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온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24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기반한 '2024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의료용 마약류를 한 차례 이상 처방받은 환자는 중복 제외 기준 200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국민 10명 중 4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는 의미다. 환자 1인당 평균 약 96개의 마약류 의약품이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제 프로포폴은 전체 처방 환자의 56.6%인 1132만명이, 최면진정제 미다졸람은 38.2%인 764만명이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약물 모두 건강검진 시 수면내시경 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성분으로, 관련 검사 수요 증가와 함께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로는 50대 환자가 20.8%(415만명)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9.7%(393만명), 40대가 19.1%(383만명)로 뒤를 이었다. 이들 40\~60대 연령층이 전체 처방 환자의 59.5%를 차지했다. 식약처는 고령화의 심화와 의료 서비스 접근성 향상이 이러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의료용 마약류 처방 건수는 약 1억건, 처방량은 19억2663만개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수치로, 특히 10대 이하 연령층에서의 처방량 증가가 주목된다. 이 연령대의 환자 수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처방량은 5년 전 대비 약 1.9배 증가했다. 이는 ADHD 진단 증가와 그에 따른 치료제 처방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효능별로는 항불안제가 전체 처방량의 47.8%(9억2121만개)로 가장 많았고, 최면진정제(3억1222만개), 항뇌전증제(2억4614만개), 식욕억제제(2억1924만개)가 뒤를 이었다. ADHD 치료제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며 급격한 처방 확대세를 기록했다.
반면 식욕억제제와 진통제로 쓰이는 펜타닐(정제·패치 등)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식약처는 '사전알리미' 서비스와 펜타닐 처방 시 환자 투약 이력 확인 의무화 등의 정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기준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한 기관은 전국 4만8417개소로,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마약류를 처방한 실적이 있는 의사, 치과의사, 수의사는 11만4108명으로, 전년보다 95명 늘어난 수치다.
의료용 마약류 생산·수입·수출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16억6107만개, 수입량은 2억9075만개, 수출량은 1426만개로 각각 집계됐다. 전년 대비 생산량은 1억2128만개, 수입량은 4898만개 감소했지만, 수출량은 76만개 증가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연간 약 1억3000만건에 달하는 마약류 취급보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남용 예방 교육 및 의료기관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오남용이 의심되는 사례에는 적극 대응해 의료용 마약류의 안전한 사용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