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캄보디아,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등에 종자 지원
몽골에서 '옥수수 축산 혁명' 본격적으로 추진
2025년 침례교 통일선교포럼 참석 계기로 꿈 확장
고구려의 후손들이 발해를 열고 말 달리며 개척했던 땅. 20세기 초 독립군들이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을 걸고 동분서주하던 땅. 중국의 흑룡강성이다. 그 성의 제2 도시 치치하얼시에서, 등이 구부러진 한 노인이 야구 모자에 큰 손수건을 뒤집어쓰고 뙤약볕 아래 한 길 넘게 자란 옥수수 사이를 헤집고 있다. 올해 여든 살. 해방둥이로 한평생을 옥수수를 연구하며 살아 온 '옥수수 박사' 김순권이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큰 홍수가 해마다 발생하면서 흉년이 겹쳤고, 그 결과 기아로 죽어가던 북한 동포들을 구하고자 옥수수 씨앗을 들고 북한 땅을 오가던 때만 해도, 그는 탁월한 전문지식과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활활 타오르던 50대 장년이었다. 수년 동안 불철주야 연구하고 기도하고 북한 동포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 남한에서 성공한 수원 19호 종자를 북한에 맞게 육종한 '강냉이 19호'는 북한에서 놀라운 결실을 이뤄내, 말 그대로 죽어가던 동포 수백만 명을 살릴 수 있었다.
여기에는 한국교회의 헌금으로 구입돼 인천항에서 선적, 북한 남포항으로 실려 갔던 수만 톤의 비료 지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복음을 거부하는 북한 땅에서 붉은 십자가를 중심으로 교회 이름들이 적힌 포대에 그 비료들이 담겨 있었다는 점이다.
▲십자가가 새겨진 쌀 포대. ⓒ국제옥수수재단
김순권 박사는 해방되기 석 달 전, 지금의 울산 변두리 어촌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해방둥이다. 그가 다섯 살이 되던 해 한국전쟁이 터졌고, 북한에서 남부여대 피난 내려온 사람들 중에는 그가 살던 어촌으로 몰려든 이들도 있었다. 그의 집 마당을 빌려 쓰던 북한 아주머니가 전복 껍데기에 담아 건넨 것이 그가 난생 처음 맛본 흰쌀밥이었다. 이것이 북한과의 첫 관계였다면, 그 관계를 끊을 수 없게 만든 건 다섯 살 아래의 북한 출신 처녀를 아내로 맞은 일이다.
그의 아내 한은실 목사는 1.4 후퇴 당시 생후 8개월의 몸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을 놓치고 어머니 손을 잡은 채 흥남 철수에 성공했다. 김순권의 끈질긴 구애 끝에 이른바 '남남북녀' 커플이 성사됐다.
김 박사의 공헌 덕분에 식량난을 타개할 수 있었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특별히 이산가족인 한은실 목사의 가족 상봉을 허락했다. 그 결과 한 목사는 한 살 때 헤어진 언니, 오빠를 47년 만에 다시 만나는 감격을 누렸다. 이때 김 박사가 고집스럽게 김정일 위원장을 졸라댄 결과, 평양 방송을 통해 "고 김일성 수령의 유지를 받들어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한다"는 뉴스가 남한에도 전달됐다. 곧이어 정주영 회장이 소 떼를 이끌고 고향을 찾는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되며, 곧 통일이 이뤄질 것만 같은 가슴 벅찬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나 '카이로스'의 시간이 아니었던 탓일까.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됐고, 이후 코로나 팬데믹은 방북의 길을 더욱 막아버렸다. 그럼에도 김 박사의 옥수수를 통한 인류 공헌은 멈추지 않았다. 네팔, 캄보디아,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등에 옥수수 종자 지원을 이어 왔고, 이제는 칭기즈 칸의 유목 제국 땅 몽골에서 '옥수수 축산 혁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몽골은 기후 변화로 겨울이 더욱 혹독해지면서, 산업의 주축인 목축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2023~2024년 겨울엔 몽골의 7천만 두 가축 중 약 10%가 폐사하는 사상 초유의 피해가 발생했다. 방목 위주 축산 아래 겨울을 버틸 사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몽골의 춥고 건조한 기후와 토양에 적응한 옥수수 종자를 이미 개발해 놓았고, 이를 사일리지 사료로 가공해 가축들에게 먹이면 겨울을 충분히 나고, 영양 상태가 좋아진 염소들은 더 질 좋은 캐시미어를 생산해 몽골 산업도 부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든의 나이도 김 박사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듯하다. 이제 그는 중국, 몽골을 넘어 연해주까지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 2025년 침례교 통일선교포럼 참석을 계기로, 그의 북방 선교의 꿈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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