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남은 날들을 계수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떻든지 지혜롭게 살아야지요..." 지난 주 예배를 마치고 어떤 권사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처음 뵐 때는 비지니스도 하시고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도 하셨었는데 2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엔 어느덧 서리가 내리고 또 이런 저런 자리에서 은퇴도 하시면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인생이 그냥 이렇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이야기하듯 시간은 유수와 같고, 또 잡을 수가 없는 것이기에 정말 지혜롭게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Y2K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1999년 12월 31일이 가까이 오면서 이런 저런 지구 종말론이 기승을 부렸었는데,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던 것이 'Y2K 컴퓨터 버그 종말론'이었습니다. 당시는 컴퓨터가 시간을 기억할 때 1998년을 98년, 1999년을 99년으로 끝자리 2개만 기억했기 때문에 1999년 12월 31일이 지나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시간을 00년으로 기억하게 되면서 통신망 오류나 핵폭발과 같은 지구적 대재앙이 일어나고, 그래서 인류는 결국 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1월 1일 새벽에 TV를 틀어 놓고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려운 것은, 벌써 그 일이 만으로 24년 전 일이라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 일 같은데, 무려 24년이란 세월이 지난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짧게 느껴졌던 시간이 또 한번 지나면 제가 몇 살이 되나 봤더니, 81세가 훅 넘게 되는 것입니다.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나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생각해보니, 제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24년이 지난 2047년에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까? 그 때 이 세상은, 그리고 우리 교회는 어떤 모습일 거 같습니까?
어제 특별새벽기도회 마지막 날 말씀을 나누면서 우리가 차세대를 세워야 할 이유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바울이 빌 3:17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형제들아 너희는 함께 나를 본받으라 그리고 너희가 우리를 본받은 것처럼 그와 같이 행하는 자들을 눈여겨보라"고 하십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바울이 자신을 본받는 디모데를 일꾼으로 세웠던 것처럼, 너희들도 너희를 본받아 일꾼 될 사람이 누가 있는지 눈여겨보라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일꾼을 세우라 하십니까? 바울이 살지 못할 시간을 살아줄 일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죽어서 더 이상 복음을 전하지 못해도, 예수께서 십자가 고난을 통해 이루신 이 생명의 복음을 전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더 어둡고 악한 세상을 살아갈 우리의 아들들과 딸들을 일꾼으로 세워 이 생명의 복음을 부탁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 한 주, 어버이들께서 오랜 만에 새벽기도회에 참석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양쪽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오시던 김한나 권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너무 좋아요. 너무 감사해요..." 연로하신 권사님의 모습에 눈물이 났습니다. "권사님 제가 감사하죠.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올해도 각자에게 주어진 세월을 계수하며 이렇게 함께 지어져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