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인권정보센터(센터장 송한나, 이하 NKDB)가 27일 오후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2025 북한인권·종교자유백서 발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20여 년간 이어온 북한 인권 기록사업의 최신 결과를 공개하고, 북한 사회의 인권·종교 자유 침해 실태와 법적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록이 존재하는 한 침묵하지 않을 것"
첫 발제에 나선 이승엽 조사분석팀장은 북한 내 인권침해 사례를 20년간 기록한 데이터베이스 현황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NKDB가 보유한 사건·인물 기록은 총 14만 6천여 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북한 인권 기록 자료다.
이 팀장은 "NKDB의 데이터베이스는 문헌자료, 사진과 영상,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의 면담과 설문조사로 구축됐다"며 "피해자의 90% 이상이 직접 증언자이고, 이 중 다수가 일반 주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함경북도와 중국 접경에서 생명권 침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1990년대 이후 생존권 침해가 급증했다"며 북한 내부의 구조적 인권 침해 양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록이 존재하는 한, 침묵하지 않는다"며 "NKDB의 백서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북한의 닫힌 사회 속에서 인권 침해의 흔적을 찾아내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증언의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임순희 총괄본부장은 북한 종교자유백서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며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명시했지만, 현실은 0%"라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 조사에서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평양의 봉수교회나 칠골교회는 실제 신앙 공동체가 아니라 정권의 쇼윈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민 15,3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북한에서 자유롭게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허용한다'고 답한 이들은 단 0.4%인 54명에 불과했다. 평양 외의 합법적 가정예배 처소 유무에 대해서는 194명(1.3%)만이 있다고 답했다. 종교시설을 합법적으로 방문한 경험은 '없다'가 97.5%였다. 비밀리에 종교활동에 참석한 경험은 1.1%였지만, 타인의 비밀 종교활동을 목격한 적이 있는 이들은 4.6%였다. 성경과 같은 종교물품을 본 경험은 3.8%(589명)였다.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하면 처벌받는가라는 질문에 60.8%가 '그렇다', 38.7%는 '모른다'고 답했고, 처벌 종류로는 '정치범수용소'(47.5%), '교화소'(11.8%) 등을 꼽았다.

▲북한의 지하교회를 묘사한 생성형 AI 이미지
또 "성경 소지나 종교 활동이 적발되면 정치범수용소 수감 혹은 공개 처형으로 이어진다"며 "최근 종교 관련 통계가 감소한 것은 개선이 아니라 공포와 침묵의 결과"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종교 문제는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문제"라며 "신앙의 자유를 회복하는 일은 곧 북한 주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되찾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북에 의한 고문 피해자 소송 제기, 역사적 사례"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승현 인권침해센터장은 법적 대응 현황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 문제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북한 내 구금시설에서 성폭력과 고문을 당한 피해자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방법원과 검찰에 각각 민사·형사 소장을 제출했다"며 "이는 북한에서 태어난 피해자가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통해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묻는 첫 사례로, 북한 인권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국내외에서 손해배상 소송, 자산 압류, 저작권료 집행 등 다양한 법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록은 법적 책임 규명의 기초이며, 피해자 구제의 열쇠는 결국 사회의 인식 변화와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NKDB 박종훈 이사장에 따르면, 올해는 국경을 넘는 침해까지 시야를 넓혔다. 9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에 대한 초국가적 억압과 착취」 보고서에서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의 강제동원·착취 실태를 분석·공개하며, 북한 인권이 더 이상 한반도 내부 이슈가 아니라 국제사회 공동 책임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NKDB는 전시관 운영과 더불어 북한인권박물관 건립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는 데이터가 아카이브에 머무르지 않고 기억·공감의 공적 공간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국제 연대도 폭을 넓혔다. 국제인권연맹(FIDH)과 공동으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에 보고서를 제출했고, 유럽 현지 세미나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강제파병 논의를 주도했으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과는 탈북민 가족 송금 문제를 다뤄 북한 당국의 통제가 개인의 존엄·가족권을 침해하는 양상을 알렸다.
법적 구제의 측면에서도 NKDB 인권침해지원센터가 북한 내 구금시설에서 성폭력과 고문 피해를 입은 최민경 씨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법과 검찰청에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박 이사장은 "북한에서 태어난 피해자가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통해 북한 정권의 책임을 직접 묻는 역사적 첫 사례"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법인격 부재에 따른 집행 가능성 제고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송한나 센터장은 "북한 구금시설의 피해자 최민경 씨의 사례는 수년간의 기록과 분석이 현실의 정의로 이어진 성과"라며 "NKDB는 기록을 넘어 기억으로, 데이터에서 증언으로, 증언에서 공감으로 나아가고 있다. 언젠가 북한인권박물관이 완성된 공간으로 세워지는 날까지 기록과 공감의 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NKDB는 2003년 설립 이후 20년 넘게 북한 인권 침해를 조사·기록해 왔다. 사건·인물 기록 14만 6천여 건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북한 인권 데이터베이스로,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작성의 주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올해 NKDB는 국제인권연맹(FIDH)과 함께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에 북한 관련 공동 보고서를 제출했고, 독일 베를린 하인리히볼재단 세미나에서는 북한군의 러시아 강제 파병 문제를 논의했다. 또한 서울외신기자클럽(SFCC)과 공동으로 북한이탈주민 가족 송금 문제를 다뤄 북한 정권의 통제가 개인의 존엄과 가족의 권리를 어떻게 침해하는지를 고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