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말단 공무원입니다. 그는 관청의 문서를 정서하는 하찮은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그는 즐거울 것이 별로 없는 가난한 노총각입니다. 그는 비록 정서관(正書官)이었지만 언제나 즐거운 표정을 짓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글자 가운데 몇몇 글자를 특히 좋아해 정서하는 서류에서 그 글자들을 발견하면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만약 관청이 그의 열성에 맞추어서 포상과 진급의 기회를 부여했다면, 그는 상당한 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성실과 열정에는 부족함이 전혀 없는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다소 무능한 공무원이었습니다. 그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간부급 공무원들이 그를 진급에 좋은 자리에 옮겨 주어도 그는 적응하지 못합니다. 일반 공무원이라면 선호할 만한 직책을 맡겨도 그 새로운 직책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는 부적응의 부담 때문에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본래 업무인 정서(正書)직으로 돌아오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무능하지만 착실한 공무원이었습니다.

아카키 주변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그를 무시합니다. 그가 일하는 관청에서도 그를 존중해 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수위들조차도 그를 무시해서 그가 정문을 통과해 지나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법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상관들이나 동료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대 놓고 무시하고 그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젊은 후배 관리들은 아카키를 풍자하고 골려 먹기에 바빴습니다. 아카키는 그야말로 동네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카키는 착실하기 그지없는 공무원입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아무도 괴롭힌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아카키가 이런 취급을 일상적으로 받고 사는 것은 옳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카키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난과 조롱 혹은 무시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일에 지장이 있지 않은 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던한 아카키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옵니다. 그것은 러시아의 강추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등과 어깨가 뼈에 사무칠 정도로 추워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즐겨 입는 외투를 찬찬히 살펴보니 너무 낡았습니다. 외투의 등과 어깨 두서너 군데가 마치 모기장처럼 얇아져 있었습니다. 천이 닳을 대로 닳아 속이 훤히 비칠 지경이었고, 안감도 갈기갈기 해진 상태였습니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외투를 들고 재봉사 페트로비치를 찾아가서 수선을 부탁하지만, 단호하게 퇴짜를 맞습니다. 그는 냉정하게 말합니다. "이 외투의 천이 워낙 낡아서 덧대면 찢어집니다. 외투는 잘라서 각반을 만들어 사용하세요. 그리고 새로운 외투를 하나 장만하셔야 할 겁니다." 그 말에 아카키는 흥분합니다. 그리고 새 외투 장만을 결심합니다.

아카키는 모아왔던 저금통을 열어 보지만 부족합니다. 그는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기로 맘먹습니다. 밤에 촛불을 켜지 않고, 세탁물을 보내지도 않고, 구두를 신고 걸을 때도 구두창을 아끼려고 살금살금 걷습니다. 새 외투를 가진다는 희망으로 모든 것을 감수합니다. 그렇게 반년동안이나 처절하게 절약하며 살고, 상여금을 받아서 새 외투를 장만합니다.

페트로비치가 새로 만든 외투를 갖고 온 날은 아카키 생애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이런 형편을 아는 아카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아카키의 새 외투를 구경하려고 몰려들었습니다. 몰려든 모든 사람들은 앞 다투어 축하와 칭찬의 말로 아카키를 응원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카키도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칭찬들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과분한 칭찬과 축하에 낯이 뜨거웠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외투를 입고 그날 밤 초대받은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험상궂은 사내들에게 외투를 빼앗겼습니다. 아카키는 재빨리 경찰초소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험상궂은 사내들은 아키키의 외투를 빼앗아 도망갔습니다. 아키키는 너무 분했습니다.

아카키는 친구의 조언대로 장관을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하지만 장관은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는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서 아카키에게 겁을 주며 위협했습니다. 아카키는 분노와 절망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습니다. 외투를 빼앗긴 억울함과 분노로 그가 죽은 것입니다.

아카키는 원한이 너무 커서 유령이 되었습니다. 아카키는 유령으로 돌아와 사람들의 외투를 빼앗습니다. 외투를 빼앗긴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이 잡으려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아카키에게 호통 쳤던 그 장관의 외투를 아키키 유령이 빼앗고 난 후에야 아카키 유령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상은 러시아 천재작가 고골의 "외투"의 줄거리입니다.

고골은 뛰어난 이야기꾼입니다. 고골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러시아 국민 작가입니다. 고골은 우크라이나 출신입니다. 고골은 알렉산드르 푸시킨, 미하일 레르몬토프와 함께 러시아 근대문학의 시작을 알린 문호이자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입니다. 많은 후배가 고골을 인정했습니다. 고골의 후배 도스토옙스키는 고골의 작품인 '외투'에 빗대어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며 고골의 영향력을 칭송하였습니다.

고골은 외투를 소망하고 외투를 빼앗긴 아키키의 삶을 통하여 인간들의 희망사항 '외투'의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외투"가 있습니다. 소중한 꿈이요 자산입니다. 외투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은 필요하고, 그 외투가 긴요하긴 하지만 그 외투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면 고골처럼 파멸합니다. 우리에게도 우리 자신을 죽이는 외투에 대한 집착이 있는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외'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카키가 경찰에게, 장관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때 아카키를 무시한 것은 큰 패착입니다. 그 원한으로 아카키가 유령이 되어 복수합니다. 물론 유령이 된다는 것과 복수한다는 것은 비성경적입니다만 고골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고골의 마음을 몰라준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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