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시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남부럽지 않을 만큼 유명세를 얻게 된 김홍신이라는 작가가 있다. 그가 쓴 저서 중에 『인생 사용 설명서』란 책이 있다. 아들 결혼식에 온 하객들에게 음식 대접만 하기가 민망해서 책을 한 권씩 선물하려고 집필한 책이다.

그런데 한 여성이 이 책을 읽고 그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그녀는 예전에 멋쟁이 피아니스트였다. 그런데 몇 년 전, 버스에서 내리다가 사고를 당했다.

[2] 버스 문틈에 그녀의 옷이 끼어 있는 걸 모르고 버스가 출발한 것이다. 그때 오른손 손가락 세 개를 잃었다. 손가락 하나를 잃었어도 치명적이었을 텐데, 세 손가락을 잃었으니 피아니스트로서 그녀의 생명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후 그녀는 사고를 낸 운전기사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운전기사가 얼마나 미웠을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가 토요일 결혼식장에서 받은 김홍신 작가의 책을 읽었다.

[3] 밤을 새워 그 책을 읽은 후 그녀는 다음날인 주일날 김홍신 작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고를 낸 버스 기사를 수년 동안 증오하고 복수심에 불탔는데, 작가님의 책을 읽고 용서하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마음이 편해져서 오랜만에 처음으로 잠을 푹 잘 수 있어 행복했어요.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려요." 이런 내용이었다.

김홍신 작가는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즉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4] 그리고 이런 말을 해주었다. "당신이 용서한 순간 천사가 됐어요. 이 천사가 우리 곁에 있으니 우리가 행복해요!"

책 한 권의 힘이 이토록 강하고 세다. 작가의 글이 얼마나 파워풀했으면 수년간 이를 갈며 증오했던 한 여인의 마음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단 말인가?

그렇다. 글은 다른 사람을 감동하게 하고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성열, 『독서 고수들의 독서법을 훔쳐라』 (북오션, 2020), 169-70)).

[5] 나는 그녀의 미움을 용서로 바꿔놓은 김홍신 작가의 글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그 책을 찾아 앞부분을 읽어보았다.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를 뜨겁게 용서하던 날, 가슴이 참으로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십여 년을 고스란히 쥐고 있던 뜨거운 물잔을 내려놓던 날,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사랑과 용서', '베풂과 희망'이 모일 때 비로소 자존심이 됩니다. 개인의 참자유, 민족과 국가의 평화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걱정과 근심, 시기와 질투로 보낸 지난날을 뒤로한 오늘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사시겠습니까?"(김홍신, 『인생사용설명서』 (해냄, 2009))

[6] 김홍신 작가에게도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증오에 찬 사람이 있었나보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그에게도 원수를 용서한 날이 있었던 것이다.

[7] 그렇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 언급하는 말에는 별 감동이 없다. 본인이 몸소 뼈저리게 체험했던 일에 대한 조언이라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김홍신 작가처럼 자신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같은 사람을 용서한 경험이 없이 그 책을 썼다면 누가 그의 글에 변화를 받을 수 있었을까? 자신이 직접 그 원수를 40여 년 만에 용서했기에 그의 말이 증오로 가득 찬 피아니스트의 마음을 움직여 그녀 또한 용서하게 만든 것이다.

[8] 괴테가 쓴 '파우스트'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대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타인의 가슴을 끌어당길 수 없다."

설교자들이 명심해야 할 명언이다.

그저 책상머리에서 건진 얕은 신학적 지식과 주석, 혹은 남의 설교집에서 가져다가 짜깁기해서 만든 설교로는 감동과 은혜를 줄 수 없단 말이다.

[9] 자신이 깊이 깨달은 말씀, 자신이 직접 뼛속 깊이 체험하고 누린 말씀이라야 성도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고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세상 책을 통해서도 저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서는 얼마나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인지 생각해보라.

"'그대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말씀'이 아니라면 성도의 가슴을 끌어당길 수 없다."

[10] 설교자들이나 전도자들이 두고두고 명심해야 할 명언이다. 조지 뮬러처럼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인 성경을 잘근잘근 씹어먹고 푹 고아서 먹듯 하는 자기 체험적인 말씀이라야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생명력이 있음을 기억하고, 말씀에 푹 잠겨서 은혜의 도가니만 경험하는 매일 매 순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말씀 사용 설명서>를 맡은 자들의 의무이자 특권이기 때문이다. 

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