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곤 벧엘교회 이돈하 목사
(Photo : 기독일보) 오레곤 벧엘교회 이돈하 목사

지난 10월 29일 밤 10시경에 일어난 이태원 압사 사고는 한국을 넘어 국제사회에 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156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이번 사고는 한국 현대사에서 삼풍 백화점, 세월호 침몰 사고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인명사고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사고로 한국인들이 집단 패닉,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문화 예술계도 계획된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뉴스진행자들도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치, 종교계까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미비한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그 시간, 그 장소에 갔었던 희생자 개인의 탓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 발생한 것에 대한 성경적인 입장은 무엇일까요?

성경에도 이태원 사고와 유사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18명이 사망한 사고였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유대인들에게 매우 큰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이 참사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희생자가 하나님 앞에 범죄 한 자들이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당시 사람들과 매우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사회나 희생자 개인을 탓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사고를 보고 있는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똑같이 망하리라(눅 13:5)"고 말씀 하시며 판단하는 자들에 대한 죄를 경고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이번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건을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로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죄를 면밀히 돌아보면서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회개와 성결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 인생의 단면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좁은 골목에 떠밀려 가다가 사고를 당한 안타까운 희생자들처럼 우리도 생존경쟁으로 치열한 인생의 골목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밀려 가고 있을 만큼 무지합니다.

또 아무리 몸부림쳐도 빠져나오지 못했던 희생자들처럼 우리는 죄로 인한 사망의 길을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무능력합니다. 이번 참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없이는 전적으로 무지하고 무능력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인간 인생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내 자신의 일로 여기고 함께 아파하면서 회개하고 구원의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