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들어 서해상에 연이어 포사격을 가하며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5,6일 서해 백령·연평도 방향으로 200여 발의 포를 쏜 데 이어 7일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 구역에 또다시 88발의 포탄을 쐈다. 우리 군은 북한의 5일 포사격 때는 즉각 응사했으나 6,7일엔 북한이 북측 내륙 등 자기 지역에 쐈다는 이유로 맞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이 새해 벽두부터 보란 듯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해 말 김정은이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며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의 연장 선상에 있다. 연초부터 대남 도발로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킴으로써 4월에 있을 총선의 판도를 흔들고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리려는 의도다. 

군과 정보 당국은 올해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 한미 주요 정치 일정에 맞춰 북이 잦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해안 포사격은 시작에 불과하고 금융·통신망을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 심지어 최전방 일부 지역에 침투해 주민 납치극을 벌이는 '하마스'식 도발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올해 대남 핵 타격을 목표로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매번 우리 사회에 혼란을 일으킬 적절한 시기를 노려 무력시위에 나선 전력이 있다. 2002년 월드컵 직전에 '연평해전'을 일으킨 것이나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을 공격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고도의 계산된 전술이다. 이번 무력시위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저들의 변함없는 대남 전략일 뿐이다. 

북한 김정은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우리 사회의 분열이다. 연이은 도발의 목적이 우리끼리 싸우는 '남남갈등'을 염두에 둔 것이지 전면적인 전쟁으로 확대되는 건 저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란 말이다. NLL 북쪽 자기 해상에 포를 쏜 것만 봐도 위협을 가하면서 우리 군이 상응하는 수준의 맞대응할 경우 그 피해가 얼마나 자신들에게 치명적일지를 이미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가진 재래식 무기로는 우리 군의 화력을 당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를 보며 북한 정권의 대남 전략과 노림수는 과거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전면적인 전쟁까지는 가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도발이 남한 정부의 경색된 대북관계에 있다며 그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돌리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했을 때 인터넷 공간에는 미군 핵잠수함 및 암초에 의한 충돌 좌초설 등 숱한 가짜뉴스가 국민을 현혹했다. 진보진영에서 정부의 합동조사단 발표와는 별개로 이 같은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북한의 무력시위는 우리 측의 피해가 없어 아직 여기까지 가진 않았지만 앞으로 도발 수위를 점차 높여갔을 때 안보 불안에 따른 책임 문제가 4월 총선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안보 불안을 야기하는 가짜뉴스의 확산은 북한의 포사격보다 몇 배나 위력적일 수 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민주당에선 "윤석열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야당이라도 정부 탓을 하기 전에 최소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는 게 우선이 아닌가. 북한으로선 총선이 있는 올해 이런 노림수로 끊임없이 대남 분열과 갈등을 부추길 게 뻔하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다를 바 없었다"며 역대 한국 정부의 모든 대북·통일 정책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해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대북정책의 근간인 '햇볕 정책'을 싸잡아 비난하고 아예 폐기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선 별 반응이 없다. 도리어 지난 6일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 참석한 문 전 대통령 등 참석자들 입에선 "김대중 정신을 되살리자"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자"라는 말만 난무했다. 북한에 온갖 것을 다 퍼주면서 "삶은 소대가리"란 소리를 들었던 이들의 평화 타령이 시대착오적이란 사실을 온 국민이 다 아는 데 설마 이들만 모른단 말인가. 북한이 핵 무장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그 '가짜 평화'를 여전히 신봉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이라고 선언한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의 가면을 벗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3대 세습에 이어 4대에 이르는 영구 왕조시대를 꿈꾸며 내부 혼란과 반발을 남한에 대한 공격으로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 핵무장의 궁극적인 목적도 김씨 일가 독재 체제 유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장받으려는 술책의 일환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런 의도를 간파하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군이 반격할 선은 넘지 않되 대남 정치 선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저들의 술수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말뿐인 평화, '가짜 평화'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 진정한 '평화'는 핵 앞에 무릎 꿇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게 아닌 저들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힘에서 나온다. 그런 '평화' 만이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