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종교적 소수자들에 대한 탄압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한 소수 공동체는 신앙 포기 강요와 물리적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를 국민의 기본권 전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픈도어(Open Doors)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100가구 이상의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포기하라는 협박을 받고 있으며, 36건 이상의 폭력과 재산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힌두교, 불교, 아흐마디야 무슬림 공동체 역시 유사한 박해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도어는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전 총리의 퇴임 이후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부상하면서, 기독교인과 같은 소수종교 공동체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신앙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글라데시 힌두-불교-기독교 연합협의회(Bangladesh Hindu Buddhist Christian Unity Council)는 2024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수천 건의 폭력 사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방화, 성폭력, 살인, 강제 이주, 재산 몰수 등 다수의 심각한 인권 침해가 포함돼 있다.

볼커 튀크(Volker Türk)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해 10월, 방글라데시 내 분쟁 기간에 발생한 인권 침해 사건과 관련해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되면 그 공백을 급진적 이념 세력들이 채우게 되고, 가장 취약한 이들이 표적이 된다"며 "지금은 단순한 안보 차원을 넘어, 방글라데시 내 포괄적인 인권 위기를 다뤄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박해 감시단체 국제기독연대(CSI)의 조엘 벨드캄프(Joel Veldkamp)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최소 47건의 기독교 관련 시설(교회 포함)이 공격받았다"며 "지속적인 국제 모니터링과 유엔 인권기구의 사실조사단 파견"을 요구했다.

방글라데시는 현재도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으로 구성된 국가이며, 종교적 소수자들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정치적 혼란은 이러한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방글라데시 정부에 대해 즉각적인 인권 보호 조치와 함께, 법적·제도적 개혁을 통한 종교적 소수자 보호 체계의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 인권기구들은 피해자 구제와 실효적인 모니터링을 위한 국제 협력 방안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