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문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경제학상 수상자들과 함께 블루카펫을 밟으며 입장했다.
시상식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수상자들에게 메달과 증서를 수여할 때마다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한강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되어 상을 받았다.
◈한강, 문학상의 의미와 작품 세계
아스트디르 비딩 노벨재단 이사장은 시상식 개회사에서 한강을 소개하며 "한강 작가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심도 있게 탐구했다"며 올해 문학상의 특징을 설명했다. "올해 문학상은 인간 존재의 깊은 고통과 변화를 탐구하며, 그 심연이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점에서 인류의 치명적 상태를 비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학상 시상 연설은 스웨덴 소설가이자 한림원 종신위원인 엘렌 맛손이 맡았다. 맛손은 한강의 작품에서 '흰색'과 '붉은색'이라는 두 색깔이 상징하는 바를 설명하며, "흰색은 슬픔과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며, 붉은색은 삶과 고통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강의 작품에 대해 "매혹적으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잔혹함과 상실감을 표현하며, 그 속에서 역사적 경험을 되짚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1년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눈보라 속에서 서사적 자아가 죽은 자들의 그림자와 상호작용하며 진실을 추구하는 여정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소감 발표
한강은 시상식 후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만찬에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며,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체온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로 "언어의 '실'을 따라 다른 마음 깊은 곳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왔다"고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한강은 여덟 살 때 쓴 시집의 한 시를 회상하며, "문학은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와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묻는 언어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탐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상의 의미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121번째이자 여성 작가로서는 18번째 기록으로 역사적인 순간을 장식했다. 오는 12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밤'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