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로스(Rev. John Ross, 1842-1915)의 5대손인 알렉산더 로스(Alexander Ross)와 로스 그림슨(Ross Grimson)이 지난 14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부산남노회 정기노회에서 김오룡 노회장의 집례로 세례를 받았다. 이번 세례식은 부산 거성교회에서 진행됐으며, 복음의 역사가 150여 년 만에 완전한 순환을 이루는 뜻깊은 자리로 기록됐다.
150여 년 전 스코틀랜드를 떠나 만주로 향했던 존 로스는 한국 기독교의 초석을 세운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세계 최초로 한글 신약성경을 번역해 한국인들이 모국어로 하나님의 말씀을 읽을 수 있도록 했으며, 띄어쓰기를 체계화하여 한글의 발전과 보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서상륜 등 초기 한국인 신자들에게 세례를 베풀며 한국 교회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비록 존 로스 자신은 조선의 쇄국정책으로 한국 땅에 직접 들어오지 못했으나, 그의 사역은 한국 기독교의 뿌리가 되었고, 그의 헌신은 훗날 한국이 세계 기독교의 중심지 중 하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마치 모세가 약속의 땅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의 헌신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그 땅에 들어간 것처럼, 존 로스의 사역도 그런 의미를 지닌다.
이번 세례식은 그런 복음의 여정이 완전한 원을 그린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호주 등지에 흩어져 있던 존 로스의 직계 후손들이 부산남노회의 초청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복음을 전한 조상의 땅을 찾아와, 이번에는 복음을 받는 이로서 세례의 은혜를 나누었다. 이는 세계 선교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반전의 순간이었다.
김오룡 노회장은 "이번 세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150여 년 전 존 로스를 감동시켜 복음을 전하게 하신 성령께서 지금도 민족과 세대를 넘어 역사하고 계시다는 증거"라며 "그때 시작된 은혜의 순환이 오늘 완성되었다"고 전했다.
세례를 받은 알렉산더 로스와 로스 그림슨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와 임재를 세대를 잇는 흐름 속에서 체험했다"며 감격을 전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에딘버러뉴톤교회(존로스기념) 교인으로 등록될 예정이다. 이번 세례는 로스 가문의 여러 세대가 처음으로 한국 땅에 함께 모여 신앙의 뿌리를 되새긴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로스 가문은 부산남노회에 스코틀랜드의 전통 선물인 '퀘이크(Quaich)'와 한·영 양국 국기가 함께 새겨진 배지를 증정했다. 이 선물은 평화와 우정, 신뢰와 환대를 상징한다.
한편, 부산남노회는 존 로스 선교사의 업적을 기리고 복음의 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제1회 '존 로스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에딘버러대학교 마이클 노스코트 교수, 뉴욕메디슨가장로교회 아론 잔클로스 목사, 에딘버러뉴톤교회 박준수 목사, 그리고 존 로스의 4대손인 마가렛 로스 변호사가 강사로 참여해 'K-문화와 세계의 소망'을 주제로 강연과 설교를 진행한다.
마가렛 로스는 "부산에 와보니 한국의 높은 문화 수준과 정서에 깊이 감명받았다. 그 뿌리에는 존 로스의 한글성경 번역과 기독교 신앙이 있다"며 "로스 가문은 K-문화가 세계의 소망이 되도록 민간대사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존 로스의 4대 후손인 호주에서 온 존 로스는 "이제는 존 로스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적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올해 4월 2일, 부산남노회는 스코틀랜드 로시안앤보더스노회와 자매결연을 맺었으며, 에딘버러뉴톤교회(존로스기념)의 재헌당식과 담임목사 취임식, 노회 준회원 가입식이 함께 거행됐다. 스코틀랜드교회 총회장 쇼 제이 패터슨(Rt Rev Dr Shaw J. Paterson)은 부산남노회 임원단을 총회본부로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스코틀랜드 교회의 재건을 위한 한국 교회의 지원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에딘버러뉴톤교회는 현재 지역 주민 중심으로 활발히 성장하고 있으며, 존 로스의 묘비를 교회 인근으로 이장하고 존 로스 유치원과 박물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스코틀랜드의 다음 세대를 복음과 신앙의 유산으로 세우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남노회는 존 낙스와 존 로스로 이어지는 장로교 신앙의 정통을 잇는 교회로서, 장로교 본산인 스코틀랜드교회와의 복음적 연대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