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북한 인권과 종교 관련 사건·인물 기록 총 14만 6천여 건이 담긴 '2025 북한인권·종교자유백서'를 발간했다. 현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며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상황에서 비영리 민간단체가 20년간 축적한 북한 내 인권 침해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백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NKDB는 백서 발간을 기념해 지난 27일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지난 20여 년간 이어온 북한 인권 기록사업의 최신 결과를 공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자료 공개와 함께 북한 사회의 인권·종교 자유 침해 실태와 법적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세미나 첫 발제자인 이승엽 조사분석팀장은 백서에 실린 데이터베이스가 문헌자료, 사진과 영상, 그리고 북한 이탈주민의 면담과 설문조사를 통해 구축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90% 이상이 직접 증언자이고, 이 중 다수가 일반 주민이었다"며 북한 내부의 구조적 인권 침해 양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날 NKDB가 탈북민 15,3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발표됐다. 이 조사에서 북한에서 자유롭게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허용한다'고 답한 이들은 단 0.4%인 54명에 불과했다. 종교시설을 합법적으로 방문한 경험도 '없다'가 97.5%로 나타나 북한이 선전해 온 '종교의 자유'가 거짓임이 드러났다. 또 비밀리에 종교활동에 참석한 경험은 1.1%였지만, 타인의 비밀 종교활동을 목격한 적이 있는 이들이 4.6%였다는 점에서 북한 내 지하교회가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NKDB 측은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명시했지만, 현실은 0%"라고 했다. "탈북민 조사에서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평양의 봉수교회나 칠골교회도 실제 신앙 공동체가 아니라 정권의 '쇼윈도' 위장 시설임을 지적했다. 

북한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가짜' 자유란 증거는 북한 주민이 성경을 소지나 종교활동을 하다 적발되면 정치범수용소로 가거나 공개 처형에 처해지는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밖으로 선전하면서 주민이 종교활동을 하면 가혹하게 처벌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북한이 유일하다. 

북한은 주민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물론이고 인권 탄압에 있어서도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주민 중에 한국의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K-POP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다 적발되면 실제로 사형 또는 10년 이상의 강제노동 교화소 처벌이 이루어지는 게 현실이다. 유엔 인권보고서에도 북한 주민이 남한 드라마를 시청·유포했다는 이유로 실제로 공개 총살, 집단 처형 등 잔혹한 처벌을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 

이처럼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데 이를 기록해 훗날 우리가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실체적 증거로 삼아야 할 통일부는 정작 북한 주민 인권보다 북한 정권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어 보이니 참으로 답답하다. 지난 2018년 이후 매년 발간하던 북한 인권보고서마저 올해부터 발간하지 않으려다 비판 여론에 떠밀려 제작은 하되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꾸었으니 앞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은 꿈도 못 꾸게 됐다. 

통일부가 발간 자체를 중단하려던 북한 인권보고서를 제작은 하되 비공개하기로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발간 자체를 중단했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을 외면하는 나라로 지목됐을 거다. 

문제는 주무 장관의 어그러진 대북관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인권을 북 체제에 대한 공세의 수단으로 쓰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정부 차원의 북한 주민 인권 개선 노력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삼은 거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북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는 말하는 논리와 의식 세계는 헌법 정신은 물론 국민 눈높이와도 동떨어져 있다. 북한 주민을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민족, 다른 국가로 보지 않는 이상 북한 인권을 내정 간섭이라고 하는 말이 어떻게 통일부 장관 입에서 나오겠나. 

북한 인권보고서가 다시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자연 관심이 쏠린다. 발간을 중단하려다 비판 여론에 떠밀려 만드는 만큼 시늉만 내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발 북한 주민 인권 개선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국민 세금만 축내는 사업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정부가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한 후 지난 2018년부터 매년 보고서로 만들어 왔다. 북한 인권 개선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는 목적에서다. 그런 북한 인권보고서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장관과 실무자 선에서 하잖은 취급을 받아선 안 될 것이다.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뜨뜻미지근한 대처를 할수록 민간의 역할에 대한 국민 기대가 고조죄는 상황이다. 이번 '2025 북한인권·종교자유백서' 발간도 분명 북한 인권에 대한 정부의 주의를 환기시키게 되리라 본다. 

남북 간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은 피를 나눈 형제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의 관심이 소홀하다고 한국교회까지 북한의 인권과 특히 '종교 자유'와 관련해 무관심과 무기력에 빠져선 안 될 것이다. '종교의 자유' 0%의 북한이 100%가 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