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5학년 남학생이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간절히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다 들어 주신다는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날 밤 그가 자기 방에서 기도를 하는데 아버지가 방 앞을 지나다가 그의 기도 소리를 들었습니다. 기도 하는 내내 '도쿄 도쿄'를 반복하는 소리를 듣고는 다음날 아침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슨 기도를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아들이 대답하기를 시험을 보는데 멕시코의 수도가 어디냐는 질문에 "도쿄"라고 틀리게 썼습니다. 이에 멕시코의 수도가 도쿄로 바뀌게 해 달라고 기도 했습니다. 위의 글은 노진준 목사님이 쓰신 "예배사색" 에 나오는 하나의 예화의 글입니다.
그 남학생의 기도가 무척 황당한 기도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통해 우리가 드리는 기도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뜻에 맞추어 하나님의 원하심을 찾기보다 그 남학생의 기도처럼 하나님이 우리에게 맞춰 주시기를 원하며 기도하는 경우가 없는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주시옵소서 기도' 가 아닐까 합니다. 마치 하나님에게 고지서를 청구하듯 요구하는 기도 말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잘못된 기도입니다. 우리들이 기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바르게 기도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영국의 유명한 성공회 주교 존 프리처드 (John Pritchard, 1948) 가 쓴 "기도란 무엇인가 (How do I pray)"에 보면 다섯 단계의 기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빈말의 기도'입니다. 이것은 그저 입으로만 하는 기도입니다. 종교 제의에서 공중기도 중에 이런 기도가 많습니다.
둘째 단계는 '독백 기도'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쏟아놓습니다. 그리고는 하나님의 응답 듣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셋째 단계는 '대화의 기도'입니다. 하나님께 말을 건네고는 하나님의 의향을 기다립니다. 이때부터 기도하는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 인격적 소통과 친교가 시작됩니다.
넷째 단계는 '듣는 기도' 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계시다는 믿음이 깊어질 때 하게 되는 기도입니다. 언뜻 보기에 아닌 듯 하지만 결국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르게 되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사랑의 기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하나님께서 내 안에, 내가 하나님 안에 머물게 됩니다.
존 프리처드가 펼쳐놓은 기도를 보면서 기도가 바르지 못하게 되면 나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나의 간구만을 늘어놓게 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바른 기도는 그 기도의 핵심이 나를 위해 하나님께 드리는 간구가 아니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나님을 향해 드리는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 앞에서의 바른 기도를 찾으려면 마6:9-13절에 나오는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거기에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고 명령하며 바른 기도의 매뉴얼을 제시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의 핵심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내가 쓰임 받기 위한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발돋움이고 하나님의 뜻에 나를 맞추려 하는 영적인 삶의 핵심으로 이끌게 되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 주기도문을 주제로 해서 미국의 작곡가 알버트 말로테(Albert Hay Malotte,1895-1964)가 1934년 "주의 기도 (The Lord's Prayer)"라는 제목을 붙여서 작곡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의 친구인 바리톤 요한 토마스(John Charles Thomas, 1891-1960)에게 곡을 주었고, 1934년 녹음돼 성악 솔로로 라디오를 통해 처음 소개됐습니다. 이것을 카롤 데이스(Carl Deis,1883-1960)가 오르간 반주에 합창곡으로 편곡해서 안템으로 만들어 교회 성가합창곡으로 불려지게 된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누어 곡을 구성하였습니다. 전반부 하나님의 주권을 최대한의 경외감을 갖고 표현하려고 서정적 멜로디와 아르페지오 반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어 한 박을 셋잇단음표로 리듬을 쪼개어 사용하므로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하나님을 위해 쓰임 받기 위한 우리의 필요를 구하며 죄사함을 표현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함을 가장 정점으로 몰아가는 클라이막스로 다다르게 하고 바로 대조를 이루어 아주 고요하게 아멘으로 종결하며 이 모든 의미를 메아리로 계속 울려 여음을 남게 하는 곡으로 만들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가면 연주가 시작되기 전 오보에 악기의 튠에 맞추어 모든 악기들이 튜닝을 합니다. 그것은 모든 악기들이 하나의 음정이 되게하여 아름다운 화모니를 이루게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기도를 깊이 살펴보면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께 하나님의 주권과, 우리의 죄사함과 필요를,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권세와 영광을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뜻에 맞추는 일이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오직 나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께 모든 주권과 시선을 돌려 드리며 그분께 집중하려는 작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