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신학대학원 선교학 임무영 겸임교수
(Photo : 기독일보) 센트럴신학대학원 선교학 임무영 겸임교수

지금으로부터 15년전입니다. 2008년, 인디애나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 할 때 들었던 첫 수업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였습니다. 통상 수업 첫 시간은 서로 자신을 소개하고 과목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칠판에 교수님은 다음 두 단어를 적어주셨습니다. ‘Evangelism VS Civilization’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여러분은 둘 중에 무엇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기독교 역사뿐 아니라 선교적 패더라임의 접근방식을 고려했을 때, 두 단어의 경계선은 사실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초기 선교역사 가운데 Evangelism의 측면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의 계몽을 추구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학교와 병원, 또는 교육단체 설립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계몽을 이끌어왔던 것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들을 모아 성경을 가르치고 그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 복음을 깨닫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끼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는 이 두가지 개념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둘 중에 어느 개념이 반드시 우선시 되어야한다는 결정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필자는 첫 수업에서 적어 주셨던 두 단어를 잠시 떠올리며 오늘날 목회현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한 부분을 하나님의 선교라는 관점에서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필자가 한국에서 사역할 때만 하더라도 전임 전도사 또는 전임 부목사로서 오로지 교회사역에만 올인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목회적 현장 분위기 자체가 목회자로서의 부르심을 받은 그 소명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서는 목회라는 일터, 삶터에 올인하는 것이 옳다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목회자의 이중직이라는 개념 자체를 시간을 할애해 깊이 성찰할 여건이 사실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2011년 유학길에 들어선 이후,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목회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소위 이중직 목회자들이었습니다. 물론 교회에서 제공되는 사례만으로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목회자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이민 목회자들의 삶은 목회와 일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중직을 병행하는 목회자들을 향해 목회에 전념하지 않는 불충성스러운 일꾼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구약시대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을 보더라도 하나님의 부르심과 동시에 세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사도바울은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교회로부터의 무보수는 아니었지만 정기적인 사례를 거부하고 자비량 선교사로서의 사명(천막 제조업)을 감당했습니다.

하나님의 선교는 ‘하나님이 선교하신다’는 겁니다. 선교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역이며, 따라서 우리의 역할은 하나님이 필요로 하실 때 하나님께서 진행하시는 선교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파송하시고, 예수님께서 성령님을 보내신 것 처럼 삼위일체 하나님의 고유한 선교사역을 위해 이 세상으로 보냄받은 존재가 바로 교회인 우리들 입니다. 이것이 선교적 교회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에 파송받은 자들입니다. 건물로서의 교회가 아닌 ‘보이지 않는 교회’(invisible church)로서 말입니다.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루터(Martin Luther)와 갈뱅(John Calvin)이 강하게 주장했던 요소 중 하나가 ‘만인제사장’과 ‘직업에 대한 소명’이었습니다. 만인제사장은 하나님 앞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제사장이라는 의식입니다. 그리고 직업에 대한 소명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삶터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소명의 자리라는 것 입니다. 참고로 성직자의 삶터와 성도의 삶터를 구분하는 것은 특수 사역형태와 일반적 사역형태의 구분을 짓고자 하는 차원이지 이 둘의 경중을 논하기 위한것이 아닙니다.

선교신학적 차원에서 하나님의 선교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하나님-교회-세상’,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세상-교회’라는 패턴입니다. 간단히 설명한다면, 전자는 하나님의 선교는 교회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측면이라고 본다면, 후자는 하나님의 최대 관심사는 교회라기 보다는 세상이라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세상을 어떻게 선교할 수 있겠는가를 더욱 심도있게 다루고 있는 부분입니다.

여전히 이 두가지 패턴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목회자 이중직과 과 관련해서 두 가지 패턴을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목회자로서 선교적 교회로 부름받은 우리가 하나님이 이처럼 사랑하시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 궁극적으로 세상이 복음으로 변화될 수 있는 하늘의 샬롬을 경험하게 하는 하나님 선교의 주된 동력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중직 그 자체가 생계형으로 그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목회자 이중직 모델을 고려해 볼 때, 생계형을 뛰어넘어 자비량형, 선교형, 그리고 자기계발형의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 후배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내용은 주중에 일을 하기 위해 취업을 했다는 겁니다. 물론 여러가지 상황이 있습니다만 후배 목사님이 가장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목사님! 함께 일하는 분들은 제가 목사인 것을 알텐데 어떻게 그 분들에게 제 안에 있는 예수님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 마음과 고백이 선교적 교회로서 하나님 선교에 동참하는 이중직을 갖는 목회자의 진심이 아닐까요?

임무영 교수는 시카고 서버스에 위치한 '시카고 브릿지 교회'를 개척하여 섬기고 있으며, 캔사스 주 샤니에 위치한 센트럴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 겸임교수로 2011년부터 섬기고 있다. Concordia Theological Seminary, Fort Wayne IN에서 Ph.D in Missiology로 학위를 받았고, 일상에서 들어난 하나님 나라선포를 위해 보냄받은 자로서의 선교사적 삶을 회복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