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를 매일 아침 묵상하면서, 광야에서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너무 밉고 많은 실망이 들며 모세에 대한 연민의 정까지 느낍니다. 200만을 헤아리는 백성들을 약속의 땅까지 인도하는 것이 어쩌면 인간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팬데믹 전,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던 해 80여 명의 베델교인들이 유럽의 유적지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교인들이 큰 버스 두 대로 나눠 타고 마틴 루터의 비텐베르크 성당, 칼빈의 종교개혁지 제네바와 제네바 대학 등을 방문하며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뜻깊고 많이 배워서 여행 잘 다녀왔다는 감사한 마음이 넘칩니다.
딱 한 가지 힘들었다고 느껴졌던 것은 80여 명이 같이 다닌다는 점이었습니다.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한 시간은 걸리고, 같이 식사할 식당도 찾기 힘들어 1진, 2진을 나누어 식사하기도 했었습니다. 80명 인솔도 그런데, 하물며 200만 백성들을 인솔하는 모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모세도 도중에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백성들을 자기에게 맡기셨는지 심신이 지치고 영적으로 침체 현상까지 왔습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모세 옆에서 ‘모세를 응원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은 왜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가장 옆에서 격려했어야 할 형제 아론과 미리암도 불평하며 모세에게 대항했습니다.
모세가 가장 지쳤을 때, 책임을 나누어지도록 천부장 백부장 오십 부장 십 부장을 조직했습니다. 즉 조직개편을 한 것입니다. 당연히 운영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사장의 가문 고라를 위시한 250명의 지도자들이 단합을 하여 모세를 비방하며 대항합니다. 좋은 제도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은 사람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이엠 바운즈는 "사람은 방법을 찾지만, 하나님은 사람을 찾습니다"라고 그의 책, "기도의 능력"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좋은 사람이 있어야 그 효과가 나타납니다. 시스템도 좋은 사람에 의해 개선되어집니다.
옛날식에만 머무르려는 답답함과, 다 뜯어고치면 될 것이라고 믿는 순진함은 언제나 답이 되지 못합니다. 하나님이 찾는 그 사람이 답입니다. 종교개혁은 시스템이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들이 한 것이었습니다. 좋은 교회는 좋은 사람이 만듭니다. 오늘도 우리가 하나님이 찾으시는 그 사람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