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Photo : 기독일보) 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두 번째는 같은 가사를 가지고 곡을 썼지만, 자비로운 하나님이 죽은 이를 받아들이며 위로와 평안, 영적 해방이라는 개념에 더 초점을 맞추어 곡을 쓴 작품들이 있다. 이들은 낭만 후기 작곡가들로서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 1845-1924)의 Requiem in D minor, Op 48과 모리스 뒤플레(Maurice Durufle,1902-1986)의 Requiem Op.9를 들 수 있다.

(1)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 1845-1924)의 Requiem in D minor
포레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 확실치 않지만 1885년 아버지의 죽음과 2년 후인 1887년 새해 전야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1890에 오늘의 곡으로 완성되었다.
이 곡은 깊은 신앙인을 반영하듯 영성이 물씬 풍기는 선율이 돋보인다. 프랑스의 서정성이 넘치고 화성이나 악기 편성도 교회음악의 전례에 잘 어울리는 예술적 깊은 감동을 준다. 전통적 어두움의 색채를 띠기보다 밝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2) 모리스 뒤플레(Maurice Durufle,1902-1986)의 Requiem Op.9
뒤플레가 남겨놓은 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곡을 썼다. 이 곡은 곡 전체를 그레고리안 선율의 교회 선법을 중심으로 쓰면서 전형적 신고전주의 작곡자 면모를 보게 된다. 극적인 효과를 내는 ‘진노의 날’(Dies irae)을 생략하고 ‘인자하신 주 예수여’(Pie Jesu) 와 ‘천국으로’(In paradisum)를 삽입시켜 어두운 느낌이 아닌 평온함을 표현했다.

세 번째는 작곡가가 기존 라틴 가사 이외에 다른 가사를 추가하여 그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이 쓴 전쟁 레퀴엠(War Requiem, Op.66) 을 통해서 볼 수 있다. 그는 특정한 한 사람의 죽은 영혼을 위로한다기보다 전쟁에서 희생당한 무명의 전사 자들을 위로하고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갈망을 갖고 곡을 쓰게 되었다. 보다 근본적인 동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14세기 건축물이 파괴된 후 새로 지어진 코벤트리 대성당(Coventry Cathedral)의 봉헌을 기념하기 위해 위촉된 작품으로 1962년 1월에 작곡이 완성되었고 그해 5월 30일에 초연된 곡이다. 브리튼은 의식화된 라틴어 텍스트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전쟁의 참상을 폭넓게 진술하기 위해 윌프레드 오웬스(Walfred Owen, 1893-1918) 의 전쟁 시를 첨가했다. 이를 통해 전형적 라틴 텍스트에 기초를 두고 영어 텍스트를 부분적으로 더하게 되었다.

3) 텍스트에 대한 이해
레퀴엠에 사용된 라틴 텍스트는 일반적 미사 형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 여기에 죽은자들을 하나님의 자비로 구원해 주실 것을 아뢰는 것이 중심이 되어 구체적으로 인간들이 심판의 두려움에서 출발하여 천국의 소망을 꿈꾸게 하는 과정으로 길게 전개되어 있다. 작곡자들은 모든 텍스트를 사용하여 작품을 쓰지 않고 작품의 성격에 따라 부분적으로 텍스트를 빼고 거기에 곡을 붙이게 되었다. 전체 열 두 부분으로 텍스트가 펼쳐지는데 필자는 이를 아홉 개 부분으로 축약, 구성하여 설명하려 한다.

(1) 입당송, 키리에, 응답송, 트락투스 (Introitus, Kyrie, Gradual, Tractus) - 모든 작곡가들이 사용하는 텍스트로 처음 시작에 영원한 안식을 선포하는 레퀴엠 가사를 담는다. 이어 일반 미사통상문 키리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를 넣어 일반적 미사 양식을 나타낸다. 세 번째로 응답송이 나타나 영원한 안식을 다시 한번 선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결하며 레퀴엠에서 사용하지 않는 알렐루야 대신, 주님께 용서를 구하는 (Forgive O Lord) 텍스트로 마무리하게 된다.

(2) 부속가 (Sequentia ) 부속가라고 하는 시퀀스는 심판의 날을 주제로 죽음의 두려움과 공포, 인간의 나약함 속에 구원을 사모하는 기도로 총 19개의 내용을 담아 내었다. 요약을 하면 “이날은 분노의 날”로 시작하여 나팔을 불며 심판을 알리는 장면, 죽음의 공포, 심판의 날에 전능의 왕 앞에서는 두려움, 복음의 주체가 되시는 주님 앞에 자비를 구하는 기도, 죄책감의 두려움,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흘리는 눈물, 등으로 연결되다가 마지막으로 그러므로 “하나님이여 이 사람을 살려주소서”라는 기도로 종결하게 된다. 작곡자들은 이 시퀀스를 부분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포레나 뒤플레는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3) 봉헌송(Offertorium)- 전통적인 미사 고유문으로 “영광의 왕 되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주님께 찬양으로 영광 돌립니다” 라는 가사로 베르디의 레퀴엠에서 네 명의 솔로이스트 만을 등장시켜 이 부분 가사 전체를 소화해 낸 것이 특징이다.

(4) 거룩, 복 있으리라(Sanctus, Benedictus) 전형적인 미사 통상문에서 나타나는 형식으로 거룩, 높은 곳에 호산나, 복 있으리라” 라는 가사로 전개되며 대게 모든 레퀴엠을 쓴 작곡가들은 대게 이 부분은 화려한 푸가 형태로 곡을 쓰게 된다.

(5) 하나님의어린양( Agnus Dei) 미사통상문으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의 가사를 갖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미사의 가장 마지막 부분으로 불리게 되지만 레퀴엠 에서는 중 후반부에 나타나게 된다.

(6) 성찬식(Lux Aeterna) 레퀴엠 미사 가운데 성찬식을 알리는 전주곡으로 “주님께서 영원한 빛으로 그들에게 비추게 하소서” 라는 텍스트를 담고 있다.

(7) 자비의 예수(Pie Jesu) 레퀴엠에 사용되는 중요한 모텟 형태의 음악으로 만들어지며 “자비로운 예수여 저들에게 안식을 허락하소서” 라는 텍스트를 가지고 있으며 보편적으로 작곡가들은 소프라노 솔로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만들거나 소프라노 솔로와 합창을 대비시켜 대화체 형식으로 텍스트를 전개한다. 포레나. 뒤플레가 작곡한 이 곡들은 아주 아름다운 멜로디를 구사하여 레퀴엠의 무거움을 소망과 기쁨으로 전환 시키게 하였다.

(8) 응답송(Libera me) 대체적으로 레퀴엠의 가장 마자막에 놓이는 부분으로 이것은 가톨릭 교회의 사제실에서 부르는 응답송으로, 죽은 자를 위한 사죄의 예식인 진혼 미사 직후와 매장 전 관 옆에서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는 예식이다. 텍스트는 ”주여, 저를 구하소서” 라는 외침으로 시작되며 긴 푸가 형태로 음악적 화려함속에 음악의 종결을 맞이하게 된다.

(9) 후주(In Paradisum) 레퀴엠의 후주 부분으로 자주 사용되지 않으나 가사의 내용은” 천사들이 당신을 천국으로 인도하고 그들이 합창으로 맞이하기를 바랍니다” 라는 텍스로 되어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