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펀자브주에서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이 모독을 당했다며 폭도들이 최소 21개 교회를 공격하고 수십 채의 주택들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폭동을 일으킨 100명 이상의 무슬림 폭도들을 긴급 체포했다.
지난 16일 자란왈라시의 한 기독교인 거주 구역에서는 수천 명의 무슬림들이 폭동을 일으켜 교회를 불태우고 주택들을 파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태는 두 명의 기독교인 남성이 코란의 페이지를 찢고, 그 위에 신성모독적인 내용을 낙서했다는 주장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주민과 지역 지도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약 10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고 제보했지만, 경찰은 더 큰 피해를 막았다며 이를 부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펀자브주 경찰청장인 우스만 안와르는 성명에서 “(경찰의) 개입이 없었던 이유는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고 인명 손실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경찰은 최소 128명 이상을 교회를 파손한 혐의로 체포했다.
가톨릭 주교들은 유서 깊은 구세군 교회를 포함한 21개 교회에 불을 지르고, 기독교 가정을 훼손한 사건에 대해 당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쿠란의 페이지를 찢은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인 남성은 로키 마시(Rocky Masih)와 라자 마시(Raja Masih)로 밝혀졌다. 현재 이 두 명은 신성모독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어 조사 중에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신성모독죄로 처형된 사례는 없지만, 단순한 고발만으로도 대규모 폭동, 집단폭행, 살인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자란왈라시를 포함한 파이살라바드 지구에서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공개 모임이 제한되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 동안 폭도들이 기독교 건물을 파괴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기독교 신자인 야시르 바티(assir Bhatti)는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집을 떠나야 했다며 AFP통신에 제보했다. 그는 “폭도들이 창문과 문을 부수고, 냉장고, 소파, 의자, 및 기타 가구를 끌어내어 불태웠다”고 덧붙였다.
폭도들의 주장에 따르면, 신성모독적 내용이 담긴 쿠란의 찢어진 페이지는 기독교인 거주 지역 인근에서 발견되었다. 이에 지역 이슬람 지도자들은 이 소식을 듣고 무슬림들에게 항의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폭도들은 극우 이슬람 정당 ‘테헤릭-에-리바이크’(Tehreek-e-Labbaik)와 이슬람 단체 ‘카탐-에-나부왓’(Khatam-e-Nabuwat)을 지지하는 극단주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파키스탄은 향후 몇 달 내로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카라치 대주교인 베니 프라바스는 성명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공공의 증오와 통제 불가능한 분노에 직면했다”며 “신성모독 혐의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시민들이 어떻게 다른 종교나 서적에 대해 불경함을 표현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기독교 공동체로서 파키스탄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몇 번이나 보여 왔다”며 “하지만 고즈라, 산티나가라, 조셉 콜로니 및 자란왈라에서 발생한 기독교인 가정 방화 사건은 우리가 사실상 공포에 떨고 두려워해야 하는 2등 시민으로서 취급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 18일 프라바스 대주교는 카라치 프레스 클럽에서 자란왈라 폭동에 대항하여 비폭력 시위를 주도했다. 같은 날, 종교 간 대화를 위한 주교위원회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유사한 시위를 조직하여 폭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번 폭력 사태는 최근 파키스탄 의회에서 통과된 두 개의 법안에 따른 결과이다. 이달 파키스탄 상원은 신성모독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Criminal Laws Amendment)과 ‘국가 소수자위원회 법안’(National Commission for Minorities Bill)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동료, 아내 및 가족을 모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3년에서 종신형으로 늘렸으며, 징역 기간을 최소 10년 이상으로 확정한다. 또한 신성모독법 위반 시 100만 루피(약 3500달러)의 벌금을 추가로 부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