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은 구름 인파
독서 문화 퇴조, 인구도 감소
출판연감엔 차가운 출판 현실
양서 출간·보급에 희망 걸어

기독교출판소식 2025년 1월호에서 '텍스트힙과 출판연감'이라는 제목의 서리풀 통신(권두언)을 통해 편집인 옥명호 대표(잉클링즈)는 "글자(text)와 개성·멋스러움(hip)을 합친 신조어 '텍스트힙'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에 즈음해 여러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옥명호 대표는 "'읽는 것은 멋진 일'이라는 이 신조어는 MZ세대 젊은이들의 책읽기 열풍을 언급할 때 쓰이는 듯하다"며 "단순히 혼자 책을 읽고 SNS에 후기를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서 모임을 꾸리거나 참여해 책읽기 경험을 공유하는 젊은 세대의 적극적 독서 흐름과 분위기를 반영하는 용어인 셈"이라고 풀이했다.
옥 대표는 "그러나 '2024 한국출판연감'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신간 발행 종수는 32.1%가 늘어난 반면 신간 발행 부수는 25.4% 줄어들었다"며 "이를 두고 우리나라 출판 산업 구조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자리잡아간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면에는 독서 문화 퇴조와 독서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위기가 똬리 틀고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72.2%로, 10명 중 3명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으나, 10년 만인 2023년 독서율이 43.0%로 대폭 줄어 10명 중 무려 6명이나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 이는 기독 출판계도 예외가 아니다. 새해 목표로 자주 등장하는 '성경 읽기'를 제외하면, 신앙서적이나 기독교 도서 열독률은 더욱 떨어지고 있기 때문.
옥 대표는 "텍스트힙 '열풍' 기사와 달리, 출판연감에 담긴 출판계 현실은 차갑게만 느껴진다"며 "그럼에도 지레 낙망하기보다 힘써 희망하는 건, 양서 출간·보급에 변함없는 일념으로 경주하는 기독 출판인과 영업인, 서점인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말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 종교 코너 모습. ⓒ이대웅 기자
2025 기독 출판 트렌드 예상
출판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나간 2024년과 다가올 2025년 주요 키워드와 트렌드는 △불경기 등으로 도서 구매 감소 △스테디셀러 및 고전 강세 △한강 노벨상과 기독교 문학 가능성 △텍스트힙(text+hip)과 서울국제도서전 흥행 △독서모임 증가 및 활성화 △SNS·유튜브 인플루언서 △1인 출판사 약진 계속 △저자 세대교체 시작? △조직·교리에서 성서학 등으로 모아진다.
기독교출판협회(기출협) 박종태 대표(비전북)는 2025년 기독 출판 트렌드에 대해 "기독교 출판 역시 시국과 연관성이 없지 않다. 현재 예상치 못한 환경을 맞이해 어려운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IMF 때도 어려움 속에서 영성 도서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올해는 선교 140주년도 있으니, 기본적 신앙 성숙을 위한 서적들이 중심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기출협 총무 최규식 대표(아바서원)는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아오는 등 책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이런 분위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다"며 "1인 출판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조금 더 활발하게 움직일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기출협에서도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 박위·김기리(사회) 등 유명 인사들의 사인회를 열면서 심혈을 기울였고, 올해도 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생명의말씀사 서정희 편집장은 "평신도들은 성경을 잘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도서들을 준비하고자 한다"며 "어려운 시기에는 위로와 도전, 권면을 주는 도서들이 필요하고, 이런 책들도 기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엄마가 된 나의 신앙이야기>, <그리스도인답게 말하기>, <시간 관리도 영성이다>.
서정희 편집장은 "요즘 30-40대 기독교 독자들의 니즈가 예전에 비해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낀다"며 "현실에서 맞닥뜨린 여러 구체적인 문제들의 해답을 성경에서 찾고 싶은 욕구들이 강하다"고 귀띔했다.
서정희 편집장의 분석처럼, 최근 기독 출판은 단순 간증이나 설교집, 영성과 신학 중심에서 벗어나 이렇듯 변화하는 사회상과 독자들의 니즈를 감안해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이 발간되고 있다.
1인 가구 급증에 대비해 '싱글 사역'을 제시하는 <싱글 미니스트리>, 단순 자녀의 신앙적 양육을 넘어 신앙인 부모로서의 자세와 방법을 소개하는 <엄마가 된 나의 신앙이야기>, 젠더 이데올로기 확산에 의한 성(性) 관련 도서들, 신앙인으로서의 바른 언어 습관을 다루는 <험담, 그 일상의 언어>와 <그리스도인답게 말하기>, <부탁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시니어들을 위한 <인생 후반이 이렇게 찬란하다고?>와 <치매지만 하나님께 사랑받고 있습니다>, 영혼 못지 않게 중요한 육체 관리법을 알려주는 <홀리 바디>, 크리스천의 시간 관리법을 전하는 <시간 관리도 영성이다> 등이 출간됐다.
베스트셀러가 된 <읽는 기도>의 선전 역시, 기도 관련 서적을 여럿 읽어도 여전히 기도가 어려운 이들에게 '읽기만 해도 기도가 된다'는 제안 덕분으로 보인다.
1인 출판사 지우 이재웅 대표는 "올해 기독 출판 시장도 위축될 것 같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형국이 계속되다 보니, 기독교계도 계엄과 탄핵 등에 있어 시선이 양극화되고 있다"며 "이에 저희 출판사는 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학자들이 각자 의견을 피력하는 '퍼스펙티브 시리즈'를 시작한다. 부흥과개혁사의 '비교신학'이나 새물결플러스의 '스펙트럼' 시리즈와 비슷한 결"이라고 소개했다.
독서모임 북서번트 대표 이정우 목사도 "올해도 안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들,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신선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비목회자, 독서 모임들의 확대와 영향력 등 지난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독서를 장려하고 교회 속 크리스천 문화를 만들어가는 저자들이 등장하고 책들이 출판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홍동우 목사는 "해외에서 나온 유의미한 도서들이 예전보다 빨리빨리 번역되는 것 같다"며 "기독 출판계가 어려운 만큼, 도전을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저자나 장르가 비슷비슷해지고 있는데, 국내서 <복음을 들고 너에게 갈게>처럼 저자나 형식 등에 있어 도전적이고 참신한 시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복음을 들고 너에게 갈게>, <신들과 함께>, <영혼을 위한 싸움>.
국내외 저자, 세대교체 이뤄질까
이처럼 저자의 경우 기존 이재철·조정민·유기성·김기석·김병삼·이찬수 목사 등과 일반 출판사들에서 성경을 콘텐츠로 출간중인 김학철 교수를 비롯해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 조영민 목사, <새가족반> 이정규 목사, <팀 켈러의 유산> 고상섭 목사, <하나님의 성격 수업> 서창희 목사 등처럼 주목받고 있던 젊은 저자들 외에도, 새로운 저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복음을 들고 너에게 갈게>의 배준영 목사를 비롯해 〈Re: 성경을 읽다>와 <신들과 함께>의 이상환 교수, <영혼을 위한 싸움>, <섭리하심>, <다니엘 21일 금식기도> 등 2024년에만 3권을 발간한 선한목자교회 김다위 목사,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나님의 DNA> 등을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올린 최상훈 목사, <다시 성경을 찾아줘> 정석원 목사 등이 사랑을 받았다.
해외에서도 '저자 세대교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별세한 팀 켈러를 비롯해 존 프레임, 오스 기니스, D. A. 카슨, 존 파이퍼, 필립 얀시, 릭 워렌, 맥스 루케이도 등 잘 알려진 저자들이 70세를 넘어섰기 때문.
해외 저자들 중에는 2024년 본지 '올해의 책'에 선정된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 사디어스 윌리엄스, 〈24시간 나의 예수와> 존 마크 코머, <기다림은 낭비가 아니다> 마크 브로갑, <험담, 그 일상의 언어> 제프 로빈슨, <그리스도인답게 말하기> 캐롤린 레이시 등이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누가 '포스트 팀 켈러'가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25년 2월 미국에선 〈24시간 나의 예수와>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옷을 갈아입은 고전들. 왼쪽부터 <천로역정>, <하나님의 임재 연습>.
기독교 고전, 현대적 변신 눈길
복있는사람, 올해는 시몬 베유
고전 열풍, 성경 관련 작품으로
일반인에 기독교 전달 기회로
스테디셀러와 함께 '기독교 고전'에 대한 관심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2024년에는 익숙한 고전 내용을 보존하면서, 요즘 그리스도인들의 '취향'에 맞게 다소 변화를 주는 시도들이 호평을 받았다.
사자와어린양에서는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새롭게 번역하고 일러스트판과 명화판으로 나눠 제작했다. 출판사는 고전을 'Reborn Classic' 시리즈로 계속 발간할 계획이다. CUP 출판사도 <천로역정> 삽화를 곁들이고 별도 보드게임판을 제작해 좀 더 실감나는 '천로역정'을 재구성했다.
'기독교 고전'에 대한 여전한 수요와 관련해, 난해하고 방대한 분량 탓인지 기독 출판에서 아직 활발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나 토마스 아퀴나스, 마르틴 루터나 존 칼빈, 키에르케고어 등을 좀 더 쉽고 가볍게, 오늘날 취향과 감성에 맞는 편집으로 재구성해 전달하는 시도도 해봄직하다.
2024년 <체스터턴 대표작 시리즈>로 본지 '올해의 책'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고전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복있는사람 출판사는 올해 초부터 20세기 여성 철학자이자 행동하는 신앙인이었던 시몬 베유의 <신을 기다리며>를 출간하며 '고전 읽기' 배턴을 잇고 있다.
▲천로역정(CUP) 초판 구매자들에게 선물한 보드게임.
예스24도 2024 베스트셀러 분석에서 일반 종합 분야에서 '고전의 힘'이 돋보인 한 해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쇼펜하우어 관련서는 2023년 15권에서 2024년 51권으로 종수와 판매 모두 크게 늘었고, 아이브 장원영이 추천해 역주행 중인 <초역 부처의 말>, 니체의 사상을 쉽게 풀어낸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도 사랑을 받았다고 풀이했다.
이 같은 고전 열풍을 통해 비기독교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잘잘법' 김학철 교수(연세대)의 <지혜문학>처럼, 성경을 경전이나 고전처럼 일반인들에게 자기계발서 또는 '하루 한 구절 읽기' 같은 형태로 전달하는 콘텐츠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튜브 삼프로 종교 특집이나 1백만 지식 유튜버 '너진똑'의 회심 등 '인문학으로서 기독교', '고전으로서 성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이와 함께 고전 속 명문장들을 읽고 쓰는 '필사' 관련서 판매가 전년 대비 165.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필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성경을 비롯한 기독교 고전 필사 도서들이 늘어날지 관심을 모은다. 시중 일반 필사 도서 시장에도 '성경'을 충분히 내놓을 만하다.
'트렌드 서적'도 갈수록 종수가 늘고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2022년 발간된 <한국 교회 트렌드 2023> 이후 지난해 <한국 교회 트렌드 2025>를 비롯해 <목회트렌드 2025>, <설교트렌드 2025>, 〈2025 다음 세대 목회 트렌드>, 〈Z세대 트렌드와 한국교회 2025>, <한국교회 3040세대 트렌드> 등이 잇따라 발간됐다.
▲세분화된 트렌드 도서들. 왼쪽부터 <목회트렌드 2025>, 〈2025 다음세대 목회 트렌드〉, 〈2025 Z세대 트렌드와 한국교회〉
한국교회 및 다음 세대 위기를 반영한 이러한 트렌드 서적 홍수의 '트렌드'도 계속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통계 및 설문 전문가인 톰 레이너 박사가 <죽은 교회를 부검하다>, <살아나는 교회를 해부하다> 등 단순 분석을 넘어 대안까지 제시하는 <우리 교인 다 어디로?>를 펴낸 바 있다.
이 외에 일반 분야에선 활발한 TV나 유튜브 등 각종 콘텐츠나 SNS·인플루언서 등과의 상호 작용이 늘어날지도 관심사다. 지난해에는 CGN 방송 콘텐츠를 담은 <바울로부터>, <갓스툰 창세기> 등이 두란노에서 출간된 바 있다.
기독 출판계에서는 주로 강연이나 설교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고 있는데, 유튜브 등 방송 콘텐츠와의 협업도 늘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플루언서의 경우 일반 분야처럼 판매량을 넘어, 기독교 관련 내용들을 쉽게 풀어놓은 콘텐츠들을 책으로 엮을 경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고태석 대표는 "많은 구독자들을 보유한 기독교 인플루언서들의 책은 판매량을 보장하다 보니, 출판사에서도 앞다퉈 출간하려는 것 같다"며 "유명 인플루언서일수록 더욱 신중하고 치밀한 기획과 글쓰기 준비가 필요하다. 기독교 책은 어쩔 수 없이 '기승전 하나님'일 수밖에 없는데, 비슷한 책들만 양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고 대표는 "기독 출판계에서도 세상 사람들에게까지 실질적 도움이 되는 주제를 담은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2025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또 이미 많은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챗GPT를 비롯한 AI 관련 서적의 경우 기존 신학적·윤리적 영향 등을 짚어보는 'why' 중심의 논의를 넘어, 설교나 소그룹 등에서 빠르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제시하는 'how'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