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기독교 공휴일을 축소하려고 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 5만여 명에 달하는 군중이 수도 코펜하겐에 모여 330년 된 공휴일인 '대기도일'(Great Prayer Day)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집회를 주최한 노동조합 측은 이번 시위에 대해 지난 10년간 최대 규모였다고 밝혔다.
앞서 덴마크 사회민주당의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방비 증액을 위해 예정보다 3년 앞당겨 대기도일 연휴의 폐지를 제안했다.
덴마크 정부는 대기도일 폐지로 기대되는 45억 데나크 크라운(약 6억 5400만 달러, 약 8156억 원)의 세수 증대분을, 나토(NATO)가 주도하는 'GDP의 2% 목표'에 맞춰 국방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학계에서는 노동자들이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기에, 공휴일 축소에 따른 세수 확대가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연립 정부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휴일 축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대기도일은 1686년 공식적으로 휴일이 됐을 때 처음에는 기도와 금식의 날로 제정됐으나, 따뜻한 밀빵과도 관련이 있다.
초기에는 교회 종소리가 대기도일의 시작을 알리면 휴일이 끝날 때까지 제빵을 포함한 모든 작업과 상업이 금지됐다. 또 금식 외에도 도박과 여행 등도 삼가하도록 권면을 받았다.
덴마크의 제빵사들은 작업 중단을 피하기 위해 목요일에 버터를 넉넉히 곁들인 밀빵을 구워 다음날 데워 먹을 수 있도록 보존했다.
현대 덴마크의 대기도일에 제빵은 더 이상 금지되지 않지만, 다양한 교파의 다른 기독교인과 함께 모여 국가와 세계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사용됐다.
대기도일 외에도 1770년까지 덴마크에는 22개의 성일이 있었지만, 여러 정부 개혁에 따라 삼왕의 날과 성 요한의 날을 포함해 약 절반이 폐지됐다. 대기도의 날은 그러한 개혁 노력을 통해 제정된 날들 중 하나다.
크리스천포스트는 "덴마크에서 기독교 휴일을 폐지하려는 노력은 2021년 모든 설교를 번역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법률안을 도입한 후 가장 최근에 발생한 종교 자유 침해 사례"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당초 이는 이슬람의 테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됐으나, 모스크에만 제한을 둘 수 없기 때문에 교회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유럽의 주교들이 이에 항의하자, 덴마크교회협의회는 프레데릭센 총리에게 '차별적이고 경솔한' 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