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주 목사(감사한인교회)
구봉주 목사(감사한인교회)

톨스토이는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 믿음의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대대로 예수님을 믿는 가정의 모태신앙인이었습니다. 그는 젊을 때, 세상 향락에 빠져 방탕하게 살다가 이후, 철이 들어 결혼을 하고, 자신의 문학적인 소질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크리스천이었지만, 기독교 신앙에 다소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신앙과 교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믿었고, 그의 문학에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깊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단순히 인간의 선과 악, 희로애락, 교훈이 아니라, 하나님, 믿음, 사랑, 정직, 성실과 같은 성경적인 주제들로 가득합니다.

톨스토이가 쓴 단편 소설 중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한 사람은 외투 한 벌 제대로 갖추지 못할 만큼 가진 것 없지만, 성실히 살아가는 구두수선공, 시몬이라는 사람이며, 또 한 사람은 추위에 떨다가 시몬에게 발견되어, 은혜를 입은 미하일이라는 청년입니다. 이야기는 시몬이 미하일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미하일은 추위에 떨며, 연신 시몬에게 자신은 하나님께 죄를 지었다고 고백합니다. 그 말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시몬은 미하일이 오갈 데 없는 처지인 것을 알고,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줍니다. 그리고 미하일이 구두 수선하는 일을 배우고, 일을 보조하도록 기회를 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유해 보이는 한 신사가 와서, 1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는 튼튼한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때, 미하일은 그 신사를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또 하루는 한 여인이 여인의 딸들로 보이는 쌍둥이 자매와 함께 구두수선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자매들의 구두를 주문했습니다. 그 여인은 쌍둥이 자매를 자신이 어떻게 만났으며, 입양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미하일은 또다시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미하일은 이제 자신은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면서, 시몬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버립니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미하일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미하일은 사실, 하나님께 죄를 짓고, 잠시 추방을 당한 천사였습니다. 그는 원래 인간의 수명이 다 되면, 그의 영혼을 데리러 오는 역할을 수행하는 천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께서 아직 어린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를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고서는 엄마 없이 남겨질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 그 명령을 거부하고 맙니다.

그래서 결국 깨달음이 있을 때까지, 천국에서 추방당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가 그렇게나 힘없고 불쌍히 여긴 인간에 불과한 시몬에게 은혜와 사랑을 입습니다. 그리고 그가 구두 수선일을 배우며, 손님을 맞을 때, 이유 모를 웃음을 지었던 이유는 1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는 튼튼한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던 신사 뒤에 그의 영혼을 곧 거둬가려는 자신의 동료 천사를 보았기 때문이고, 비록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가 죽었지만, 그 둘은 결국, 좋은 양부모님 밑에서 잘 자란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천사 미하일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 내일을 생각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짓고, 낳은 정 못지않게 고아를 입양하여 훌륭 하게 키워내는 기른 정, 인간의 사랑을 보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갑자기 작별을 고한 것은 그가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신앙의 관점으로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면, 하나님의 섭리가 놀랍다는 사실을 깨닫 습니다. 전도서 기자, 솔로몬이 말한 것처럼, 지금 행복하다고 계속 행복한 것도 아니고, 지금 불행하다고 내일도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남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을 경외하는 자들은 고통이 기쁨이 되고, 불행이 행복이 되며, 헛된 인생 같지만, 가치있는 인생이 되어지는 것을 보게됩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삶에 치밀하고 조밀하게 간섭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앙의 관점에서 사람의 사랑은 위대합니다. 사람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사람을 자신의 형상으로 창조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간의 사랑은 하나님의 그것을 모방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사랑은 위대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에 감히 비견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사랑이 하나님의 사랑을 만나면, 그 사랑은 참사랑이 됩니다. 인간의 사랑은 제한적이고 이기적 이지만, 하나님 사랑을 경험한 사람들은 진정한 헌신과 숭고한 희생의 면모를 보입니다. 그가 하나님의 사랑을 입고, 그 받은 사랑에 힘입어 행하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새 한 해는 하나님의 섭리를 더 신뢰하며, 사람을 더 사랑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무엇으로 살겠습니까? 하나님을 믿고 의뢰하는 믿음, 그리고 하나님 께서 우리에게 계명으로 주신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