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인문학을 탐구해온 필자가 본지에 기독교 인문학 지상 강의를 시작합니다. 기독교 인문학 역사와 개요를 다루고, 중요한 기독교 인문학자들을 소개하며 기독교 인문학을 위한 필독서를 요약 정리해서 소개할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의 위상은 이상합니다. 한편에서는 인문학에 열광하는 비명이 들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목도하고 지르는 비명이 들립니다. 서점가에 인문학 서적이 가득합니다. 계속해서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출판되고 유튜브들의 주제로도 인문학이 자주 등장합니다. 21세기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의 CEO들이 인문학을 강조하였고 언론은 인문학을 중시하는 기업인들을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인문학의 강조는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이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주로 인문학 고전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우선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Steve Paul Jobs, 1955~2011)는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애플과 바꾸겠다."라고 말했답니다. 인문학 고전의 보고(寶庫)와 같은 소크라테스와의 만남의 의미를 애플의 기술과 경험 그리고 자본와 동일 수준으로 본 것입니다. 이 말은 인문학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문장입니다.
페이스북을 세상에 내어놓아 인류 소통문화의 새장을 열었던 주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도 인문학 애호가입니다. 그의 취미가 그리스 라틴 고전을 원전으로 읽는 것이라는 것은 유명합니다.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 마을 도서관 책들을 죄다 읽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독서왕이었던 빌 게이츠는 창의적 경영은 물론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가진 탁월한 기업인입니다.
사실 인문학의 중요성을 말하며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 혹은 마크 주커버그를 말하는 것은 이미 진부합니다. 그만큼 인문학의 중요성도 이런 탁월한 기업인들이 인문학을 사랑하고 강조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많은 기업인이 인문학(인문교양)을 창조적인 역량을 기르는 왕도로 인정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이 시대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소양이 인문학이라고 칭송합니다.
반면에 인문학은 학문의 영역에서 '죽는다'라고 비명을 지릅니다. 많은 대학이 인문학 관련 학과를 폐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가 급속하게 퇴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150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업 시장에서 수요감소를 감지한 대학들이 구조개혁 과정에서 인문학 학과를 최우선으로 폐지했습니다. 인문학 학자들이나 인문학 관련 학과 교수들은 인문학 위기 선언을 했습니다. 그들은 인문학 과목과 학과 폐지는 자신들 전공의 위기는 물론이고 한국 다음 세대의 위기라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나 콘크리트 빌딩이 숲을 이룬 도시에 수목과 공원의 필요성이 제고되는 것처럼 산업과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을 다루는 인문학이 더욱 필요한 상황입니다. 과학과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는 사람과 인생을 살피는 인문학에 대한 목마름이 있습니다. 육체의 갈증을 물로 해결하듯 현대인의 공허와 옹색함을 인문학입니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의 대답을 인문학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기업이 발견했습니다. 인문학의 효용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이 발견했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기업은 창의적 경영과 첨단 상품의 개발을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애플이 좋은 사례입니다.
애플 신화가 인문학에서 출발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나의 목표는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답니다. 애플은 첨단 컴퓨터 개발에 인문학적 철학을 적용했습니다. 애플사는 계속해서 '사람에게 유용한 상품' 개발을 도모해왔고 이것이 고객 감동을 낳았습니다.
많은 기업이 인문학을 기업 내부 교육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픽사(Pixar)입니다. 이 회사는 1996년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픽사 대학(Pixar University)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직원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공급하는 사내 교육과정입니다.
우리 주변에 잘 알려진 기업들의 성공적인 CEO들이 인문학 전공자이거나 인문학 관련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컨대, 17년 동안 디즈니의 CEO를 맡았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인문학도 출신이라고 알려집니다. 휴렛팩커드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도 인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창의력과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창의적 경영이 가능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알리바바, 유튜브 등의 수장들이 인문학 중요성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이익창출의 수단으로만 인문학을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의 필요(Need)를 충족해서 매출을 신장했고 성공한 기업은 인문학적 풍미를 품은(인간미 넘치는) 세상 만들기에 앞장섰습니다. 인문학적 기업 경영은 이미 대세가 되었습니다.
인문학 신드롬은 기독교 사회에도 미쳤습니다. 수년 전부터 기독교 매체에 인문학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여러 작가가 기독교 인문학 관련된 서적들을 발간했습니다. 여러 명사는 언론에 기독교 인문학 관련 칼럼들을 기고했고, 여러 사역에서도 인문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 피상적이고 지엽적인 기독교 인문학 탐구였습니다.
기독교와 인문학은 밀접합니다. 첫째, 기독교 진리는 인문학의 말구유에 담겨 있습니다. 기독교 진리를 잘 이해하기 위해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선 성경이 인문학 자료입니다. 현대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 예술, 경전 등을 포함합니다. 또 성경에 인문학적인 요소 즉 문학, 철학, 역사 그리고 예술에 담겨 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없이는 성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둘째, 기독교가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선도하고 선교하기 위해 인문학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언어는 인문학적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선교의 대상인 사람들이 인문학적 환경에 있습니다. 인문학이 선교와 전도의 대상인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와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세상을 버리지 않는 한 인문학에 깊은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