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서울총회가 "성경무오의 절대적 권위를 천명하고 종교다원주의와 종교혼합주의, 자유주의 신학을 배격하는 입장을 담은 '서울선언'을 발표하고 나흘간의 총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서울총회는 11명의 국제이사회 신임 이사를 선출하는 등 리더십을 대폭 교체해 WEA 향후 정책 방향과 의사 결정의 변화를 예고했다.
WEA 측은 이번 총회에서 이뤄진 대대적인 리더십 교체가 서구 중심에서 남반구·아시아·중동 중심으로 복음의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음의 지평이 서구에서 아시아권으로 확산한 것에 WEA가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WEA를 오랜 기간 주도해 온 리더십이 대부분 교체된 건 단순히 새로 선출된 이사들에게 WEA 향후 6년간의 정책 방향이 위임됐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종신 이사 등 소수의 절대 리더십이 장악했던 WEA의 잃어버린 복음주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WEA의 변화가 한층 기대되는 상황이다.
WEA의 변화 시동은 30일 폐막에 앞서 발표된 '서울선언'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총 7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 선언문은 "예수 그리스도가 만유의 주님이시라는 핵심 고백을 확증하며 성경에 근거해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복음 증거에 더욱 힘을 쏟기로 한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며 역사를 통치하는 분이시고 성경은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가능하고 전도와 제자양성이 교회의 가장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선언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교회들이 말씀 안에서 성령의 인도를 따라 복음을 증거는 사명'을 전면에 내세운 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장 복음적이면서 복음적이지 않은 문제들로 숱한 홍역을 치른 WEA가 서울총회를 기점으로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겠다는 일종의 자기 고백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언문에 "하나님이 창조주이시며 성경은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한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띈다. WEA의 확고한 복음주의 정신을 이보다 더 신학적으로 함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딤후 3:16)이라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신학계 뿐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서도 진화론을 내세우는 현대과학이 침투해 성경의 무오성을 마구 훼손하고 있다. 이른바 '유신론적 진화론'이 성경의 절대 권위를 추락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WEA 서울총회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66권이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임을 선포한 건 매우 시의적절한 복음주의 확증이 아닐 수 없다.
'서울선언'에 특히 주목되는 건 "종교적 다원주의와 혼합주의의 위험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명시한 부분이다.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 WEA를 강하게 비판해 온 이들이 주장하는 WEA와 WCC의 종교 다원주의적 동행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으로 풀이된다.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으며 동성애와 동성혼이 성경적으로 죄"라고 천명한 것도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WEA의 기존 성경적 복음주의 관점을 보다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WEA 서울총회에서 신임 의장에 선출된 갓프리 요가라자(Godfrey Yogarajah) 목사에게도 전 세계 복음주의권 교회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스리랑카 국적으로 인도 푸네 유니언 성경 신학교를 졸업한 요가라자 목사는 현 아시아복음주의연맹(AEA) 회장이다. 또 WEA 종교 자유 대사를 맡아 기독교 제한 국가를 자주 방문하며 기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박해, 옹호, 리더십에 대한 대처 전략을 교육하는 등 적극적인 복음 활동을 펴왔다.
WEA 국제이사회는 요가라자 목사가 수십년간 복음주의 운동을 위해 활동해 온 점과,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 성경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점을 높이 평가해 그를 신임 의장에 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불교 및 회교권 국가인 스리랑카에서 종교의 박해를 무릅쓰고 교회를 지켜온 복음주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향후 WEA 정책이 복음적인 기반 위에 보다 든든히 설 것으로 기대된다.
요가라자 의장은 폐막 후 한국교회에 감사의 안사를 전하며 "서울선언이 세계 복음주의 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선언'에 빼곡히 담긴 복음주의 정신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WEA는 전 세계 161개국에 148개 회원기관과 9개 지역복음주의연맹을 두고 약 6억5,000만 명의 복음주의 성도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복음주의 연합체다. 하지만 최근 몇 년동안 WEA의 의사결정이 소수의 리더십에 의해 변질되면서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총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문제들로 시끄러웠던 WEA가 총회에서 리더십을 대폭 교체하는 일대 수술을 단행한 건 퍽이나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건 이제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한국교회 일각의 부정적 시각이 리더십 교체와 선언문 발표만으로 해소되기엔 여전히 온도차가 있다. 보수권 일각에선 WEA가 이번 총회를 통해 릭 워렌의 '2033 FTT운동', 즉 로마 가톨릭과의 일치 목표를 가시화했다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의혹과 불신을 벗는 길은 WEA가 지향해온 복음주의 정체성의 온전한 회복에 달렸다. WEA가 본래의 복음주의 정신으로 돌아가 복음적 선교 확장에 매진한다면 의혹은 신뢰와 협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WEA가 수년간 스스로를 짓눌렀던 비 복음적 요소를 벗어버리고 선교, 신학, 제자훈련, 여성·청년 사역,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등의 전 분야에서 복음주의 운동을 널리 확장해 나가는 주님의 온전한 도구로 쓰이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