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서 "북한의 전쟁관은 정의(正義)의 전쟁관" "전쟁으로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북한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제1의 적으로 규정하고 핵전쟁으로 점령, 수복하겠다고 한 말을 그대로 추종한 것이어서 매우 충격적이다.
해당 발언은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남북 관계 근본 변화와 한반도 위기 이해'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첫 발표자인 '부산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김광수 씨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최근 북한의 대남 기조 변화와 관련, "어쩔 수 없이 전쟁이 일어난다면, 통일 전쟁이 일어나 그 전쟁으로 결과의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며 '미 제국'에 반대하고, '북한 주적'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를 '인식의 대전환'이라고 표현하면서 "저는 조선 반도에서, 분단된 한반도에서의 평화관은 바로 이런 평화관이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북의 전쟁관은 영토 완정을 통해 점령하고 평정하고 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북한이 남한을 무력으로 정복하는 것이 곧 정의이고, 평화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투의 발언이 약 15분간 계속됐음에도 별다른 제지나 항의가 없는 대신 발제가 끝나자 박수가 나왔다고 한다. 주최 측이나 참석자들 대부분이 이런 발언에 공감하거나 지지하는 성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뜻이다.
다른 발제자들도 위험수위를 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신대 장창준 평화통일정책연구센터장은 "한반도 전쟁 위기는 실재한다"며 "실재하는 근원은 북 때문이 아니라 한미동맹 때문"이라고 했다. 평화어머니회 이사장 고은광순 씨는 한술 더 떠 "북은 완전 자주국방이고 교육·의료·주거는 남쪽은 경쟁, 북은 무상"이라며 "친일 청산도 남쪽은 완전히 실패, 북쪽은 성공했다. 어디가 제대로 사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윤석열 정부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 이한용 씨는 현 정부를 '짐승 같은 정치 세력'으로 지칭하며 "새로운 평화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또 희망을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4월 10일 선거 잘해서 200석 이상 확실히 만들고 금년 말에는 (현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겨레하나, 국가보안법7조폐지운동 시민연대, 전대협동우회, 남북민간교류협의회 민족위원회 등 20곳에 이르는 시민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주최한 단체의 이름만 대략 훑어봐도 어떤 목적의 토론회인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런 토론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어떻게 열릴 수 있는지 놀라움과 함께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회 공동 주최자 자격으로 인사말을 한 윤미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반북·멸북 정책이 우리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이를 이용하고 이득을 취하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 동맹 체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라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토론회 후 비판 여론이 거세자 윤 의원실은 '전쟁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에만 공감할 뿐, 발표자의 발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에 대해 "북한의 선전 선동에 호응하고 북한의 의도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황당한 행태로서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유 대한민국이 이룬 성과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반국가적 행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라고 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도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는 대한민국 국민의 세비를 받으면서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종북 및 이적성 발언을 한 윤미향 의원을 즉각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으로 활동하다 제21대 때 더불어민주당이 세운 위성 정당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흡수 합당 형식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된 후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과 국고보조금 편취 등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 2심에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은 그를 제명해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해줬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21대 국회에서 한 일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국회에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기권한 일이다. 후원금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와준 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탈북민의 처참한 현실을 외면하는 건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북한 김정은은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재규정했다. "유사시 핵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라고까지 공언했다. 그런 김정은이 일으키는 침략전쟁을 정의로 규정하고 추켜세우는 건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정하는 짓이 아닌가.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가서 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다.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한 사람들과 이들에게 종북의 '멍석'을 깔아준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람의 국회의원 신분을 연장시켜 준 정당과 정치권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회의원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데 2심에서 징역형을 받고도 버젓이 국회 내에서 국기 문란 행위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