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지역별, 내·외부 간극도 여전
정치 성향별 '이념적 분화' 두드러져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가 다시 한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속의여론'에 따르면, 2025년 주요 종교 호감도 조사에서 개신교는 34.7점으로 전년 대비 0.9점 하락했다. 불교와 천주교, 원불교의 호감도가 모두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정치·이념 성향에 따른 인식 격차가 크게 벌어진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1월 21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감정온도 방식(0~100점)을 사용해 종교에 대한 호감도를 측정했다. 한국리서치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은 0점,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은 100점, 긍·부정이 없는 경우는 50점"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불교 호감도는 54.4점으로 지난해보다 3.1점 상승하며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천주교 역시 52.7점으로 4.1점 상승해 불교와 함께 보통 이상의 호감도를 유지했다. 반면 개신교는 지난 2년간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소폭 하락했다.

▲각 주요 종교에 대한 호감도 추이.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

▲각 주요 종교에 대한 호감도 추이.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

개신교에 대해 51점 이상 긍정적 감정을 가진 비율은 22%에 그쳤다. 이는 불교와 천주교의 절반 수준이다. 반대로 24점 이하의 '매우 낮은 호감도'를 보인 응답자는 46%로, 불교나 천주교 대비 두 배 이상 많았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개신교 호감도의 취약성이 더 분명히 드러났다. 개신교 호감도는 70세 이상에서만 보통에 근접한 49.0점을 기록했고, 60대 이하 전 연령대에서는 모두 40점 미만이었다. 특히 30대는 26.8점으로 전 세대 중 가장 낮았으며, 40대는 28.8점으로 전년 대비 7.0점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26.9점)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35점 내외로 엇비슷했으나, 개신교 신자 비율이 높은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38.4점으로 다소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개신교 신자 내부와 외부에서의 인식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개신교 내부에서 스스로 평가한 개신교 호감도는 77.2점으로 전년대비 5.8점 상승했다. 반면 천주교·불교 신자와 무종교인의 개신교 호감도는 여전히 낮았다.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천주교 신자의 경우 28.0점으로 전년대비 7.5점 하락, 불교신자의 경우 22.9점으로 2.4점 하락했다. 종교가 없는 응답자의 개신교 호감도 역시 23.2점에 머물렀다.

개신교 호감도의 '이념적 분화'도 두드러졌다. 보수층의 개신교 호감도는 41.5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전년대비 2.5점 상승했다. 중도층은 35.1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진보층은 28.5점으로 전년대비 5.8점 하락했다.

한국리서치는 불교와 천주교는 진보층의 호감도가 가장 높고 이념 성향 간 격차도 7점 내외인 반면, 개신교는 보수층의 호감도가 가장 높고 이념 간 격차가 13.0점으로 두 배 가량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광훈 목사, 손현보 목사 등이 주도하는 보수 개신교 단체의 계엄 옹호 및 탄핵 반대 집회가 개신교 호감도의 이념적 분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개신교 호감도 변화. 나이, 성별, 종교별, 지역별, 이념별.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

▲개신교 호감도 변화. 나이, 성별, 종교별, 지역별, 이념별.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

한편 종교가 삶에 주는 효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전반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응답자의 82%는 종교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어 안정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으며, "긍정적인 감정(78%)", "윤리적인 행동(74%)", "인간관계(74%)", "소속감(74%)"에서도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개신교 신자의 종교 효능감은 8개 항목 중 7개에서 80%를 넘으며 가장 높았고, 특히 윤리적 행동, 안정감, 긍정적 감정, 가치관 항목은 91~92%에 달했다. 한국리서치는 "종교의 내면적·정서적 기능에 대해서는 신자·비신자, 종교·활동 빈도를 불문하고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목표 달성이나 소속감, 인간관계 같은 기복적·관계적 영역에서는 믿는 종교와 종교 활동 참여도에 따라 인식이 크게 갈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