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 원로교수)의 방한 기념으로 그의 저서 '구원이란 무엇인가' '데살로니가인들과 모두를 위한 바울의 복음'에 대한 북토크 및 강연회가 22일 서울 용산구 두란노서원에서 열렸다. 출판사인 두란노가 주최했다.
이날 행사의 첫 번째 순서인 북토크에서 김 박사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넘겨주시고 그의 대속으로 인해 구원을 이루셨다. 이를 인간이 믿음으로 의인으로 선언 받는다는 칭의론은 전 세계와 한국 교계의 전통적 개념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인간 중심적 개념이다. 하나님이 예수를 이 땅에 보내시고, 그의 죽음과 부활로 사단의 죄와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신 것은 우리와 하나님의 올바른 관계 회복을 위함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칭의론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50년 전만 해도 보수적인 교회에선 칭의의 개념을 법정적 의미로만 설명했다. 악을 저지른 자를 선하다고 하는 개념은 로마-헬라적 개념이다. 그러한 전통의 연장선에 있는 서양적 사고 개념이 신학계를 지배했던 결과"라고 했다.
김 박사는 "그런데 여기에 19세기 말부터 성서신학운동이 펼쳐지면서 종말론적 개념이 더해졌다. 예수의 재림 때 최후 심판이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어떤 자세로 최후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섰을 때 거룩하고 흠 없는 자들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립보서 2장 6절) 등의 말씀처럼 두렵고 떨림으로 순종을 이뤄가야 한다. 이것이 칭의의 완성"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이미 칭의가 이뤄진 것처럼 말들을 한다. 이것만 말하고 최후 심판 때를 간과한다. 예정론에 의해 하나님이 택한 자를 견인해 확실히 구원에 이르게 한다고 말하면서, 결국 도덕과 윤리가 사라져 버렸다. 의인이라 칭함을 받는 사람이 의인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어폐가 생겨 버렸다"고 했다.
이어 "윤리가 떨어져 나간 구원론은 구원파적 구원론이다. 실제 구원파를 정죄하는 정통교회들도 이런 방식으로 칭의론을 설명한다"며 "(그러나) 20세기 들어서 성경에서 말하는 '의(義)'의 개념이 관계적 개념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즉 관계란 상대방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돌볼 의무와 자식이 부모에게 순종을 할 의무, 둘 다 존재한다. 이처럼 하나님과 우리가 서로의 의무를 다하는 관계가 성경에서 말하는 '의(義)'이며, 이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힘으로써, 여기에서 진정한 샬롬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우리를 피조물로 잘 돌보겠다는 약속을 하셨다. 이에 따라 우리 피조물도 하나님을 경외하고 순종할 의무가 있다. 죄로 물든 아담적 인간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자기 지혜에 따라 살면서 스스로가 하나님이 되고자 한다. 이것이 사단의 통치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순간"이라며 "이 순간이 바로 죄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는 삶이다. 죄는 하나님에게서 분리되는 죽음을 준다"고 했다.
김 박사는 "구원이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의 회복이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통치하에 들어가 순종하는 삶의 지경에 도달하는 것이 구원"이라며 "예수의 하나님 나라는 결국 죽은 이후의 천국뿐만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삶을 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통적 조직신학에서 말하는 '칭의-성화-영화'라는 구원의 서정 이론은 옳지 않다"며 "칭의는 법정과 관계적 개념을 합친 것이다. 즉 하나님의 통치를 거역하고 사단의 통치를 받은 사람이 하나님으로부터 사면을 받고, 하나님과 올바른 순종의 관계에 들어서는 것이 칭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화도 하나님의 거룩한 삶에서 벗어나 세속에 오염된 자들이 씻음을 받고, 하나님께 바쳐진 존재가 되는 것"이라며 "칭의와 성화는 세례 때 동시에 일어난다. 세례받은 이들은 성도로 부르심을 받는다. 우리는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 칭의는 첫 열매로서, 성화는 하나님께 바쳐진 존재로서, 둘 다 종말 때에야 완성된다. 우리는 세상에 오염되지 않으려 애쓰면서 성화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가 고린도전서 10장 전반부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숭배 등의 죄로 인해 광야에서 버림받은 사건이 신약시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바울이 말한 것인지를 물었다. 김 박사는 이에 대해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서 시작되지만 그럼에도 신자가 하나님 통치의 손길을 무시하고, 불순종하면서 계속 불신한다면, 이는 사단의 꾀를 쫓아 사는 삶"이라며 "이는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 가운데서도 우상숭배, 음행 등을 자꾸 저지르는 삶을 사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칼빈, 웨슬리의 통찰보다 성경을 더욱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요한복음 3장에서 말하는 거듭남도 성령에 의해 거듭난 자들이다. 이는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불가항력적인 은혜와 힘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칭의는 의인으로 사면받고 선포만 되면 거기서 끝인 개념이 아니다. 칭의란 하나님의 통치를 받은 자가 된 것으로, 칭의의 완성은 종말에 된다. 이때까지 하나님의 통치를 받으면서 올바른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며 "구원이란 종말을 향해 가면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