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2022년 한 해를 강타했던 유행어를 하나 꼽는다면 '중꺾마'라는 단어가 될 것이다. 그것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한 프로게임단 DRX 소속 프로게이머 '데프트' 김혁규 선수의 인터뷰 기사 제목에서 유래하여, 최하위 시드부터 쟁쟁한 경쟁팀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DRX팀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어우러져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한 국가대표 축구팀이 포르투갈에 2:1로 역전승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후 이 글귀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이 '꺾이지 않는 마음'에 열광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 참 의미심장한 말이다. '꺾이다'라고 하면 '실패'란 단어가 금방 떠오른다. 허리가 꺾이든 다리가 꺾이든 씨름 선수가 모래판에 먼저 넘어지면 진다.

꽃이나 나무가 바람에 꺾이면 결국은 죽게 된다. 사람도 마음이 꺾이면 좌절과 절망에 빠져 실패한 인생이 되고 만다. 때문에 우리에겐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메가스터디 역사 매출 1위, 연고대생이 뽑은 스타강사 1위, 후배에게 가장 추천하는 멘토 1위, SKY대 신입생이 직접 뽑은 역사과목 성적상승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강사 1위 등의 타이틀을 가진 스타 역사강사 이다지 선생의 첫 번째 자기계발서가 출간되었다.

제목이 특이하고 재미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서삼독, 2023)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꿈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단다. 자기만의 꽃이 피는 적절한 때가 온다고 했다. 지금 실패했다고,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고 거기가 반드시 끝은 아니라고 한다.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열등감,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부정적인 생각, 나를 갉아먹는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이 많다. 저자 자신이 경험한 자기 고백이기도 하다. 2년여 간 증권회사를 다니다가 퇴사해서 1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도 일하다가 뒤늦게 사립학교 정교사에 임용된 후에 다시 사직서를 내고 나와서 인터넷 강의를 시작했다.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몰려와 좌절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건 저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고, 또 너무 늦다고 생각하는 때에 비로소 소원을 이루기도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유학을 하는 동안은 잘 풀렸지만, 박사 학위를 마치고 난 후부터 전임교수로 임용되지 못한 일로 큰 좌절감에 빠진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꿈과 소원이 내게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매번 확인하면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시간 강사 9년째, 주변인들 중 누구도 그만큼 오래 기다린 이는 없었다.

5년을 버티지 못한 채 다른 길로 가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지만, 나는 내 속에 들어있는 확고부동한 꿈과 소원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걸 포기하는 순간 꿈도 소망도 열정도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50세란 막바지 나이에 극적으로 전임교수로 임용이 되었다. 이런 사람을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라고 한다. 맞다. 나는 슬로 스타터다. 모든 꽃이 봄에만 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꽃'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계절이 있다. '봄'이다. 하지만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은 황금색 해바라기를 꽃 피우는 계절이다. 결실의 시즌인 가을은 노란 코스모스를 뽐내는 계절이다. 살얼음같이 차가운 겨울은 빨간 동백꽃의 미소를 움트게 하는 계절이다.

봄이 지났다고 꽃 피움도 끝난 것이라 절망하지 말라.

생명을 싹틔우는 씨가 땅속에 들어있기만 하면 반드시 적절한 때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음을 믿으라. 그때가 봄이 될지 여름이 될지 가을이나 겨울이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자기 생각보다 늦은 때라고 절망하거나 불평하지 말라. 어느 적절한 때에 꽃이 피어날지 알 수 없다. 해바라기 꽃일지, 코스모스일지, 동백꽃일지... 오직 한 분만 그 때를 아실 뿐, 우리는 그때가 오기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인내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