 과거의 수많은 헛된 노력들과 같은 길을 걸을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조건이라면, 폭력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