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인 김동호 목사(사단법인 피피엘 대표)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목사의 이중직'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최근 이재철 목사가 목사의 이중직에 대해 발언한 내용의 진의를 숙고해야 한다며 "이중직을 포기하는 목회자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목사는 "막내가 신대원을 졸업하게 되면서 전임 자리를 찾고 있었다. 이력서를 써서 이곳, 저곳 지원을 했지만 한 곳도 되는 곳이 없었다"며 "어느 날 지쳐 들어와선 '아빠 때문에 더 갈 데가 없어'라고 툭 내뱉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당시 12월 마지막 주일까지 임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막내에게 이중직을 권했다며 "신문 배달을 하고 우유 배달도 해 한 달에 150만 원 벌면 살 수 있어. 그리고 그냥 교회를 시작해. 교인이 두 명이든 세 명이든 시작해. 미자립교회, 미자립교회 하는데 미자립교회는 없어. 미자립 목사가 있을 뿐이지. 너만 자립하면 다 자립교회야"라고 했다고 한다.
김 목사는 "한 번 퇴짜 맞았던 교회에서 다시 불러줘서 신문 배달은 안 했지만, 아마 정말로 불러주는 교회가 없었다면, 우리 아들은 틀림없이 신문을 돌렸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난 내 아들이 결혼하지 않고 애가 없었다면, 그냥 목회 한 우물만 파라고 권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목사로서 목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내의 남편으로 아이의 아비로서의 책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밥을 굶는 건 괜찮지만 목사라고 아내 밥 굶기고, 자식 밥 굶기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나는 목사가 교회가 주는 돈으로만 생활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교회도 목사가 교회가 주는 돈으로만 생활할 수 있게 책임져 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교회가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형편이 안 돼서 그렇게 못 해주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그런 경우 목사가 스스로 이중직을 수행하면서까지 목회를 한다면, 그것은 훌륭한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막내는 결국 이중직 목사가 되고 말았다. 주중에는 빈티지 옷가게를 한다. 주일에는 교인 한 10여 명 되는 교회 목사를 한다. 교인은 얼마 되지 않고, 그러니 교회 재정도 빈약하다"며 "그래도 교회 재정은 늘 흑자(?)다. 교인들의 헌금을 어디로 흘려보내야 할까를 고민(?)하는 완전 자립교회다"라고 했다.
그는 "목사의 이중직이 무슨 목회의 새로운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중직 목회의 장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는 점점 쇠약해져 가고 있다. 교세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목회자의 생활비를 감당치 못할 교회는 점점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그런 교회의 교인들은 목회자 없이 신앙생활을 해야만 할까? 이중직을 하면서도 교회를 지켜주는 목사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이재철 목사님이 목사의 이중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말씀 한 것이 회자되고 있다"며 "나는 이 목사님과 생각이 다르지만 왜 이 목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충분히 안다. 그리고 설령 이중직을 결심하고 결정한다고 하여도, 그것을 결정하고 결심하기 전에 이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바를 숙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 목사님의 말씀을 숙고하다가 이중직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나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함부로 말하는 젊은 목회자들의 글도 읽어 보았다. 분노를 느꼈다"며 "나 같은 목사의 이중직을 찬성하는 늙은 목사는 젊은 목회자들에게 고리타분하지 않고 깬 목사라고 박수를 받고, 이 목사님 같은 주장을 하면 그런 비난과 비난을 넘어선 모욕을 당한다는 걸 아마 이 목사님도 아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에 개의치 않고 당신의 양심적인 주장을 서슴지 않으신 이 목사님의 용기와 진정성에 나는 오히려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