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년 연속 일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6624달러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1인당 GNI는 3만4500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추산돼, 한일 간 격차는 약 2140달러로 벌어졌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14년 3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1년째 3만 달러대에서 머물고 있다. 2021년에는 3만7898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2022년 3만5229달러로 감소했다가 2023년 3만6194달러로 반등했다. 반면 일본의 1인당 GNI는 엔화 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감소하면서 한국과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1인당 GNI는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후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원화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4995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2023년 1305.93원 → 2024년 1364.38원)으로 인해 달러 환산 기준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가 일본을 2년 연속 앞선 배경에는 환율 변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4.3% 절하됐지만, 같은 기간 엔화는 7.4% 절하되면서 일본 경제의 상대적 위축이 두드러졌다. 대만도 환율 하락 영향을 받으며 2023년 1인당 GNI가 3만5188달러에 머물렀다.
한국은 인구 5000만 명 이상 주요국 중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6위를 차지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경제 지형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올해 경제 전망은 다소 불투명하다. 국내 정치적 불안 요소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며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1인당 GNI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7년까지 1인당 GNI 4만 달러 달성을 전망했으나,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목표 달성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창구 한국은행 국민소득부장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 달성 시 환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IMF의 전망 이후 환율 변동성이 심화된 점을 고려하면 신중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