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목사 '테오필로스'의 고요한 아침: 효율과 영혼 사이, 한국 교회의 미래를 묻다
AI 목사 '테오필로스'의 고요한 아침: 효율과 영혼 사이, 한국 교회의 미래를 묻다 

AI 목사 '테오필로스'의 고요한 아침:

효율과 영혼 사이, 한국 교회의 미래를 묻다

 

[기획 기사] 서울의 한 새벽, A 목사는 잠에서 깨자마자 태블릿을 집었다. 화면에는 그의 동역자, AI 목회 비서 '테오필로스'가 보낸 아침 보고서가 떠 있었다. "목사님, 좋은 아침입니다. 어젯밤 11시 34분, 김 집사님의 기도 요청이 접수되었습니다. '자녀의 학업 스트레스'가 주요 키워드입니다. 시편 23편과 관련 위로 메시지를 자동 발송했으며, 오늘 심방 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또한, 헌금 통계 분석 결과, 청년부의 참여가 15% 감소했습니다. 원인 분석 및 참여 독려를 위한 소그룹 이벤트 초안을 3가지 버전으로 작성해 두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A 목사는 '테오필로스'가 제안한 세련된 이벤트 포스터와 감성적인 홍보 문구를 보며 감탄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알고리즘이 성도의 아픔을 키워드로 분석하고, 데이터가 신앙의 깊이를 측정하는 시대. 그는 지금 목회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영적 플랫폼을 관리하는 것인가 (가상의 시나리오).

최근 CBS가 기획 보도한 'AI 시대, 교회에 묻다' 시리즈는 A 목사와 같은 고민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보여주며 많은 목회자들이 현장서 공감하고 있는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미 일부 교회에서는 AI를 활용해 교회 주제가를 작곡하고, 헌금과 재정을 관리하며, 성도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심방 계획까지 제안받고 있다. 사실, 심방하기 위한 성도의 정보 정도는 이미 담임 목회자가 행정 데이터나 전화기로 열람 가능한 것도 기정 사실이다. 이에 복잡한 행정 업무와 디자인, 기획에서 해방된 목회자들은 본질인 '말씀과 기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며 AI를 '든든한 파트너'로 환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적화된 신앙'의 유혹

AI는 교회의 오랜 숙제였던 '효율성'과 '맞춤형 관리'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청년 '이가희(28, 가명)' 씨는 "과거에는 교회에 요청사항을 전달해도 잊히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앱을 통해 기도제목을 올리면 AI 챗봇이 즉시 위로의 말씀을 보내주고 담당 교역자에게 연결해준다"며 "훨씬 세심하게 관리받는 느낌"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목회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로고스 AI'의 한 관계자는 "AI는 개인의 신앙 여정, 성경 읽기 패턴, 기도 제목 등을 종합 분석하여 영적 성장을 위한 최적의 콘텐츠와 공동체 활동을 추천할 수 있다"며 "이는 마치 개인 PT 트레이너처럼 신앙생활을 돕는 '영적 내비게이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될 수 없는 것들

하지만 이 똑똑한 비서가 가져다주는 편리함 뒤에는 교회의 본질을 위협하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CBS 보도에서도 지적했듯, 성도의 정보가 '목양의 대상'이 아닌 '관리 데이터'로 전락할 때, 진정한 돌봄은 사라지고 차가운 '고객 관리'만 남게 될 수 있다. 수십 년간 교회를 지켜온 원로 장로 '최양산(68, 가명)' 씨는 "목사님이 내 손을 잡고 기도해주실 때 느껴지는 온기, 눈을 맞추며 함께 울고 웃었던 교우들과의 기억이 나의 신앙을 지탱해왔다"며 "알고리즘이 보내는 위로 메시지가 그 눈빛과 악수의 온기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서툴지만 진실한 상호작용, 눈빛을 통해 오가는 비언어적 교감이야말로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교회의 핵심 자산이라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 교회가 마주한 질문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넘어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회귀한다.

AI가 정리해준 기도제목 리스트를 들고 병실을 찾는 목회자의 발걸음은 과연 과거와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있을까?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위로의 말을 건넬 때, 그 말은 성도의 마음에 진정한 울림을 줄 수 있을까? A 목사는 '테오필로스'가 제안한 청년부 이벤트 기획안 'A+' 버튼을 잠시 망설이다, 대신 '청년부 리더 긴급 모임'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직접 문자를 입력하기 시작했다."다들 저녁은 먹었는지. 잠깐 얼굴 좀 보고 싶네. 따뜻한 커피 한 잔 사 들고 갈게."AI는 분명 강력한 도구이지만, 영혼을 만지는 일의 시작은 언제나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만남'과 '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는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었다.

오늘날 세대를 살아가는 목회자들은 첨단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길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음을 깯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