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 그의 삶을 이해하는 데 있어 종종 인용되는 한 문장이 있다. ‘그의 방 한쪽에 놓여 있던 작은 책장에 단 세 권의 책만이 꽂혀 있었다’라는 문장 말이다. 링컨의 정규 교육은 고작 1년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일평생 자기 내면을 누구보다 잘 갈고 닦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의 방에 꽂혀 있었던 세 권이 무엇일까? ‘성경, 이솝우화, 그리고 셰익스피어’다.
[2] 이 간결한 목록은 링컨의 지적 배경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그리고 그 세 권의 책이 그의 신앙과 철학과 지도력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세 권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링컨의 정신을 세운 기둥이었고, 그의 신앙과 언어와 사고, 그리고 정치 철학의 원천이었다.
우선 링컨은 대부분의 예상과는 달리 기독교적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3] 어릴 때부터 독실한 신앙인으로 알려진 바도 없다. 링컨은 죽을 때까지 정식 교인이 아니었으며, 그가 사망할 당시 종교적 회의론자였는지, 아니면 기독교적 신앙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역사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가족과 함께 뉴욕 애비뉴 장로교회(New York Avenue Presbyterian Church)에 다녔다는 사실이다.
[4] 물론 그는 기성 교회가 요구하는 복잡한 교리와 교파적 분쟁에 동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정식 교인이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신앙 없이 세상을 떠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링컨의 삶과 연설에 성경적 사상이 깊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은 속일 수 없다. 분명 어릴 때부터 읽어왔던 성경은 그에게 단순한 종교 서적이 아니었을 것이다. 성경은 그에게 삶의 기준이자 도덕적 나침반이었다.
[5] 그의 연설문을 자세히 보면, 수많은 성경 구절과 사상이 녹아 있다. 예컨대,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그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유명한 문장을 남겼는데, 그 정신은 창세기의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라는 인류 평등사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또한 그의 제2차 취임 연설에서는 남북전쟁의 비극을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성경적 관점으로 해석하며,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6] 다음으로 링컨은 단순하고 분명한 언어를 구사한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그는 청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수사학적 장식’(Rhetorical device)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짧고 간결한 문장 속에 깊은 지혜를 담았다. 이러한 말하기 방식은 ‘이솝우화’에서 배운 것이었다.
이솝우화는 ‘간단한 이야기로 큰 교훈을 전하는 문학’이다. 링컨은 이를 통해 정치적 논쟁이나 복잡한 문제를 풀어갈 때 ‘비유와 이야기의 힘’을 활용했다.
[7] 예를 들어, 상대방과의 논쟁에서 곧바로 맞서는 대신, 우화나 짧은 이야기를 통해 상대를 웃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진리를 억지로 주입하지 않고, 은유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이솝우화는 링컨을 ‘이야기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그의 정치적 설득력과 대중적 인기를 이끌어낸 지혜의 원천이었다.
[8] 끝으로 링컨은 ‘셰익스피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영혼과 감정을 누구보다 깊이 탐구한 문학가’였다. 링컨은 가난한 농가의 소년이었지만, 셰익스피어를 탐독하며 인간의 내면과 삶의 비극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통해 권력의 허무함, 인간 욕망의 덧없음을 깨달았고, 동시에 웅장한 언어의 힘을 배웠다.’
[9] 그의 연설은 단순히 정치적 언어가 아니라, 문학적 울림을 담고 있다. 게티즈버그 연설의 압축적이고 장엄한 문장은 셰익스피어의 언어에서 배운 리듬과 호흡이 스며 있다. 셰익스피어는 링컨에게 인간의 본성과 비극을 이해하는 눈을 열어주었고, 그로 하여금 단순한 정치가가 아닌, 인간 영혼을 울리는 지도자가 되게 했다.
링컨의 책장이 세 권으로만 채워져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10] 비록 그가 많은 책을 소유하거나 독파하지는 않았지만, 그 세 권을 깊이 읽고 자기 삶과 사상으로 소화했다. 성경은 그의 도덕적 기초를 세웠고, 이솝우화는 그의 언어와 지혜를 다듬었으며, 셰익스피어는 그의 인간 이해와 문학적 감각을 길러주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책과 정보 속에 살아가지만, 정작 깊이 있는 독서를 하지 못할 때가 많다. 링컨은 많은 양이 아니라 ‘깊은 독서’(Deep reading)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1] 링컨의 작은 책장은 단순한 가난의 증거가 아니라, 위대한 정신의 산실이었다. 그는 성경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배우고, 이솝우화에서 ‘삶의 지혜’를 얻었으며, 셰익스피어에서 ‘인간의 비극과 언어의 장엄함’을 배웠다. 이 세 권이 모여 ‘링컨’이라는 한 위대한 인물을 빚어낸 것이다. 이 세 권은 내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오늘에 이르게 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나는 링컨을 링컨 되게 했던 바로 그 세 권 덕이라 말할 수 있다.
[12] 오늘 모든 그리스도인,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들에게 꼭 필요한 세 권의 책을 기쁘게 소개한다. 바로 링컨의 책장에 꽂혀 있던 ‘성경’, ‘이솝우화’, ‘셰익스피어’ 이 세 권 말이다. 성경에서 ‘복음의 진수를 캐내고’, 이솝우화를 통해 ‘청중들의 마음을 열어젖히게 하고’, 셰익스피어를 통해 ‘비극을 넘어 소망의 메시지를 멋지게 전하려 한다면’ 이 최상의 세 가지 무기를 반드시 장착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