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제 종교자유 정상회의(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Summit)가 6월 중순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돼 ‘아프리카의 연대: 대륙 차원의 종교자유 촉구’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 세계 대표단이 모였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페퍼다인 대학교(Pepperdine University), 종교자유연구소(RFI), 글로벌 평화재단(GPF)이 공동 주최했으며 각국 최고위 인사, 종교 지도자, 시민사회 단체, 법조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프리카에서의 종교 혹은 신앙의 자유(FoRB)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대륙이자, 종교적 동기에 의한 테러와 박해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이번 정상회의는 대륙 차원의 종교 자유 옹호 운동에 불을 지피는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지리아 전 영부인이자 이번 정상회의 공동의장인 올라 오바산조(H.E. Bola Obasanjo)는 “이 회의는 아프리카 역사상 중대한 이정표”라며 “신앙의 자유는 우리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연합을 강화하며, 민족의 영혼을 고양시키는 신성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오바산조 의장의 조국인 나이지리아는 최근 10년간 아프리카 내 종교 박해의 중심지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 오픈도어선교회(Open Doors)의 2025 세계 감시 목록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나이지리아에서만 3천1백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되고 2천8백30명이 납치되었으며, 르완다에서는 미등록 교회 규제 강화로 인해 4천여 개 교회가 폐쇄됐다.
오픈도어 이탈리아 지부장은 “32년간의 조사 동안 반기독교 박해는 꾸준히 증가해왔다”며, “2024년 역시 기록적인 박해의 해로, 전 세계 기독교인 7명 중 1명이 차별이나 박해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공공 영역에서 종교 자유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때”라고 말했다.
가톨릭 단체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악의 종교 박해를 경험하는 28개국 중 13곳이 아프리카 대륙에 포함돼 있으며, 여기에는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말리, 수단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미국 종교자유 담당 대사를 지낸 샘 브라운백(Sam Brownback) 정상회의 공동의장은 “이번 회의는 인권 증진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종교 자유는 인류 보편의 권리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퍼다인 대학교 짐 개시(Jim Gash) 총장은 “종교 자유는 인간 존엄의 기초이며, 이는 우리 대학의 핵심 사명 중 하나”라고 밝혔고, RFI의 데이비드 트림블(David Trimble) 회장은 “이번 회의는 아프리카 신앙 공동체를 위한 조직적 대응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의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 패널 토론과 세션들로 구성됐다. ‘종교 자유와 국가 규제’ 세션에서는 아프리카 각국이 종교 단체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을 강화하는 추세를 분석하고, 그 장단점 및 자율규제 대안을 논의했다.
‘아프리카 가치와 종교 자유’ 세션에서는 아프리카의 공동체 윤리인 우분투(Ubuntu:‘내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가 종교 간 공존과 자유의 문화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정의·통치 개혁, 다종교 협력, 청년 교육 등에 아프리카적 가치가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윤리 혁신가로서의 신앙 지도자들’ 세션에서는 영적 신념과 아프리카 전통의 집단 책임 의식이 결합된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이 사회적 연대와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임을 보여주었다. 특히, 청년 대상 프로그램, 디지털 플랫폼 활용, 종교 간 네트워크 구축 등 실천적 전략이 소개되었다.
케냐 필로메나 음빌루(Philomena Mbete Mwilu) 부대법원장은 헌법과 아프리카 전통 윤리에 기반한 정의 구현을 촉구하며 회의를 개회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종교 박해 생존자들이 직접 나서 구금, 차별, 망명 등 생생한 경험을 증언해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무슬림 개종자 무바라크 발라(Mubarak Bala)는 신성모독 혐의로 수년간 수감된 경험을 나누며, 종교 자유가 “도덕적 요구이자, 인류 보편의 기본 권리”임을 강조했다.
또한 ‘종교 자유 분쟁에 대한 사법적 혁신’ 세션에서는 아프리카 각국 대법원장 및 사법 인사들이 참여해, 대륙의 종교·문화 다양성에 부합하는 분쟁 조정 모델과 장기적 제도화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법계의 참여가 ‘제도적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