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않으시고....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받으시는 줄 깨달았도다.” (사도행전 10:34-35)

 오래 전에 구라파 여행을 할 때 영국에 갔었습니다. 영국 런던 히드로(Heathrow) 공항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하는데, 세 개의 간판이 공중에 걸려 있었습니다. 맨 왼쪽에 UK(United Kingdom), 가운데 Commonwealth, 그리고 오른쪽에 Others라 써 있었습니다.

 United Kingdom은 England, Wales, Scotland, Ireland로 소위 영국이고, Commonwealth는 옛날 영국의 식민지 나라였던 호주, 캐나다, 인도를 비롯해 아프리카 여러 나라 등 17개국입니다. 그리고 맨 오른쪽 Others는 그 이외 모든 나라들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 시민인 필자는 Others에서 소속을 받고 입국 했습니다.

 세계 제일의 나라 미국 시민도 영국에서는 기타 나라로 취급하더군요. 점잖게 말해서 ‘기타’지 심하게 말하면 ‘잡종 나라’라는 말이겠지요.

 미국에서 인종을 구별할 때, White, Black, Hispanic, 그리고 Others로 되어 있습니다. Korean은 당연히 Others에 속합니다. 미국에 사는 아시안은 전체 인구의 6% 밖에 되지 않으므로 그렇게 분류할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 피부색이 노랗다고 흑인들을 차별하지만, 백인들의 눈에는 아시안도 여전히 Colored People에 속합니다.

 한국 교수 한 분이 1969년, 미국에서 유학할 때 겪었던 이야기를 쓴 것을 읽었습니다. 주일에 예배를 드리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미국 장로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교인 모두가 백인들이고, 유색인종은 자기 두 부부 뿐이었습니다.

 몇 주일 예배를 드렸는데, 그들 곁에 와서 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떤 주일에 담임 목사가 예배가 끝난 후에 교인들과 인사를 나눈 후, 그들 부부를 사무실로 불러서 정중하게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사과인지 알지 못했으나, 늘 옆자리가 비어 있는 일에 대해 사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부부는 더 이상 이 교회에 나가지 않고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유일한 한인교회를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가서 예배드렸습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1955년, 텍사스 주립대학에 유학 온 K교수가 한번은 버스를 앞문으로 타려고 하니까 운전기사가 뒷문으로 타라고 말했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기사는 앞문은 백인들만 타게 되어 있고, 흑인은 뒷문으로 타야 한다고 해서, 나는 황인종인데 왜 뒷문으로 타야 하느냐고 물으니까, 백인이 아닌 사람은 모두 뒷문으로 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텍사스 주를 비롯해서 11개 남부 주는 수정 헌법을 인정하지 않고, 인종차별을 유지하는 “동등하지만, 분리한다.”(Equal but Separate)라는 차별 법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흑인들은 공중 화장실, 공원, 극장, 학교, 주차장, 기차, 버스, 엘리베이터 등에서 차별을 받았습니다.

 1968년에 이르러 이 법은 폐지되었지만, 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일상에서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은 차별은 태도나 말씨, 시선에서 느낄 수 있지요. 인간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인간 차별 의식은 법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나의 아들이나 딸이 흑인 남자와 혹은 흑인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면 여러분들은 흔쾌히 허락 할 수 있습니까? 못한다면 여러분은 흑인을 차별하는 것입니다. 2,000년 전에 바울 사도가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라고 선포했지만,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유대인과 헬라인(이방인), 남자와 여자의 차별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한 가족으로 여기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장벽을 넘어서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참 어려운 문제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성령님의 역사하심을 힘입어 차별의 장벽을 넘어서야합니다. 기도 많이 합시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