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연례행사로 참석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국제 구호단체의 연합회인 인터액션에서 주관하는 씨이오 리트리트(CEO Retreat)입니다. 해마다 11월에 한번씩 국제 구호단체 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25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입니다.

함께 모여서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 유엔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있는 가난 퇴치 운동, 최고 경영자와 이사회와의 관계 등 현실적인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강의도 듣고 토론도 하는 식으로 짧지만 알찬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서 몰입식 훈련과 학습을 받는 듯 합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와 배경을 가진 최고경영자들이 함께 모여서 개인적이고 친밀한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첫날 리셉션에서 에어서브라는 기관의 씨이오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공군 파일럿 출신입니다. 15세 때부터 비행기 조종을 시작했습니다. 예비군으로 봉직한 것까지 수천 시간의 비행 기록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스니아 사태, 1차 걸프전쟁, 최근의 이라크 함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참전 경험을 가진 분입니다. 군 경력을 정리하고 그 분은 에어서브라는 특별한 봉사기관의 책임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에어서브는 아프리카, 태평양 지역, 아프가니스탄 등등 정기 항공편이 없거나 위험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구호 기관에게 항공편을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 곳곳에 흩어진 난민촌에 봉사자들을 공수하고 물자를 공수하는 일부터, 반군의 위협으로 위험에 처한 구호 요원들을 구출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그분이 최근에 겪은 이야기 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지난 이라크 전쟁에서 그 분은 A-10 대전차 킬러 전폭기를 조종했다고 합니다. 바그다드를 공략할 때 여러 차례 출격하여 바그다드 주변에 진치고 있던 이라크 탱크들을 무력화하는 폭격을 수행했다고 합니다. 당시에 공격을 하기 위해서 구름을 뚫고 내려가면 즉각 올라오는 미사일들과 대공포탄 사이로 전폭기를 몰고 가서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곤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전신에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합니다.

몇 주 전에 자신이 직접 조종하는 비행기에 구호 요원들을 태우고 바그다드에 갔었습니다. 바그다드에 접근하면서 다시 전투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전차를 폭격하기 위해서 미사일을 회피하면서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체에 접근했던 당시의 상황과 구호 물자를 싣고 봉사자들을 태우고 국제공항에 접근하는 비행이 크게 대조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위험한 상황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긴장감 속에서도 큰 보람과 기쁨의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을 위해서 헌신할 때 자신의 분야를 완전히 떠나는 것을 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헌신하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활동하던 그 자리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가는 헌신이 더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정치, 기업, 학계, 문화계 할 것 없이 이전에 헤집고 다녔던 곳에 온전히 헌신된 그리스도의 종으로 다시 찾아 가는 헌신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에어서브에서 일할 조종사를 어떻게 구하는 지 자세히 묻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필자 소개>장세규: 美 버지니아 '한빛지구촌교회' 담임목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물리학과 졸업/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 박사과정 (이론물리학)/ Southea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졸업/ 1997 년12월 버지니아 지구촌교회를 개척하고 1999년 창립 예배를 드림/2000년 한빛지구촌교회로 재창립후 현재 까지 담임 목회자 로 섬기고 있음/KASM(Korean-American Sharing Movement Inc.) 대표, 미주코스타(KOSTA USA) 미국공동 대표 역임/현재 미주한인교회 전도폭발본부 총무이사, 美 NGO단체 협의체 INTERACTION) 이사, KCNK(Korean Churches for North Koreans) 대표 등으로 섬기고 있음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