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은 이달 초 ‘2007 미국 최고 여성 경영인’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올해는 작년 상위 50명중 12명이 순위 밖으로 밀려나고, 6명만 같은 순위를 지킬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급격한 변동에도 불구하고 2위는 제록스(Xerox) 앤 멀케이(Anne Mulcahy.54) CEO겸 회장이 3년 연속 이름을 올렸습니다.

멀케이 회장의 2위는 1위를 지킨 인드라 누이(Nooyi) 펩시콜라 회장만큼 빛났습니다. 경영능력과 리더십, 미모와 감성을 고루 갖춘 미국 열혈 여성들의 전장에서 3년 연속 2위를 지켰다는 점에서 그녀에 대한 재계의 신뢰를 엿볼 수 있습니다. 멀케이 회장이 지난 몇 년간 이룩한 성공은 ‘제록스의 기적’이라 불립니다. 7년 전, 멀케이가 CEO직무대행으로 갑자기 경영전면에 나설 당시 63달러에서 4달러대로 추락해 시가총액의 90%가 증발해 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맥시코지사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추적이 시작된 상황가운데 잔다르크처럼 등장하게 됩니다.

당시 CEO교체에 나선 제록스 이사회는 CEO내정자로 경영훈련을 받아오던 임원을 탈락시키고 시장담당대표였던 멀케이를 CEO직무대행에 선임하는 모험을 택했습니다. 열정과 정직함,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그녀가 주도한 프로젝트가 칼리피오리나가 이끌던 HP에 타격을 입힌 점 등을 높이 산 것입니다.

그녀 자신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소식이었습니다. 멀케이는 영문과를 졸업하고 복사기 판매원으로 제록스에 입사해 16년 동안 영업부문에서만 일해 왔습니다. 인사담당임원을 거쳐 시장담당대표로 승진했지만 CEO후보로 거론될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멀케이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유로 은퇴를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CEO직무대행에 오른 멀케이는 앞길을 비출 ‘빛’이 필요했습니다. 그녀는 안면도 없던 워런 버핏(Buffett)의 조언을 듣기위해 오마하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훗날 멀케이는 버핏의 투자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은 2시간가량 멀케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난후에야 입을 열었습니다. “CEO로 승진했다고 생각하세요? 절대 아닙니다. 당신은 오늘부터 전쟁터에 끌려갔다고 생각하세요. 당국자와 은행가 주주들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명이 당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당신 머릿속은 이 사람들로 꽉 차버릴 거예요. 하지만 일단 그들을 무시하세요. 그리고 당신 주위의 직원과 고객들이 회사의 문제에 대해 말하는 바를 유심히 듣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세요.”

버핏은 제록스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멀케이는 버핏의 조언을 실천했습니다. 그녀는 90일 동안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지사를 돌며 직원과 고객의 의견을 듣고, 처음 2년 동안을 단한주도 주말에 쉬지 않고 못 말릴 정도로 뛰었습니다. 직선적이고 솔직한 성격으로 남에게 도움요청 하는 것을 자존심 상하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채권단 56개 은행 중 기한연장에 동의하지 않는 2개 은행으로부터 끝내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그녀는 비정하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전체 인원의 40%까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밀어붙였습니다. 느슨했던 조직에 호조기가 돌기시작하고 남은 직원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비즈니스 재창조 작업을 통해 복사기 제조업체에서 종합문서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는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기업 내적인 혁신을 통해 파산직전의 기업을 대성공의 기업으로 만드는 과정에 가장 중요하고 힘든 작업은 자기 자신을 개혁하는 일입니다. 집요하게 괴롭히는 수백만 명으로부터의 정신적 압력을 이길 수 있는 자기 통제의 능력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믿음의 능력으로만 가능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