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의 미션은 무너진 예루살렘 성을 재건하는 것이었다. 이 미션을 이루기 위해 그는 수산 궁에서부터 기도로 준비하였다 (1장). 하나님은 손길은 운명처럼 이방 왕의 마음을 움직여 느헤미야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자신의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제공하게 하였다.
오랜 여행 끝에 예루살렘에 돌아온 느헤미야 그는 도착한 지 사흘 만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한 밤 중 은밀하게 그가 성벽의 상태를 점검한 것은 그의 영혼 속에 자신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한 열정이 얼마나 불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이 본 것에 근거하여 큰 그림을 완성했는지, 느헤미야는 드디어 사람들을 향해 예루살렘 성을 건축할 것을 촉구했다(2장). 그리고는 바로 예루살렘 성벽이 중수되는 모습이 느헤미야 3 장에서 펼쳐진다.
비전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비전을 타인에게 호소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비전을 이루는 일에 동참하게 하는 것은 오직 탁월한 리더만 할 수 있다. 느헤미야 3 장은 이 일이 느헤미야 혼자의 힘으로 되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여 이 일을 이루었다. 성벽의 어떤 부분을 누가 어떻게 중수하였는지 동역자들의 이름과 출신성분 및 직책이 기록되어 있다. 연합된 노력의 결과이며 느헤미야의 리더십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리더십이 본질 중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항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생겨난다. 기독교 기관이나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가 신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하루는 턱없이 많은 강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총장을 면담한 일이 있다. 내가 갖은 고민을 그에게 나누며 강의시간 조절을 부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내가 이기적이 아닌가 싶은 은근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총장이 내게 한 말을 잊을 수 없다.
"정교수, 신학교 총장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학교와 직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오. 당신이 40대 초반 우리 학교에 교수로 왔을 때 당신은 지금보다 에너지도 많았고, 가정사는 적었소. 그러나 50대가 된 지금 당신은 남편으로, 아들로, 또 아비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아졌오. 또 상대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는 서서히 하향하고 있소. 난 당신이 이기적이거나 학교에 대한 충성심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소. 단지 당신이 나이를 먹고 삶의 정황이 바뀌면서 10년 전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이 지금은 문제가 되고 있을 뿐이오. 이 학교의 리더인 내가 할 일은 당신의 문제를 수용하고 그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오."
이 말과 함께 총장은 그다음 쿼터부터 느낄 수 있는 정도로 강의의 양을 줄여 주었다.
느헤미야도 성벽을 건축하면서 일어났던 내적(5장), 외적(4장)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자신이 하나님께 받은 미션에 집중하였다. 역시 느헤미야는 탁월한 리더이다. 그러던 중 성벽 공사를 방해했던 세력의 리더들로부터 만나서 담판을 짓자는 연락을 받았다. 이 만남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첩보도 있었다. 만나야 할 것인가 만나지 말아야 할 것인가? 용기 있고 설득력이 있는 리더라면 자신과 자신의 팀에게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내가 저들을 만나서 담판을 짓고 오겠노라!"
그러나 느헤미야는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성벽을 쌓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는 자신의 미션과 자신의 미션이 아닌 것을 분명하게 구분했다.
리더는 모든 일을 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탁월한 리더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종종 우리는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십시오." 자신의 미션이 아닌 일에서 기꺼이 손을 떼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지혜이며 리더십이다. 만물박사는 아무런 박사도 아니다. 그저 잡다한 지식을 소유한 잡화상에 불과하다. 행여 용기가 싸워서 이기는 것이라면 지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몇 년 전 읽었던 리더십 서적 가운데 잊을 수 없는 책이 있다. H. Dale Burke 가 쓴이다. 저자는 우리 시대 최고의 강해설교자인 챨스 스윈돌의 은퇴 이후 그의 후임자가 되어 6000 여 성도를 15년간 목양한 탁월한 리더이다.
나는 이 책의 교훈을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하나라도 덜한 것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다." 자신의 미션이 아닌 것은 과감하게 내어 놓을 수 있는 결단력! 이것은 포기가 아니다. "못한다"는 말과 "안 한다"는 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못한다"는 약자의 변일 수 있다. 그러나 "안 한다"는 자신의 미션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지도자만 선포할 수 있는 지혜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