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센터장 송한나, 이하 NKDB)가 25일 오후 숙명여자대학교 진리관에서 '인식너머의 통일이야기'라는 주제로 통일·북한인권 인식 세미나 및 북한이탈주민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행사는 개화사 및 축사,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발표, 종합토론, 토크 콘서트 순으로 진행됐으며 우병창 단장(숙명여자대학교 통일교육선도대학사업단)이 개회사를 전했다. 이어 박종훈 이사장(NKDB), 위경우 부총장(숙명여자대학교)이 각각 축사를 전했다. 

이어 박승표 상무((주)컨슈머인사아트)가 '2025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최근 실시된 국민 인식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다수는 북한 인권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었으며, 전체 응답자의 약 65%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 이유로는 빈곤과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 보편적 인권 가치 등이 주로 꼽혔다. 반면 관심이 낮은 집단에서는 해결 가능성에 대한 회의나 '다른 나라 문제'라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럼에도 국민 95% 이상은 북한 인권이 매우 심각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인권 개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개선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절반 이상은 정부가 인권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북 관계 악화 우려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개입에 대한 공감이 유지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강제북송, 인신매매 등 주요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은 높았으나, 북한 인권법, 기록센터 운영 등 제도적 대응에 대해서는 성과를 체감하는 비율이 낮았다. 응답자들은 북한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대체로 동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방향으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압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대화를 통한 촉구, 대북 지원 확대, 피해 기록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할 주체로 북한 당국이 꼽혔으며, 국제 인권단체, UN, 한국 정부 등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북한 인권 단체의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국민 절반 이상은 이들의 활동이 실질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았고, 특히 인권 피해 기록과 국내외 홍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대가 컸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북한 인권 기록과 홍보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임순희 선임연구위원(NKDB)이 '통일ㆍ북한인권, 국민과 청년세대의 인식'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임 연구위원은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이 3만 4천 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이들의 초기 정착 교육 과정에서 들은 북한 내부의 현실은 중요한 자료로 축적되고 있다. 최근 숙명여대 학생 4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통일·북한 인식 조사에서는 20대 청년층이 통일 필요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드러난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해, 같은 또래의 전국 조사 결과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 통일에 대한 이미지 역시 과거처럼 '국가의 완전한 통합'만을 뜻하지 않고, 자유로운 왕래나 평화로운 관계 형성 같은 다양한 형태를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통일이 가능하다고 믿는 비율은 40% 수준에 그치며, 현실적 장벽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남북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을 가장 높게 꼽았고, 그다음이 북한 인권 문제였다. 통일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변화가 크다고 기대하는 반면, 개인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매우 낮았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을 '지원이 필요한 이웃'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60%에 달해, 청년층이 북한을 적대적 대상보다는 인도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경우가 많았고,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은 거의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난민 수용에 대해 일반 국민보다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대화와 지원을 통한 개선을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다만 북한 인권 개선의 책임 주체를 묻는 질문에서는 '북한 당국'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국내 단체나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기대가 낮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전체적으로는 청년 세대가 북한 인권과 평화 문제를 동시에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며, 향후 통일 논의의 방향을 새롭게 열어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은 '인식으로 본 통일과 북한인권의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윤광일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광백 대표(국민통일방송, DailyNK), 조현정 부연구위원(통일연구원)이 참여했다. 

윤광일 교수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통일과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20대 청년층에서는 통일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이 30%대에 그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 역시 제한적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무관심이라기보다, 조사 방식과 문항 구성에서 정치적·정서적 편향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고, 인권 자체가 정치화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 또한 기존 여론조사에서는 고령층과 장년층이 과다 대표되어 젊은 층의 실제 인식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미래 사회에서 통일과 북한 관련 정책에 대한 합의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청년층은 분단과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고, 젊은 시절 형성된 정치·사회적 경험이 향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의 낮은 관심과 인식 수준은 특별한 외부적 변화가 없는 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통일과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때, 세대 간 경험 차이와 조사 방법의 한계를 이해하고, 교육과 체험을 통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이광백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통일을 단순한 정치적 목표로 여기기보다 자신의 자유와 권리,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탈북민의 경험과 남한 사회의 생활상을 접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 자녀에게 어려운 현실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민족적 정서와 역사적 감정이 통일에 대한 열망을 형성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일 정책과 운동을 추진할 때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의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민주와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와 통일 문제는 반드시 동시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는 복잡한 사안이다. 국제사회는 통일과 관계없이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북한 내부 체제 변화만으로도 일부 인권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통일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은 상대적으로 낮아, 통일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기존의 종교적·민족적 내러티브를 넘어 새로운 필요성과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현정 부연구위원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들의 무관심은 분단 체험의 부재, 경제적·사회적 불안,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반복, 남북 교류 단절, 그리고 통일 교육의 노후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청년층은 실용주의적 가치관과 개인 중심적 태도를 갖고 있어 민족주의적 서사나 역사적 당위성 중심의 기존 통일 교육 방식과 거리가 있다. 현대 미디어 환경은 북한을 핵과 군사 도발 중심으로 부정적으로 재현하며, 청년들이 북한과 통일 문제를 긍정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제한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통일 교육은 단순한 민족주의적 당위 강조를 넘어 경험 기반과 기회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현장 체험 프로그램과 남북 생활·문화 비교, 북한 주민의 인권과 일상 생활 이해를 포함한 감수성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며, 초중고 사회 윤리 교과와 대학 교양 과목에서 통일과 북한 관련 필수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통일된 한반도에서 자신의 가치 지향적 꿈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진 토크 콘서트에서 탈북민 강규리, 김나연, 오은정 씨가 참여해 증언했다. 강규리 씨는 "저는 북한에서 태어나 평양의 체육대학을 다니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점점 심해지는 억압과 통제 속에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삶을 경험했다. 자유롭게 꿈꾸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유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가족과 함께 험한 바다를 건너 지난 2023년 10월 탈북해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북한에서 청년들은 하루하루를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제한된 기회 속에서 꿈조차 마음껏 꾸지 못한다. 반면 한국 청년들은 다양한 선택과 기회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고,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마음 또한 북한 청년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단순히 국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회복하고, 남과 북이 연결되어 서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과정이다. 북한에는 여전히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의 삶을 회복하는 것이 통일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될 때, 북한의 잠재력과 한국의 경험이 결합해 한반도의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곳에 가서 인사드리고, 자유로운 삶 속에서 아버지가 꿈꾸던 통일이 현실이 되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나연 씨는 "저는 2013년 한국에 입국해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탈북민들도 충분히 자신의 능력과 꿈을 펼칠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서로를 믿고 지지할 때 편견을 깨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회사를 운영하며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저에게 자립을 돕는 일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며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고향을 방문해 부모와 형제들에게 당당히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서 겪은 경험과 성장을 통해, 다른 탈북민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꿈과 희망을 나누고자 소망한다"고 했다. 

오은정 씨는 "저는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는 삶을 살고 있으며, 현재 카페를 운영하면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개인적인 성장과 경험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북한에서 겪은 일들을 '이상한 나라'라는 표현으로 풀어내며, 남한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표현했다. 글을 쓰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고향과 동생이었다. 남한에서 심리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생과 가족을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도록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탈북민으로서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국가적 문제를 넘어, 고향과 가족, 특히 동생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기 때문이다.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가족을 만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남은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