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사에서 미국의 복음주의 개신교인 중 단 2%만이 ‘복음주의자(Evangelical)’라는 용어가 일부 또는 전적인 정치 용어로 정의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달 초, 복음주의 여론조사기관 ‘그레이매터리서치’(Gray Matter Research)와 ‘인피니티콘셉츠’(Infinity Concepts)는 미국 복음주의 신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꼬리표를 넘어: 복음주의 정체성 밝혀내기>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작년에 온라인으로 실시되었으며, 총 1010명의 복음주의 개신교인이 참여했다.

보고서는 “오직 2%만이 복음주의자를 정치적 보수주의자이거나,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 혹은 공화당원으로 정의한다”며 “따라서 다른 사람들은 이 용어를 정치와 혼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복음주의자들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복음주의자 중 39%는 이 용어를 “전도에 초점에 둔다”라고 정의했으며, 34%는 “특정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고 답했다. 약 14%는 복음주의자가 “신앙을 우선시한다”고 밝혔으며, 8%는 “경건한 삶을 산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또한 복음주의자라는 용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신자들 중에도, 이 용어를 정치적으로 정의하는 사람은 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복음주의 공동체가 여전히 당파적 꼬리표와 연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것은 복음주의자들을 특정 정치적 입장과 연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 복음주의자를 그저 정치적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원들은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응답자들을 “성경은 내가 믿는 것에 대한 최고의 권위이다”, “비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도록 권유하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나의 죄를 사할 수 있는 유일한 희생 제물이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구주로 믿는 자만이 하나님이 거저 주시는 영원한 구원을 선물로 받는다”에 모두 동의하는 사람들로 간주했다.

이것은 2015년 전미복음주의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 NAE)가 복음주의자를 정의한 네 가지 요건이다. NAE는 미국의 40개 교단과 4500개 이상의 교회를 대표하고 있다.

반면,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개신교인 중 상당수는 자신이 그 용어로 불리기를 거부했다. 보고서는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개신교인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지 묻는 경우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는 용어를 선택한 사람은 2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응답자 중 61%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는 용어로 자신을 설명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39%는 이 용어를 자신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내에서 복음주의자라는 용어는 맥락과 의미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많은 주류 언론이 복음주의자나 신앙 회복주의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며 논란을 지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복음주의 여론 조사 기관인 ‘바나’(Barna)는 1000명 이상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복음주의 공동체를 설명하는 수 있는 형용사를 선택하도록 요청했다.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된 용어는 ’종교적 보수주의’가 37%, ‘정치적 보수주의’가 27%였다.

바나는 이 결과가 복음주의자들이 주로 자신을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연령이 높은 높은 백인 응답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2018년 5월에는 전미복음주의협회가 복음주의자라는 용어를 정치적이 아닌 영적 시각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미국 내에는 수백만 명의 우리가 있고,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훨씬 더 많은 수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곳, 투표 방식, 교육 수준 또는 심지어 지역 문화적 표현에 따라 구분되는 하위 그룹들이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각 그룹은 특유한 신념과 실천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서로에게 낯설거나 불편할 수 있다”라며 “때로는 이러한 하위 그룹이나 지도자들이 그들 간에 합의, 연결 또는 의사소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복음주의자의 대표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