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결의안 통과 막아서
누구 눈치 보길래 원론적 결의도...
민주화 이끈 이들 선택적 행태 개탄
탈북민들 생명 살리는 문제 외면해
대한민국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 마음 모아야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 촉구 국회 결의안'이 법안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것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이 11월 27일 오후 1시 서울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개최됐다.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 촉구 결의안'은 지난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측은 당시 "중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중국 내 탈북민 실태 현황을 더 파악해야 한다"며 결의안 통과를 막아섰다.

태영호 의원은 법안소위 통과 무산 후 "국정감사 때는 중국의 강제북송 중단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하던 민주당 의원들이 오늘 법안소위에서 결의안에 동의하지 않아 보류됐다"며 "누구의 눈치를 보길래, 이렇게 원론적인 결의안도 통과시키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결의안은 중국 정부가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과 '고문방지협약' 체약국으로서 의무를 준수하고,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의 강제 북송을 즉각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결의안은 탈북민 출신 태영호·지성호 의원과 최재형·성일종 의원(이상 국민의힘)이 각각 10월 초 발의했으며, 외교부 및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회 등과의 협의를 거쳐 위원회 대안으로 만들어졌다. 

중국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 촉구 결의안 국회
▲지성호 의원이 국회 정문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범국민연합

이에 항의하기 위해 '2,600명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이 개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성호 의원은 "저는 탈북민 인권운동가 출신이다. 지구상 누구라도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이라며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회의원이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라고 말했다. 

지성호 의원은 "저는 21대 국회에 들어와서 북한인권에 있어서만큼은 선택적으로 행동하는 수많은 현장 앞에서 싸워 왔다. 때로는 눈물도 흘렸고, 때로는 당당하게 맞서 싸웠다"며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이들에게 선택적 행태를 보이는 모습에 개탄스럽다"고 성토했다.

지 의원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미국도 영국도 유럽도, 이 외에 수많은 국가의 국회의원들이 중국의 강제북송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뜻을 함께하고 있다"며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다. 전 세계 수많은 의원들을 만나 우리 민족이 겪는 아픔, 북한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는데, 결국 대한민국 국회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뉴스를 해외에서 접했을 때 너무 비참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유권자들이다. 대한민국 3만 4천 탈북민의 현실을 보라. 지금 죽어가는 그들이 '나'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이 개탄스러운 상황을 눈 똑똑히 뜨고 바라보라"며 "대한민국 교회는 이 실상을 함께 슬퍼해 달라. 죽을 처지에 놓인 6백 명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고, 북송을 막기 위해 함께 행동해 주시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갈 수 있도록 채찍질해 달라"고 호소했다. 

중국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 촉구 결의안 국회
▲이용희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범국민연합

성명서를 낭독한 이용희 바른교육교수연합 대표(가천대 교수)는 "지난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 촉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국회에 크게 실망했다"며 "이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동족이며 동포인 탈북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문제인데, 그들을 외면하는 국회와 국회의원에 실망을 넘어 허탈감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용희 대표는 "이런 일이 어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말인가"라며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나라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선진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32개국으로 구성된 자유진영 의회연합체 IPAC(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는 지난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을 중단시키기 위해 각국 국회와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2023 IPAC 공동선언문 이행 결의안'을 채택시킨 바 있다"며 "게다가 지난 11월 15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제3국의 강제북송(국경 간 이동 재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아 표결 없이 컨센서스로 통과시켰다"고 보고했다.

그는 "탈북민은 헌법상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해 당사자인 대한민국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사태에 대해 가장 앞장서서 외쳐야 할 나라"라며 "그런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어떻게 전 세계 국가들의 염원과 대한민국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또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인권이사국이란 막중한 지위에 있다.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지도적 위치에 있기에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반드시 준수하고 지도해야 한다"며 "유엔 고문방지협약 3조에 의해 난민지위 인정 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송환을 금지하고 있어, 중국의 강제북송은 북한 반인도범죄의 공범에 해당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회가 중국정부의 반인도적 국제범죄를 묵인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용희 대표는 "이번 결의안은 2011년 국회에서 통과시킨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결의안'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중국이 가입한 고문방지협약과 난민협약을 준수하고 탈북민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 선진국이 됐지만, 12년 지난 대한민국은 인권 후진국으로 전락해 버린 것인가? 아니면 국민은 선진 시민이 되었지만 정치인만 후진 정치인이 된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제 12월이면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로 통과시킬 것이다. 이 결의안은 19년 연속 채택되는 것"이라며 "유엔총회 본회에 앞서서 대한민국 국회는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 촉구 결의안'을 다시 채택해 북한인권결의안 통과에 주도적 위치에 있어야 하고,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임을 보여야 한다. 탈북민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여야와 진보-보수가 있을 수 없다. 인권에 관한 문제인지라 오히려 진보 정당인 민주당이 더 앞장서야 마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것은 우리 동족·동포를 살리는 일이다. 북한은 전 세계 민주화지수 세계 최하위인 동시에 세계 노예지수 1위 국가"라며 "오래지 않아 남북한이 통일되면, 굶주림과 억압 가운데 노예처럼 살았던 북한 주민들이 북한인권결의안을 반대했던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향해 '당신들 때문에 우리의 노예 생활이 더 길어졌고, 우리의 고통은 더 극심해졌다'고 원통함을 토로하며 항의한다면, 그때 민주당 의원들은 뭐라고 답변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용희 대표는 "우리는 국회에서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 촉구 결의안'을 다시 채택할 가능성에 약간의 희망을 보았다. 국회는 지난 4월 의원 239명이 재석한 가운데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성공적 유치 및 개최를 위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며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서 여야가 하나가 된 것이었다. 당시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이 국회를 방문했을 때,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정회하고 가결된 결의안을 실사단에게 전달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 1월 국회는 김영주(더불어민주당)·정우택(국민의힘) 국회부의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하고 의장 직속 경제외교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정부·민간이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박람회 유치를 위해 16개국 이상을 방문했다"며 "의원 친선협회도 초당적으로 유치 지원을 위해 1년 동안 40여 개국을 방문했다. 특히 김진표 의장은 박람회 유치를 위해 17개월 동안 75개국을 방문했다. 그 거리만 총 238,843㎞, 지구 6바퀴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회는 저력이 있다. 대한민국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저력을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저지하는 데 한마음을 모은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인권 선진국으로도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동시에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해마다 유엔총회에서 전체합의로 통과시키는 전 세계 유엔회원국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세계적으로 전쟁의 어둡고 힘든 뉴스들로 어려운 이 시기에, 국회에서 우리의 동족 북한 주민들과 탈북민들을 위한 '강제북송반대 국회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와 기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통일 선진 한국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서는 이 외에 탈북민인 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 김정애 공동대표, 북한목회자연합 전 부회장 최태송 목사, 북클럽 오창화 대표 등이 발언했다. 이후 이들은 오후 2시 국회의사당 내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원들에게 결의안 통과 촉구 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