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편의 시를 지으며 기독교적 사랑을 노래한 김남조 시인이 1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로 별세한 고인은 1927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194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중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김남조 시인은 1951~1953년 마산 성지여고, 마산고, 이화여고 교사를 지냈으며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신달자 시인 등 많은 문인 제자들을 길러냈다.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방송공사 이사 등을 지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6년 대한민국예술원 문학 부문 예술원상,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2017년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인은 생에 대한 긍정을 바탕으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며 형제가 모두 죽었다. 아버지도 어린 시절 사망,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10대에 폐결핵에 걸리며 가톨릭 신앙에 눈을 떴다. 결혼도 절망적 삶을 바꾸지 못했다. 종교 조각 분야의 거장 김세중(1928~1986) 서울대 미술대 교수와 결혼했지만, 그가 사망한 이후로 네 자식을 홀로 돌봐야 했다.
시인의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로 고인은 남편과 함께 살던 서울 효창동 자택을 2015년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으로 재탄생시키며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품었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1호에 차려졌으며 11일 오전 23호실로 옮긴다. 발인은 12일, 장지는 경기 양주 천주교청파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