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다니엘 워터스의 기고글인 ‘하나님께서는 여러 길을 하나로 모으시며 전 세계 교회를 성경 번역을 위해 하나로 연합시키고 계신다’(God is converging paths and uniting the global Church for Bible translation)를 23일 게재했다.

다니엘 워터스는 Wycliffe USA의 글로벌 파트너십 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성경 번역가의 아들로 자란 필자는 평생 성경 번역 사역과 그 문화를 접하며 성장했다. 성인이 되어 부모님의 발자취를 따르기로 결심했을 때, 필자는 자신 역시 그들과 같은 개척자의 길을 걷게 될 줄로만 생각했다. 그렇게 필자는 지금까지 30년에 걸쳐 모든 사람에게 그들의 언어로 된 성경을 전하려는 사명에 전념해왔다.

그러나 현재 성경 번역 사역 안에서는 놀라운 일이 펼쳐지고 있다. 단지 부모님의 길만이 아니라, 다양한 길들이 아름답게 교차하고 있다. 한쪽에는 수십 년간 성경 번역 기관들이 축적해온 기초 작업이 있다. 언어학적 연구, 신뢰 관계의 형성, 번역이라는 인내의 수고가 쌓여 있는 것이다. 이 일은 부모님이 사랑하며 자신의 시간과 재능, 삶을 바친 일이자, 필자 또한 오랫동안 사랑해온 사역이다.

다른 한쪽에는 미전도 종족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한 지역 교회의 생기 넘치는 운동이 있다. 이 교회 지도자들은 지역에 대한 지식,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영적 열정을 갖추고 있어 세계 곳곳의 성경 번역 사역에 필수적인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지역 교회들은 자신들의 공동체를 위해 기초 작업을 수용하고 확장해가고 있으며, 성경 번역에 종사해온 필자와 같은 이들은 이러한 지역 교회의 비전과 열정을 통해 새롭게 방향을 잡고 재충전되고 있다.

그 결과로 맺어지는 협력은 성경 번역 기관이나 지역 교회가 단독으로 이루어낼 수 없는 놀라운 결실을 맺고 있다. 이는 하나님의 지혜와 타이밍이 드러나는 놀라운 장면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각자의 몫을 가지고 함께 모여,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그 말씀을 전하는 모습 말이다.

하나님의 마음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필자는 한 지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몇몇 목회자들과 만났다. 그들의 지역은 여전히 이동이 어려운 곳이라, 몇 명만이 모였다는 사실에 처음엔 실망감을 느꼈다.

그러나 하루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함께 “주의 성실하심 크시도다(Great is Thy Faithfulness)”를 세 언어로 조화를 이루며 찬양했다. 그 순간 필자는 깊이 깨달았다. 우리의 철저한 계획이나 수적 성과가 결실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사실이다.

한 목회자의 이야기는 이러한 진리를 더욱 실감 나게 했다. 수년 전, 그의 첫 딸이 태어날 때, 심각한 합병증으로 인해 의사는 그의 아내가 곧 죽을 것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라고 통보했다. 절망 가운데 그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그리스도인이 된 누이를 떠올렸고, 간단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누이는 즉시 시골 지역 교회 공동체를 기도로 동원했다. 심지어 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조차 전혀 모르는 이 여인을 위해 일을 멈추고 간절히 중보했다.

이 기도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나 의사가 방에서 나왔다. 그는 아내의 죽음을 알릴 거라 생각했지만, 의사의 입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 나왔다. “음식을 좀 주세요. 배고프다네요!”

이 기적의 결과로 그의 가족 모두가 즉시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그는 그 이후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했다. 오늘날 그는 자신의 지역 내 여러 언어 공동체가 성경 번역에 동참하는 것을 기대하며 사역하고 있다.

이 목회자가 성경 번역 운동에 동참하게 된 여정은 단 한 통의 간절한 문자가 낳은 기적의 열매였다. 이는 필자가 믿고 확신하는 하나님의 일하심 그 자체이다. 하나님은 죽음에서 생명을, 고통에서 목적을 이끌어내시며,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비범한 사명을 이루신다.

되돌아보면 필자 또한 깊은 변화의 여정을 걸어왔다. 처음 성경 번역 운동에 뛰어들었을 땐, 부모님의 유산을 이어간다는 생각이 중심에 있었다.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주로 필자와 같은 서구 선교사의 노력으로 성취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세계적 환경이 변함에 따라 우리의 방식 또한 바뀌어야 했다. 그 변화는 필자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필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새롭게 하셨다. 이제는 하나님께서 열방에 도달하시길 원하실 뿐 아니라, 그 일에 열방을 동참시키기 원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의 계획은 부모 세대의 충성된 헌신으로 세워진 교회들이 이제는 사역의 주체로 나서도록 여지를 마련하시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필자는 성경 번역의 초기 개척 모델이 지역 성도들의 활발한 동참으로 바뀌는 아름다운 진화를 목격하고 있다. 지역 교회가 자신의 공동체는 물론 세계를 위한 성경 번역 사역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단계는 놀라운 성숙의 증거이다. 지역 교회가 그 부르심에 응답하며, 기술과 열정을 갖춘 하나님의 도구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선교는 단지 열방에 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토착 교회가 말씀의 수혜자에서 전달자로 전환되는 놀라운 변화를 의미한다. 필자의 마음을 가장 깊이 움직이는 것은, 성경 번역 자체가 하나님의 성육신적 본성을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말씀이 각 문화와 언어 안에서 ‘살아 있는 존재’로 드러날 때, 하나님의 임재는 더욱 개인적이고 깊이 있게 경험된다.

이러한 변화를 계속 지켜보며, 우리는 하나님의 방식에 신뢰로 응답해야 한다. 결실을 이루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며, 그분은 배경이 어떤 사람이든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신다.

그러니 우리 각자가 스스로에게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사용하고 싶어 하실까?”라고 이렇게 질문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