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디옥 교회 담임 목회자 이그나티우스(Ignatius)감독은 사형수로 체포되어 로마로 가는 길에 7개의 편지를 남겼다. 이 편지들은 신학적으로 심오한 교리나 논설을 전하려 한 편지가 아니다. 이 편지들은 신앙인이 잔인하게 박해받았던 시대를 살았던 신앙인의 신앙고백이다. 아울러 믿음의 선배요 지도자인 이그나티우스 감독의 유언 같은 메시지다. 신앙의 선배로 이웃 교회 목회자로 성도들과 후배 목회자에게 전하는 조언과 교훈이다.
이그나티우스의 서신을 살피면서 반복되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모든 편지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먼저 순종을 강조한다. 언뜻 보면 목회자에게 순종하라는 메시지 같지만, 사실은 교회의 리더십에 순종하라는 메시지다. 아울러 교회 일치를 강조한다. 이그나티우스는 개 교회의 독립성을 인정하지만, 우주적 교회(Universal church/Catholic Church)의 일치를 유난히 강조한다, 나아가 셋째로 이단들을 경계하는 메시지가 반복되는데 이단의 강력한 도전이 순종과 교회 일치를 강조하는 이유였다.
이그나티우스가 서신에서 보여주는 넷째 공통 관심사는 자신의 순교에 대한 결단표명이다. 이그나티우스는 순교를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순교가 방해받지 않고 성사되기를 고대했고, 성도들이 자신의 순교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거듭 부탁했다. 순교는 이그나티우스와 그 시대 성도들에게 실존(Reality)이었다. 베드로를 위시한 사도들이 이미 순교했다. 이그나티우스도 순교를 가고 있었고 곧 폴리갑 감독도 순교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순교를 갈망하는 이그나티우스 감독의 메시지는 큰 울림으로 성도들에게 전해졌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이그나티우스 감독이 트랄레스교회에 보낸 편지를 살핀다. 트랄레스(현재 투르키예 아이든) 교회가 서머나에 머무르고 있는 이그나티우스 감독에게 목회자 폴리비우스 감독을 보냈다.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트랄레스 교회 폴리비우스 감독을 만나서 교제했던 이그나티우스 감독은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고 받은 감동을 바탕으로 감사편지를 썼다. 이런 점에서 다른 교회에 보냈던 편지와 유사한 내용과 구조로 되어 있다.
총 13장 29절로 구성된 이 서신은 비교적 짧은 서신이다. 전체 내용을 간추리면 감사와 칭찬(1장), 순종과 교회 질서유지(2장~5장), 거짓 교사와 이단에 대한 경계(6장~7장, 9장~11장), 교회 갈등 방지(8장), 그리고 결말과 작별인사(12장~13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4장에서 자신이 받은 큰 은혜가 자신을 교만하게 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교만의 해악을 강조한다.
트랄레스 교회에 편지를 보낸 편지에도 교회와 성도를 사랑하는 목회자 이그나티우스 감독의 절절한 마음이 보인다. 영적으로 혼탁한 시기에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바른 믿음을 지키는 지혜를 소개한다. 이그나티우스가 강조하는 신앙생활의 기본은 예수 그리스도다.
짧은 서신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표현이 18회나 등장한다. 성도의 모든 삶의 영역에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을 것을 강조한다. ‘믿음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그나티우스는 순종을 강조하며 그리스도의 순종을 모범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아울러 직분자들의 존재의 의미가 그리스도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말씀한다.
성도들이 건강함을 유지하는 비결을 설명하면서도 오직 그리스도의 양식만을 활용할 것을 가르친다. 이단은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라고 강조한다(6장). 이단을 이기는 비결도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이단들의 문제도 예수 그리스도를 그들의 가르침과 뒤섞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단을 이기는 건강한 신앙은 그리스도 예수의 양식을 먹는 것이다.
이그나티우스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었던 이단은 유대교와 영지주의다. 9장에서는 예수님의 가현설을 반박하며 예수님 삶이 실제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가 실제적 사건이 아니라면 왜 자신이 사슬에 매인 죄수가 되고 순교를 각오하겠느냐? 고 반문하며 예수님의 삶이 실제였음을 주장하면서 가현설 주장을 반박한다.
이그나티우스가 트랄레스 교회에 편지를 쓰는 목적은 분명했다. 우선 영지주의자와 유대주의자 등이 우글거리는 영적 환경에서 바른 신앙을 지키는 것이었다. 이단들의 유혹과 로마의 핍박이라는 외적인 도전과 교회의 내적 갈등을 이기는 신앙 원리를 제시한다. 이그나티우스는 8장 전체를 이 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어떤 이유라도 성도가 성도를 비난하지 말라고 한다.
먼저는 외적 도전을 이기는 비결을 제시했다(1절). 우리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세력들 즉 이단과 사탄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이그나티우스는 이단과 사탄을 경계하라고 충고한다. 다음은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조언이다(2절). 이그나티우스는 비난과 원망을 금하라고 충고한다. 이런 갈등이나 충돌이 이교도들의 비난을 받는 이유가 될 것을 주의하라고 권한다. 특히 이런 갈등이 하나님의 이름이 경멸당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그나티우스 감독은 신앙의 치명적인 장애가 되는 사악한 분지(가지)를 피하라고 충고한다(11장 1절). 이 사악한 분지는 하나님이 심으신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하나님께서 심으신 것이라면 그 가지에 십자가의 능력이 나타나 그 가지는 썩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12장 13장은 결어와 작별인사다. 서머나 교회와 에베소 교회로부터 큰 용기를 얻었음을 고백하며 트랄레스 교회 장로들이 목회자 폴리비우스에게 용기를 줄 것을 권면한다. 이그나티우스는 시리아(안디옥)교회를 위한 기도와 자신의 순교를 위한 기도를 부탁한다. 마무리에서 다시 감독과 장로들에게 순종할 것을 권한다. 아울러 한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라고 권면한다.
그리고 순교를 앞둔 자신의 현실을 언급하면서 신실하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음과 하나님의 응답하심을 신뢰하는 믿음을 고백한다. 이그나티우스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생애를 정리하며 편지를 쓴다. 그는 유언 같은 교훈을 남기고 성도들을 권면한다. 이그나티우스가 트랄레스 교회에 전하는 핵심 메시지가 예수 그리스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