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 성도들이 애독했던 자료 중에 “디다케”라는 문서가 있다. 원래 제목은<열두 사도들을 통하여 이방인들에게 전해진 주님의 가르침>이었고 줄여서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이라고 불리는 문서다. 디다케라는 말은 헬라어로 가르침 혹은 교훈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사도”라는 표현은 이 글의 내용이 사도들이 직접 쓴 것을 의미하기보다는 사도들에 의해서 모든 민족에게 전달된 복음의 요약이라는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신들의 가르침에 권위를 더하기 위해 사도라는 말을 포함했다.
<디다케>는 4세기경까지 성경 즉 정경(正經)으로 취급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다디케>는 잃어버렸다가 1873년 예루살렘 성묘 교회 수도원 도서관에서 발견되었다. 디다케의 영향과 역사는 예배학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디다케의 내용과 사도들의 사상이 예배에 있어서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세례와 성찬에 관해서 매우 흥미 있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초대교회는 이 <디다케>를 세례자 교육 교재로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심을 강조했던 초대교회는 세례 대상자를 교육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역사학자 알렌 크라이더는 <회심의 변질>이라는 책에서 초대교회는 회심의 증거를 세 가지 B(신념/Belief, 행동/Behavior, 소속/Belonging)의 변화를 의미했다고 한다. 알렌 크라이더에 의하면 불완전한 변화는 공동체의 재앙이 될 수 있었기에 초대교회는 회심을 철저하게 검증했다.
알렌 크라이더가 주장하는 회심의 증거 3B(신념, 행동, 소속)의 변화를 끌어내는 세례자 예비 교육은 보통 2~3년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디다케는 이런 교육 과정의 핵심을 요약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16장으로 구성된 <디다케>는 대략 세 부분으로 나눈다. 전반부(1~5장)는 윤리적인 가르침을 두 가지 길 즉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을 서술한다. 후반부(6~15장)는 교회의 전례와 제반 규범을 소개하고、마지막으로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신앙을 가르친다(16장).
<디다케>의 저자는 명확하지 않다. 디다케가 저술된 지방은 시리아(Syria)가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디다케>의 저술 연대는 논란이 많다. 초기에는 주후 70년 혹은 90년경에 기록된 매우 고대의 산물로 간주하였다. 하지만 독일계 천주교 신학자인 요한네스 콰스텐(Johannes Quasten)신부등 디다케를 연구한 학자들은 <디다케>의 기록 연대가 대략 1백년~1백50년 사이로 추정하는데 이견(異見)이 없다. 2세기의 문서가 학계의 정설이다.
<디다케>는 총 16장에 96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구약과 복음서가 골고루 인용되거나 암시되고 있다. 또 당시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유통되었던 바나바의 편지 내용도 등장한다. 두 가지 길을 제시하는 첫 번째 5장의 내용은 바나바의 서신에도 등장하는 내용이다. 두 가지 길은 늘 신앙인 앞에 놓여 있다. 시편 1장에도 등장하며 쿰란 문서에도 등장한다.
<디다케>의 두 길(1장~5장)은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을 제시한다. 생명의 길은 1장 2절부터 4장 12절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생명의 길을 세세하게 다 설명할 수 없으나 대체로 정리하면 십계명과 산상수훈 등 신앙인의 도덕과 윤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장은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소년들을 타락시키지 말라, 간통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마술을 쓰지 말라. 등등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삶의 규범을 제시한다.
5장은 죽음의 길을 소개하는데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반면에 죽음의 길은 다음과 같다. 살인, 간통, 정욕, 간음, 절도, 우상숭배, 마술, 마법, 약탈, 거짓 증거, 위선 표리부동, 속임, 오만함, 악의, 완고한 고집, 탐욕, 추잡한 이야기, 질투, 뻔뻔함, 거만함, 허풍 등을 피하라! 또 악인들(선한 사람을 박해하는 자, 거짓말하는 자, 선을 지키지 않는 자 등)을 피하라고 부탁한다.
7장, 8장 9장은 교회의 예전을 다룬다. 7장은 세례, 8장은 금식과 기도, 9장은 성만찬에 대하여 설명한다. 놀라운 것은 7장에서 세례에 관하여 나누고 있는데 지금의 세례 방식과 거의 유사하다. 온몸을 물에 담그는 침수례(浸水禮, Immersion Baptism), 물을 부어 흘러내리도록 하는 관수례(灌水禮, Pouring Baptism)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머리에 물을 뿌리는 살수례(撒水禮, Sprinkling Baptism)는 언급되지 않는다.
8장의 금식은 일주일에 두 번(수요일과 금요일) 금식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위선적인 기도를 주의하라고 가르치며 주기도문을 제시하며 하루에 세 번씩 기도하라고 가르친다. 9장에서 성만찬은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방법이라고 전제하면서 세례받은 자들만 참가하라고 권한다. 이미 성찬식에 참가 범위가 신앙고백을 한 세례 교인으로 정착했던 것을 볼수 있다.
10장은 식사 후에 감사 기도를 드리라고 권한다. 10장은 총 7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식후 감사 기도를 구체적으로 드리라고 권하고 있다. 11장은 교사와 목회자 그리고 선교사를 환대하라고 가르친다. 아울러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윤리를 제시한다. 대표적인 사역자의 윤리는 복음서와 교훈과 일치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12장은 주님의 이름으로 오는 방문객들을 사랑으로 영접하라고 가르친다.
13장은 교회 사역자의 부양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소개하면서 첫 열매를 헌물하여 그 필요를 채우라고 권한다. 14장은 주일 예배와 헌금과 헌물에 관하여 설명한다. 15장은 감독과 집사의 선출 기준과 그들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가르친다. 16장은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다. 마태복음 24장의 내용과 유사한 명령과 가르침으로 종말의 자세를 권면한다.
<디다케>는 1837년 필로테오스 바이레니오스(Philotheos Byrennios) 정교회 신부가 예루살렘 성묘 수도원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헬라어로 기록된 이 사본을 1883년에 콘스탄티노플에서 출판되었다. 속사도 시대에 저작된 이 자료는 초대교회의 예전과 규율을 자세히 소개하는 중요한 자료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교회는 정통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