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민 출신 방송인 정유나가 "너무나 당연한 자유와 인권이, 그것을 빼앗긴 사람에게는 목숨과도 맞바꿔야 하는 절대적 가치"라고 호소했다. 정 씨는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2025 북한인권세계대회' 둘째 날인 23일, 포럼 강연자로 나서 자신의 탈북 경험을 전했다.
정유나는 현재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패널로 활동하며, 유튜브 '정유나 TV'를 통해 북한 사회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특히 북한 여성과 청년 인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눈과 귀, 입술, 손과 발로 세상과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을 잇는다"며 "그러나 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인간의 권리가 무자비하게 억압당하는 곳이 있다. 바로 내가 태어나고 자란 땅, 북한"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전하며 "제가 제 눈으로 한국 드라마를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6년에서 10년의 노동교화형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한류 음악을 듣는 순간, 제 귀를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연인에게 '오빠', '자기야'라는 말을 한번 내뱉는 것만으로도 6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권이란 단어는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술로 사랑을 고백하는 가장 일상적인 행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정유나는 북한 자강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특수부대 장교, 어머니는 체신소 교환수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충성과 복종이 강요되는 가정에서 자랐다"며 "부모님은 '너의 육체적 생명은 부모가 주었지만, 정치적 생명은 김정일 장군님이 주신 것이다'라고 늘 말했다. 그 말은 제 존재를 지워버리는 선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유로운 선택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내 꿈은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세뇌와 강요가 만들어낸 꿈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남한에 와서 처음 들은 한 아이의 말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는 "아이 한 명이 '저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눈물이 날 뻔했다. 북한에서는 그 한마디로 한 가정이 3대에 걸쳐 멸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유나는 "북한은 태어난 순간부터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고, 충성 여부에 따라 인간의 가치를 결정한다"며 "어린아이들조차 부모의 계급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교실에서도, 배급소에서도, 심지어 놀이 속에서도 아이들은 이미 신분을 의식하며 위축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숙교원대학 음악과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는 "그것마저 체제 선전을 위한 수단이었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없었고, 외국 도서나 외부 세계는 철저히 통제돼 있었다"고 했다.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회장(가운데) 등 국내외 탈북 인권 운동가들이 23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인권세계대회에서 연사들의 메시지를 듣고 있다.
그의 삶을 바꾼 것은 한국 드라마였다. 정 씨는 "처음에는 두려움 속에 봤지만, 드라마 속 세상은 너무나 달랐다. 자유롭게 꿈꾸는 사람들, 당당히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들, 국가가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인생을 결정하는 모습들... 그것은 내가 믿어온 모든 것들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나를 탈북으로 이끈 것은, 배우 장동건이 여권을 들고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는 장면이었다"며 "북한에서는 개인의 삶이 언제나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장면은 내 인생을 바꾸는 충격이었다"고 했다.
정유나는 "여권이 없는 유령의 신분으로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와야만 했다"며 "죽음을 각오하고 자유와 인권을 찾아 떠난 이상,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가야 했다. 그렇게 수많은 죽음의 문턱을 넘고 마침내 자유의 땅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서 10년 넘게 살아오며 배운 것은 분명하다"며 "자유와 인권은 이미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공기 같지만, 그것을 빼앗긴 사람들에게는 목숨과도 맞바꿔야 하는 절대적 가치"라고 말했다.
정유나는 끝으로 "자유와 인권은 가진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을 위해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가 그것을 빼앗겼을 때, 우리를 위해 싸워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진 선물이 아니다. 자유는 지켜야 할 약속이며, 반드시 나누어야 할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