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근 목사(56)는 대학에서 정치 외교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총신 신대원을 졸업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세상에서 이름을 떨치며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지만 하나님께 순종하며 주와 동역의 길을 걷고자 결심했다.

그리고 성경의 구속사적 강해설교와 성령의 사역을 더 깊이 배우고 실천하고자 미국에 유학을 왔다. 주님의 제자를 세우는 사역을 꿈꾸며 비브리컬 신학교(Biblical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석사를, 웨스터민스터 신학교(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성종근 목사는 미 동부지역인 필라델피아에서 14년 동안 지역 교회를 섬겼고, 2014년 타코마 반석장로교회는 2대 목사로 부임했다.

성 목사는 "진리를 훼손시키려 하고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성행하는 이 시대 바른 신학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뜻을 전하는 사역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올바름에 대한 정의가 흐려지는 혼탁한 시대에도 진리는 영원불멸하다"며 "창조주 하나님을 알아가고, 우리는 그의 지으신 피조물이자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로 살아갈 때 진정한 만족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애틀의 비가 유난히도 상쾌하게 내리던 오후 타코마반석교회 목회자실에서 말씀 준비에 여념이 없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성도들은 시대가 어려울 수록 본질을 붙들어야 하고, 목회자는 단순히 지식 전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삶의 변화까지 나아가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메아리로 남았다.

-펜데믹 기간 어떻게 지내셨는가?

"펜데믹 기간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맺기였다. 방역수칙,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배와 친교모임을 이전처럼 가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도들이 하나님과 관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힘썼다. 다음날 새벽 예배 말씀을 교인들과 SNS를 통해 미리 나누고 영상으로 예배하면서 하나님과 대면하는 기간으로 삼으려고 했다.

매일 말씀을 묵상하고 하나님과 관계를 맺다 보면, 내가 예배를 지키고 말씀을 붙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규칙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항상 가까이하다 보면 말씀이 나를 붙드심을 경험하게 된다. 어려운 시간일수록 말씀은 상황과 환경을 넘어서 있는 우리가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가져다 준다.

또 펜데믹 기간 도시락을 매주 만들어서 어르신들과 아픈 분들에게 배달해 드렸다. 샌드위치와 비빔밥, 카레 밥 등 간단한 음식들이었지만 교인들은 정성스럽게 만든 도시락에 사랑을 담았다. 그리스도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묵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강조하는 메세지는 무엇인가?

"사랑이다. 우리 모두는 위로가 필요하고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사랑과 위로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우리는 내 입장에서 위로 받고 사랑 받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입장에 서서 '하나님의 마음이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달아야 한다.

설교자는 사람들을 하나님 앞에 세우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서 주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다. 아픈 자도 있고 부유한 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곤궁에 처한 자도 있고 기쁜 일을 가진 자도 있다. 설교자는 어느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거나 각자에게 맞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없다. 그러나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 전하면 모두가 은혜를 받고 신앙의 접촉점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을 본 받도록 독려한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되도록 하는 것이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도께서도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요13:34-35)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나? 설교는 지식 전달이 아니다. 우리 삶의 변화까지 나아가도록 인도해야 한다. 우리 삶에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하다."

타코마반석장로교회 전경
(Photo : 기독일보) 타코마반석장로교회 전경

-목회 철학을 소개하자면?

"먼저 하나님의 제자가 되고 제자를 만드는 것이다. 충성된 제자를 만들려면 먼저 스스로가 제자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가 제자가 되어가면서 또 다른 제자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목회라고 생각한다. 목회 사역은 주님 닮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3년 반 동안 남겨두신 것이 12명의 제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고 당부하셨다. 예수님을 본받아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제자를 만드는 일에 목회 비전이다.

이를 위해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생활의 가장 중요한 삶의 원리로 믿고 예수님 중심으로 이 땅에서 주님의 제자가 되어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동역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틀, 헌신의 폭을 넓혀서 주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주님을 사랑하고 할 수 있는 대로 우리의 삶을 주님께 드리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로 살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는가?

"고등학교 때부터 예수님을 구주로 믿었는데, 주님께서 열정을 주셔서 말씀을 지키며 살려고 힘썼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도 주일에는 온전히 하나님께 드리려고 하루 6-7시간씩 성경을 읽었다. 평일에도 아침, 점심, 저녁 매번 성경을 2장씩 읽으며 '말씀이 꿀송이처럼 달다'는 고백을 하며 살았다. 광주중앙교회에 출석했는데 부목사님이 16분이나 계셨던 큰 교회였다. 성경을 읽다가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3-4분께 물어보면서 해답을 얻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주석을 찾아보며 하나님과 가까이하는 생활을 했지만 '목회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직장생활을 마치고 '은퇴 후 신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나를 붙잡은 말씀이 사무엘상·하, 역대상·하에 나오는 이스라엘 왕들의 이야기이다. 북쪽 19명, 남쪽 20명의 왕들이 소개되면서 '다윗의 길 정직한 길, 또 하나는 여로보함의 길'이라고 그들을 평가하는 성경구절이 반복적으로 보였다. 여러 왕들이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기도 하고 영토도 넓혀가는데 하나님의 관심은 거기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았는가?'를 역사가 평가하더라.

나의 인생을 내 것으로 알고 모든 삶을 산 이후에 하나님의 평가가 궁금했다. '다윗의 길, 정직하고 선한 길, 여로보함의 악한길'에 대해 선택할 용기가 필요했다. 내 인생의 황금기를 다 지내고, 노년에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려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인지 자문했다. 하나님께서는 인생을 바칠 용기가 있는지 물으셨고, 기도가운데 하나님을 선택하기로 결정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목회자로서 요즘 시대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통상적으로 사회에는 절대윤리가 존재한다. 윤리적 양심에서 기인한 선과 악도 존재한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판단하지 않는다. 결혼에 대한 절대적 개념도 흐려져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결혼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하는 시대다.

게다가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결혼하는 기본적인 개념들을 인정하지 말라고 강요한다. 개인이 중심이 되어서 스스로가 원하면 좋은 것이고, 자신의 이익이 된다면 양심에 어긋나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 관심조차 없이 '나만 좋으면 된다'는 논리다. 극심한 개인주의가 성행하는 시대다.

이것은 영적으로 본다면 절대 진리를 파괴하는 사단의 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청년들은 꿈을 꾸고 자기인생을 좋은 일에 드리려고 했지만, 이제는 각자 살려고 한다. 개인주의의 최고의 정점에 서게 되면 모든 관계가 끊어진다. 인생의 의미를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서로와의 관계, 그리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아를 실현하며 기쁨을 맛본다.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의 존엄과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진정한 자아의 발견은 극단적 개인주의가 아닌,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이뤄진다. 바른 신학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바른 신학이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나?

"신학이란 하나님을 알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시대와 환경, 사람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신학은 하나님의 올바른 뜻을 바로 잡아주는 기준을 제시한다. 신학은 그분께서 우리를 지으신대로 우리가 살아가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 세상 누구보다 우리를 잘 아는 분은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이시다. 그런 의미에서 창조주 하나님께서 예비하시고 우리가 가야할 그 길을 올바로 알려주는 것이 바른 신학이다. 바른 신학은 성경을 바로 해석하고 우리 영혼의 균형을 잡아준다.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보다 혼탁한 시대도 많았다. 시대가 어려울 수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바른 신학을 통해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구원의 기쁨과 천국의 소망을 가지고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강을 누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으면 이겨낼 수 있다."

-미주한인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주 한인교회는 한인 이민자들의 구심적 역할을 감당해 왔다. 교회는 사회 구성원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영적인 책임이 있다. 사람들이 어떤 진리 위에 서 있는지에 따라 그 사회가 달라진다. 미주한인교회는 한인 사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눈을 열어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미주 한인사회는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제 우리 민족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서부터 다른 민족들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손을 뻗칠 수 있는 부분들을 찾고 눈을 열어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힘이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