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현실이 된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한반도 안보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미동맹'이 정치적 동맹을 넘어 기독교적 동맹이란 주장이 교계에서 나왔다. 가치보다 눈에 보이는 이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 '한미동맹'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역사적으로 한국과 미국을 연결해 준 기독교 복음주의에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23일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 등 3개 단체가 주최한 제31차 감리회 거룩성 회복세미나에서 박명수 박사는 '트럼프와 한국 기독교 전망'이란 제목의 발제에서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라며 "이보다 훨씬 이전에 미국 개신교의 최대 성공적 선교지였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은 정치적 동맹을 넘어 기독교적 동맹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의 이런 언급은 140년 전 미국 선교사들이 내한해 전파한 복음이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가 된 점과, 6.25 전쟁에서 미군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북한 공산주의에 맞서 피 흘려 함께 싸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정전협정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 건너가 오늘의 '한미동맹'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북한의 전쟁 도발 위협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경제부흥과 함께 선교 역사상 유례없는 복음의 확장이 이뤄진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한미동맹'을 기독교적 동맹으로 해석한 논점의 근거는 한·미 두 나라 사이에 군사·안보적 연결고리인 '한미동맹'이 역사적으로 기독교 복음의 가치를 공유한 두 나라 사이에서 영적 통로 역할을 한 점에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흔들리기보다 기독교 복음주의에 입각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박 박사는 미국 복음주의 네트워크와의 밀접한 연대를 제시했다. 미국 복음주의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의 복음주의 통치철학 노선에 우리 정부가 보폭을 맞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선 미국이 국제질서 유지와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한 가치 외교에서, 이익 실현을 위한 거래 외교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란 단적으로 말해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외교 군사 안보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정책이다.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중단해 러-우전쟁을 빨리 끝내겠다고 하거나 주한미군 주둔 대가로 한국 정부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큰소리친 것도 그런 차원이다. 

그런데 '미국 우선주의'를 경제적 셈법으로만 풀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부분도 포함되지만 미국 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를 몰아내고 기독교 복음정신을 회복함으로써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이자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강대국이지만 최근 낙태와 마약, 동성애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독교 복음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를 이토록 타락하게 만든 주범으로 'PC주의'를 지목하고 있다. 

'PC주의'란 성별, 인종, 종교, 성적 지향, 장애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가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보호하려는 사회적 시도를 말한다. 특정 사회적 그룹이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을 피하고, 포용적인 언어와 태도를 유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종교다원주의와 동성애, 트렌스젠더를 옹호하는 운동으로 변질되면서 기독교를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해 각종 범죄와 사회악에 무감각하게 만든 게 오늘 미국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법원이 동성애 커플을 부부로 인정해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건 대한민국 사법부가 'PC주의'에 무장해제당한 걸 의미한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 민주당과 진보 정당 의원들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안이 기독교계와 국민적 저항에 막혀 뜻을 꺾은 듯하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입법부와 행정부까지 장악하는 날이 현실이 된다면 'PC주의'의 실체인 동성애에 온 대한민국이 잠식당하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별"만 인정할 것이라고 한 건 매우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미국 내에 만연한 'PC주의'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의 발로인 동시에 미국을 건국한 선조들의 복음 정신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복음 가치의 회복 선언이기도 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이런 가시적인 변화는 70여 년간 동맹으로 맺어진 우리나라에도 큰 변화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 두 나라 관계는 안보 군사협력을 초월해 기독교 복음 선교사를 파송한 나라와 피 선교국 이라는 영적 뿌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전략적 동맹을 넘어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함께 피 흘려 싸운 전우이자 동지라는 특별한 배경과 역사를 공유하게 하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따라서 흔들릴 수도, 흔들려서도 안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한민국과 미국이 전 세계에 자유민주주의와 기독교 가치를 견지하는 복음적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