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호주가 1인당 도박 손실액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사회 전반에 심각한 중독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호주기독교연합(Australian Christian Lobby, ACL)이 경고했음을 20일 보도했다. ACL 미셸 피어스(Michelle Pearse) 대표는 "2024년 한 해 동안 호주인들이 도박으로 잃은 금액이 약 320억 호주달러(미화 약 211억 달러)에 달한다"며 "불법 온라인 베팅과 지하 도박장을 포함하면 실제 손실은 훨씬 클 것"이라고 밝혔다.
피어스 대표는 "이 수치는 단순한 경제적 통계가 아니라, 가정이 붕괴되고, 자살과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비극의 그림자"라며 "중독에 의존해 번성하는 산업이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수년간의 의회 조사와 여론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혁은 멈춰 있다"며 "그 이유는 도박이 '거대한 사업'이기 때문이며, 너무 많은 권력층이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피어스 대표는 특히 호주 전역의 술집과 클럽, 호텔에 설치된 '포커머신'(슬롯머신)을 "절망을 착취하도록 설계된 중독의 도구"라고 비판했다. "이 기계들은 화려한 불빛과 '거의 이겼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효과음을 통해 이용자들이 계속 돈을 잃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 장비들은 특히 저소득 지역에 집중 배치되어 있어, 경제적 약자들이 가장 쉽게 피해를 입는다"며 "이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숨은 세금'"이라고 비유했다.
피어스 대표는 "기계는 3초마다 베팅할 수 있고, 한 번에 최대 10호주달러까지 걸 수 있어 한 시간에 수천 달러를 잃을 수도 있다"며 "베팅 한도를 1달러로 낮추자는 요구는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도박 피해 뒤에는 숫자가 아닌 사람의 삶이 있다"며 "이 산업은 사람의 중독을 먹고사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동과 청소년이 도박 문화에 점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비디오 게임의 '루트박스', 스포츠 베팅 광고, 인플루언서 콘텐츠 등이 도박을 정상화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의도적인 '유인'이며, 담배 회사들이 한때 청소년을 고객으로 길들였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경고했다. 호주연구소(The Australia Institute)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60만 명의 아동이 1,800만 호주달러(약 1,180만 달러)를 도박에 썼고, 18~19세 청년 절반가량은 2억 호주달러(약 1억 3,159만 달러) 이상을 잃었다.
피어스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며 정부의 무대응을 비판했다. 그녀는 "2023년 머피 온라인 도박 조사위원회(Murphy Inquiry)가 31가지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실행을 지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권고안에는 도박 광고 전면 금지, 사전 베팅 한도제, 국가 규제기관 설립, 아동 보호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론조사에서도 70% 이상의 국민이 '도박 광고 금지'를 지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업계와 미디어, 스포츠 단체의 압력 속에 '광고 축소'로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도박 광고를 줄이는 것은 담배 광고를 부분적으로 허용했던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해악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굳힌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정치인들과 주 정부는 도박 세수에 중독돼 있으며, 언론사와 스포츠 단체, 노동조합, 심지어 일부 교회까지 도박 기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개혁은 늘 미뤄지고, 그 사이 취약한 국민은 계속 착취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박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중독을 조장하는 산업"이라며 "전체 도박 산업 수익의 77%가 상위 5%의 문제 도박자에게서 나온다. 이는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 도덕적 시험"이라며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이익보다 우선시할 것인가, 아이들을 약탈적 산업으로부터 지킬 것인가, 정부와 기업이 취약한 사람을 보호할 것인가 착취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때 세계에서 흡연율이 가장 높았던 호주가 지금은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듯, 도박 개혁도 같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피어스 대표는 도박 피해를 줄이기 위한 6대 개혁안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도박 광고 전면 금지 △사전 베팅 한도 및 현금 없는 결제 카드 도입 △아동 보호 강화 △국가 차원의 통합 규제기관 신설 △도박의 공중보건 문제화 △정치권과 단체의 도박 수익 의존 탈피 등이 포함됐다.
끝으로 그는 "담배 광고가 위험해 금지됐다면, 도박 광고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국제 사례는 강제 한도제와 비현금 시스템이 도박 피해뿐 아니라 범죄자금 세탁까지 줄이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이제 정부가 용기를 내야 할 때"라며 "아이들을 지키고, 중독의 사슬을 끊으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